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시인의 지상에 시 한 편
내가 쪼개는 이 빵은
실천문학
2008. 9. 23. 09:07
내가 쪼개는 이 빵은
딜런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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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쪼개는 이 빵은 일찍이는 연맥(燕麥)이었다.
이국의 나무에서 핀 이 포도주는
그 열매 속에 파고들었다.
낮에는 사람이 밤이면 바람이
곡식을 휘어 넘기고, 포도의 기쁨을 깨뜨렸다.
일찍이 이 포도주 속에서 여름의 피는
포도덩굴을 장식한 살 속으로 흘러들었다.
일찍이 이 빵 속에서
연맥은 즐거이 바람에 흔들렸다.
사랑은 태양을 부수고, 바람은 끌어내렸다.
당신이 뜯는 이 살, 당신의 혈관 속에서
황량하게 하는 이 피,
그것은 관능의 뿌리와 수액에서 태어난
연맥과 포도였다.
당신이 마시는 내 포도주, 당신이 씹는 내 빵은.
대지와 하늘의 혈족들을 위해 포도와 귀리는 기꺼이 자신들의 피와 살을 내놓는다. 자신들을 있게 한 사랑이 깨어진대도 좋다. 지상의 주린 몸속으로 흘러들어 또 하나의 더운 피가 되고 바람이 되어 불어가는 것이 더 큰 사랑의 형식이어서다.
포도와 귀리 속에 든 게 태양과 바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 속에는 구름과 빗방울, 무료할 때마다 들려오던 새소리와 빗소리가 들었고, 들판을 건너오는 천둥소리에 근심하던 농부의 발자국 소리가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발효된 게 포도주와 빵이다. 이들을 낭비한다는 것은 곧 내 살점과 피를 황량하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국의 나무에서 핀 이 포도주는
그 열매 속에 파고들었다.
낮에는 사람이 밤이면 바람이
곡식을 휘어 넘기고, 포도의 기쁨을 깨뜨렸다.
일찍이 이 포도주 속에서 여름의 피는
일찍이 이 빵 속에서
연맥은 즐거이 바람에 흔들렸다.
사랑은 태양을 부수고, 바람은 끌어내렸다.
당신이 뜯는 이 살, 당신의 혈관 속에서
황량하게 하는 이 피,
그것은 관능의 뿌리와 수액에서 태어난
연맥과 포도였다.
당신이 마시는 내 포도주, 당신이 씹는 내 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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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와 하늘의 혈족들을 위해 포도와 귀리는 기꺼이 자신들의 피와 살을 내놓는다. 자신들을 있게 한 사랑이 깨어진대도 좋다. 지상의 주린 몸속으로 흘러들어 또 하나의 더운 피가 되고 바람이 되어 불어가는 것이 더 큰 사랑의 형식이어서다.
포도와 귀리 속에 든 게 태양과 바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 속에는 구름과 빗방울, 무료할 때마다 들려오던 새소리와 빗소리가 들었고, 들판을 건너오는 천둥소리에 근심하던 농부의 발자국 소리가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발효된 게 포도주와 빵이다. 이들을 낭비한다는 것은 곧 내 살점과 피를 황량하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