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초판을 내놓은 지 5년 만에 동시 10편을 추가하고, 컬러 삽화를 넣은 양장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첫 출간 이후 줄곧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특히 시집에 수록된 네 편의 시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등 동시집으로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용택 시인이 본격적으로 동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5년. “토요일이면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합니다. 아이들이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글을 쓰는 동안 나도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쓰는 공책에다가 동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동시를 쓰게 된 동기를 책머리에 밝히고 있다. 그때 시인과 함께 공부하며 글을 쓰던 여름이, 병태, 지우, 상윤이 들은 벌써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__「콩, 너는 죽었다」 (전문)
굴러가는 콩알을 애써 잡으려 쫓아가다가 콩알이 쥐구멍으로 쏙 숨어버리자 약이 바싹 올라 ‘너는 죽었다’고 씩씩대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인간과 자연의 본질에 대한 시인의 깊이 있는 이해는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들이 도시로 빠져나간 허전함, 손자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따스함, 자연과 함께하는 학교생활 등 농촌 아이들의 삶 속에 따스하게 투영되어 있다. 김용택 시인은 이제 천진성 속에 삶의 통찰을 보여주는 동심 속으로, 시심의 본령으로 더 깊이 다가가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서 교과서에 수록된 시편들 초등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 : 우리 반 여름이 초등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 : 콩, 너는 죽었다 초등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 :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 : 지구의 일

김용택 1948년 전라북도의 아름다운 섬진강가인 임실에서 태어났습니다.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등 아홉 편을 발표한 이후, 자연과 함께하는 빼어난 시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집 『섬진강』 『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꽃산 가는 길』『그리운 꽃편지』『그대, 거침없는 사랑』『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연애시집』,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장편동화 『옥이야 진메야』 등을 펴냈으며, 김수영문학상, 김소월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박건웅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2002년 출판만화 『꽃』을 펴냈고, 이 책으로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제주도 이야기를 다룬 『섬』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을 강물처럼 투명한 동시
섬진강 시인 김용택(50)씨가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실천문학사) 를 펴냈다. 전북 임실의 인공 호수 위에 자리잡은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학교" 라고 자랑하는 이 학교에서 그는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감꽃 피면 감꽃 냄새/밤꽃 피면 밤꽃 냄새/누가 누가 방귀 뀌었나 /방귀 냄새('우리 교실' ). 태어나 자란 고향에서 수 십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용택씨의 동시에는 아이다운 천진성과 순수가 담겨 있다. "병태 발가락이/양말을 뚫고 쏘옥 나왔네/어,추워/어, 추워/병태 엄지발가락이/꼼지락꼼지락 양말 속을 찾지만/병태 발가락/들어갈 곳이 없네/어, 추워/어, 추워/명태 양말 빵꾸났네∵ '병태 양말' ) 와 같은 시에서 보이는 것은 구멍난 양말이 상징하는 가난에 못지않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강한 힘이다. 전교생이 열여섯 명이라는 마암분교의 상황은 갈수록 공동화·황폐화해가는 농촌의 심상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시집에는 동무가 없어 외로워하는 농촌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다 어디 갔니 ?/다 어디 갔니?/숨바꼭질 할 사람 빨리 나와라/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붙어라/저녁밥 먹고 달 보며/논배미에서 부르는 소리/다 어디 갔니 ? /모두 다 어디들 갔니 ? " ( '산골 동네'에서) · 피서 차량을 두고 "산과 바다와 강을 뜯어먹으러 가는 벌레 같`('피서')다고 말하는 문명비판적 메시지의 시도 있지만, 시집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자연과 분리되지 않은 삶의 원형적 형태를 그리는 시들이다. "콩타작을 하였다/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튀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콩 잡아라 콩 잡아라 /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콩 잡으러 가는데/너.너,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콩, 너는죽었다" ( '콩, 너는 죽었다' ).
최재봉기자 / 한겨레신문 / 1998.11.17
섬진강시인 김용택, 동시집 펴내
「동무 없으면/냇가에 나가서 고기들이랑 놀지/동무 없으면/동무 없으면/동무가 없으면/우리 동네 나 혼자니까/나랑놀다가/그냥자지 뭐/소쩍새 소리나듣다가/그냥자지 뭐」 김용택(50 사진) 시인이 살고 일하는 전북 임실의 덕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는 열아홉명의 아이들이 다닌다 산골마을 아이들에게는 동무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 그들은 다람쥐 붕어 개구리 소쩍새와 벗한다 김씨의 표현으로는 혼자서도 「단풍잎처럼 뛰어논다」 그 아이들을 보며 김씨는 동시를 썼다 토요일마다 하는 글쓰기 공부시간에 선생님인 김씨도 아이들이 쓰는 공책에 동시를 썼다 그가 새로 낸 책 「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발행)는 그렇게 그가 3년여 쓴 동시를 모은 것이다 「우리 학교」「우리 집」「할머니」「자연」의 4부로 나뉘어진 시집에 실린 동시 68편은 학교와 집을 오가며, 따뜻한 가족과 지연의 품에서 티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동시를 쓰는 김씨의 마음은 그대로 떼묻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라간다 농촌실은 그의 동심에 잡히면 한 폭의 슬픈 그림이 된다 「하루종일 비가서 있고/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비오는 날」전문) 글을 쓰면서 아이들 글을 보고 내 글을 보면, 내 글이 항상 아이들 글보다 못했습니다 고 말한 김씨는 그래서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준 동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시심의 스승인 마암분교 아이들이 쓴 동시들도 모아 곧 한 권외 책으로 묵을 생각이다
문화/하종오기자 / 한국일보 / 199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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