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시인의 지상에 시 한 편
상한 영혼을 위하여
실천문학
2008. 10. 6. 10:54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흔들린다는 것은 통곡이 몸으로 흘러넘쳐 일으키는 위태로운 지진과 같다. 그런데 고통스런 이 흔들림이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힘이 되고 있다. 고독과 소멸은 어차피 지상의 조건,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고통을 벚 삼아 간다면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상처에 등불을 켜는 이 건강한 낙천주의는 ‘뿌리 깊은 벌판’과 ‘마주 잡을 손 하나’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 믿음이 갈대를 충분히 흔들리게 하고, 부평초에게 꽃을 피우게 한다.
막막한 한 시절 누군가 울고 있다. ‘마주 잡을 손 하나’를 애타게 기다리며 흔들리고 있다. 비탄에 젖어 서걱이는 그 뿌리를 온 벌판이, 아니 온 대지가 꼭 붙든 채 놓지 않고 있다.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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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는 것은 통곡이 몸으로 흘러넘쳐 일으키는 위태로운 지진과 같다. 그런데 고통스런 이 흔들림이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힘이 되고 있다. 고독과 소멸은 어차피 지상의 조건,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고통을 벚 삼아 간다면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상처에 등불을 켜는 이 건강한 낙천주의는 ‘뿌리 깊은 벌판’과 ‘마주 잡을 손 하나’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 믿음이 갈대를 충분히 흔들리게 하고, 부평초에게 꽃을 피우게 한다.
막막한 한 시절 누군가 울고 있다. ‘마주 잡을 손 하나’를 애타게 기다리며 흔들리고 있다. 비탄에 젖어 서걱이는 그 뿌리를 온 벌판이, 아니 온 대지가 꼭 붙든 채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