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양선/여행서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 (1999)

실천문학 2013. 7. 30. 14:52

 

 

 

   

 

 

 

북으로는 진부령부터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 대관령 싸리재 하늘재를 거쳐 남의 추풍령 여원재까지,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열다섯 고개를 넘으며 느낀 감흥이 이야기를 듣는 듯 정감 넘치는 문장에 담겨 있다. 고개에 얽힌 옛 사연들, 지명의 유래를 꼼꼼히 찾아내고 기록한 정성이 돋보이는 책으로, 풍부한 사진 자료 도판과 지도 등이 실려 있다.


시인 김하돈이 우리나라 고개의 적자(嫡子)를 자부하는 백두대간에 걸린 열다섯 개의 고개를 기행하면서 고개마다에 얽힌 삶의 애환과 전설, 지명의 유래 등을 서정적인 필체로 엮어냈다.
이제껏 우리는 고개를 나뉨의 장소로 인식해 왔다. 험한 고갯길을 힘든 발품을 팔면서 넘나들었던 우리의 옛 선조들은 고개를 여행의 분수령으로 또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이별과 통한의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고개의 의미를 조금 더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고, 강의 유역과 유역을 넘나드는 크고 작은 고개들은 서로 다른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관문으로써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등줄기라고 불리는 백두대간에 걸쳐 있는 70여 개에 이르는 고개들, 남한의 북쪽 끝 진부령에서 지리산 초입에 있는 여원재에 이르는 고개들을 15대목으로 나누어 각 고개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개의 형성과정을 찾아낸 이 책은 본격적인 ‘고개보고서’라 할 만하다.

갈 수 없는 북녘 땅의 고개를 그리워하는 남쪽의 가장 끝자리 고개인 진부령, 금강산과 설악산을 나누는 고개 미시령, 우발라화 눈꽃 피는 남설악의 설경을 간직한 한계령, 하늘로 이어진 구룡령, 대굴대굴 굴러서 넘는다는 ‘대굴령’ 대관령, 동해의 푸른 물결이 보이는 소금고개 백복령, 세상에 문 닫고 돌아앉은 아라리고개 싸리재, 태백과 소백을 가르는 고치령, 비바람과 장승과 주막이 있는 죽령, 2천 년 전설 속의 옛길 하늘재, 구부야 눈물고개 문경새재, 중화지역의 화령,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 예순 명의 사람이 모여야 넘어간다는 도적고개 육십령, 영호남의 관문이자 운봉고개의 두 고개인 여원재 등 각각의 고개들은 사연도 많다.

김하돈 시인은 이 고개들을 여행할 때면 차 뒤칸에 살림살이 일체를 싣고 다니며 한 번에 보통 열흘씩 머물면서 고개를 취재했다. 각 고개마다 10회 이상씩 이렇게 찾아다녔으니 백두대간에 있는 고개 언저리의 사연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담겨져 있는 그의 글이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서 자신의 감정이 이입된 문학적 향취로 넘쳐나는 것도 이런 깊은 이해와 우리 국토를 아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김하돈
1964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했다. 서울, 부천 등지에서 노동운동에 관여하다가 1991년부터 청주에 살면서 글쓰기에 전념하며 시편들을 발표하고, 여러 잡지에 기행글도 연재하고 있다.

1. 진부령
2. 미시령
3. 한계령
4. 구룡령
5. 대관령
6. 백복령
7. 싸리재(두문동재)
8. 고치령
9. 죽령
10. 하늘재
11. 조령
12. 화령
13. 추풍령
14. 육십령
15. 여원재

자동차 세대에게 고개란 굽이치며 돌아가는 험한 길마루 이상의 의미가 없겠지만,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던 옛사람들에게 고개는 여행의 분수령으로, 드나듦을 표하는 통과의례의 공간으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마다 마을로 들어서는 옛이야기를 갖고 있었고, 고개를 넘어서면서 옛사람들은 사람사는 마을로 들어서는 마음을 추슬렀던 것이다.

지금도 강원도나 충북, 경북의 오지 고갯마루에 서면 어김없이 산신각이 자리잡고 있다. 옛사람들은 그 산신각에서 장도의 안전을 빌기도 하고, 다음 마을로 들어서는 기점으로 예를 표하기도 했다.<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는 이런 한국의 고개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조사보고서다.

뛰어난 여행 에세이로도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고개를 찾아서>는 이른바 한국의 등줄기라고 불리는 백두대간에 걸쳐있는 70여 개에 이르는 고개를 찾아간다. 남한의 북쪽 끝 진부령에서 지리산 초입에 있는 여원재에 이르는 고개들을 15 대목으로 나누어 각 고개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개의 형성과정을 찾아낸 본격적인 `고개보고서`라 할 만하다.

`삶의 고비마다 만나는 고개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있지요. 그 고개를 정점으로 사람과 마을이 헤어지고 만납니다. 가장 길다운 길이 바로 고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차 뒤칸에 살림살이 일체를 싣고 한번에 보통 열흘씩 고개여행을 떠난다. 각 고개마다 평균 10회 이상 찾아갔으니, 백두대간에 있는 고개는 언저리의 사연까지 환하게 알고 있다.

`특히 한국 미륵신앙의 종주라 할 수 있는 신라 진표스님의 발원으로 시작한 미륵이 고개를 넘어서 전파되는 경로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한국 최고(最古)의 고개인 계립령으로 추정되는, 충북 월악산에서 경북 문경으로 넘어가는 하늘재는 미륵신앙의 전파경로를 보여주는 고개다. 북쪽 너머에 있는 미륵리 절터의 미륵과 문경 관음리로 이어지며 곳곳에 서있는 미륵불이 이 하늘재를 중심으로 한 미륵신앙의 이동통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백산과 태백산의 경계를 넘어가는 경북 고치령도 흥미로운 고개다. 고치령에 자리잡고 있는 산신각에는 특이하게 단종과 금성대군 두신위가 있다. 북쪽 영월로 귀양온 단종과 남쪽 순흥리로 유배된 금성대군의 사연이 고치령에서 만난 것이다. 해마다 정월 보름이면 북쪽 마락리 사람들과 남쪽 연화동 사람들이 고치령에서 단종과 금성대군을 위한 산신제를 올린다.

`현재 하늘재로 추정되고 있는 계립령이 신라 아달라 이사금 3년에 열렸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습니다. 기록에 나타나는 최고의 고개인 계립령은 신라, 고려시대를 이어오는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대표적인 고개였지요. 이후 조선시대에는 그보다 남쪽에 문경새재 조령이 열렸고, 일제시대에는 이화령이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1904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추풍령은 경부를 잇는 가장 큰 고개가 되었습니다.`

떠돌이의 고개편력이라고도 할만한 책은 `운수납자(雲水衲子)`의 행보를 거듭하는 한 시인의 한국산하 주유기로도 읽힌다. 문장은 때론 제 설움에 겨운 문학적 향취로 넘치기도 하고, 방랑하는 영혼의 마음을 담은 고통에 찬 일기로 바뀌기도 한다. 그는 이제는 산짐승들만 드나드는 풀숲에 묻힌 고개 앞에서 `세상 문 닫고 돌아앉은 아라리 고개`를 노래하고, 구름을 넘어서 걸어가야 한다는 강원도 운두령을 넘으며 `하늘로 가는 길`을 연다.

백두대간의 고개를 넘어가는 저자의 행보가 어느덧 스스로 삶의 고개를 넘는 마음으로 대입되는 것이다.

--- 문화일보 배문성 기자 (1999년 2월 10일 수요일)


백두대간 고개마다 얽힌 애환과 전설고개는 그냥 산마루가 아니다. 그 곳에는 길손들의 슬픈 사연이 있고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인생의 맛이 깃들어 있다. 고개는 이별하는 곳이면서 상봉하는 곳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우리들 삶의 행로와 너무 닮았다. 시인 김하돈씨가 펴낸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에는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빚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담겨있다. 그는 틈만 나면 살림살이를 차 트렁크에 싣고 집을 나서 한 열흘씩 이 고개 저 고개를 누빈다. 특히 한반도의 척추뼈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의 열다섯 고개를 넘나들며 거기에 읽힌 애환과 전설, 지명유래 등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감칠맛 나는 글도 글이지만 1백50장의 사진과 지도는 얼마나 많은 품이 들었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김씨의 고개 탐사는 남한땅의 가장 북쪽끝 고개인 진부령에서 시작해 금강산과 설악산을 나누는 미시령, 눈꽃피는 남설악의 한계령, 대굴대굴 굴러서 넘는다는 대관령, 문닫고 세상과 돌아앉은 아라리고개 싸리재로 이어진다. 그는 한 고개를 10번 이상씩 찾아 그곳에 감춰진 사연들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무수한 고개를 넘어야 하는 인생살이의 애잔함이 시인의 감수성을 타고 더욱 깊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는''못가본 북녘 고개들을 채워넣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 1999.3.11



고개는 여행의 분수령이다. 이별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관문 역할도 한다. 그만큼 사연이 많다. 굳이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진부령에 낙인처럼 찍혀 있는 「민간인 통제구역」의 푯말은 현재진행형인 동족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와 기행글을 쓰는 필자가 월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고쳐 모았다. 북으로 진부령부터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 대관령 싸리재 하늘재를 거쳐, 남의 추풍령 여원재까지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열다섯 고개를 넘으며 느낀 감흥이 이야기를 듣는 듯 정감 넘치는 문장에 담겨 있다. 고개에 얽힌 옛 사연들, 지명의 유래를 꼼꼼히 찾아내고 기록한 정성이 돋보인다. 사진 자료도 많고, 지도까지 곁들여 있어 볼거리가 있는 책.

화제의 책 / 한국일보 / 1999.2.23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는 한국의 대표적 고개를 찾아 나섰다. 진부령을 시작으로 미시령 한계령 죽령 새재 추풍령 육십령 등 열다섯 고개의 역사와 고개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현장감 있게 실었다. 저자는 저술가 김하돈씨. 저자는 우리나라 10대 강 가운데 8개 강의 유역을 구분하는 백두대간 고개들이 서로 으뜸이라며 앞자리 다툼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굽이마다 숱한 사연들이 쌓이고 이러한 사연들이 인문지리사를 이루었고 그 고개를 경계로 독창적인 문화가 발달하게 됐던 것. 최북단의 고개는 진부령. 고개 주변은 화전민들이 따비밭을 일구어 옥수수와 감자 같은 잡곡을 일구어 먹고 사는 오지였으나 지금은 스키장이 들어서 유럽의 유명 관광지나 다름없이 변했다고 한다. 최남단은 남원에서 운봉고원으로 오르는 여원재로 동편제가 생성됐던 곳이다.

손에잡히는책 / 국민일보 / 1999.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