석류
조운
|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석류는 무엇보다 복잡한 내면을 지닌 존재다. 여타의 과일들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시큼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분법을 무척 싫어하는 그는 중용지덕을 알아서 극단을 한 맛에 다 아우르고 있다. 요컨대, 달콤새콤한 것이다. 그 잊을 수 없는 맛처럼 석류는 이 시조 속에서도 독특한 태도를 보인다. "내가 어이 이르리까"라고 수줍은 척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종장에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보소라, 임아 보소라" 하고 강한 열망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종장의 파열음 'ㅃ'은 허파의 날숨을 막았다가 일시에 터뜨리는 효과를 잘 익은 석류의 붉은 빛만큼이나 강렬하게 보여준다. 가슴을 빠개 젖히다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시조의 여인상이 아니다. 그 당돌함이 어떤 신세대 여성들의 구애 행위보다 더 적극적이다. 석류의 강렬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임 앞에서의 그 부끄러운 마음이 하필이면 투박하고 두툼한 과일을 홍일점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석류는 역시, 달콤새콤해야 제 맛이다.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
석류는 무엇보다 복잡한 내면을 지닌 존재다. 여타의 과일들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시큼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분법을 무척 싫어하는 그는 중용지덕을 알아서 극단을 한 맛에 다 아우르고 있다. 요컨대, 달콤새콤한 것이다. 그 잊을 수 없는 맛처럼 석류는 이 시조 속에서도 독특한 태도를 보인다. "내가 어이 이르리까"라고 수줍은 척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종장에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보소라, 임아 보소라" 하고 강한 열망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종장의 파열음 'ㅃ'은 허파의 날숨을 막았다가 일시에 터뜨리는 효과를 잘 익은 석류의 붉은 빛만큼이나 강렬하게 보여준다. 가슴을 빠개 젖히다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시조의 여인상이 아니다. 그 당돌함이 어떤 신세대 여성들의 구애 행위보다 더 적극적이다. 석류의 강렬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임 앞에서의 그 부끄러운 마음이 하필이면 투박하고 두툼한 과일을 홍일점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석류는 역시, 달콤새콤해야 제 맛이다.
'손택수 시인의 지상에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해 (0) | 2008.10.07 |
---|---|
상한 영혼을 위하여 (0) | 2008.10.06 |
고래의 꿈 (0) | 2008.09.30 |
숲 (0) | 2008.09.29 |
창가의 큰 사과나무를 벴다 (0) | 2008.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