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양선/여행서

마라도 청년, 민통선 아이들 -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2003)

실천문학 2013. 7. 30. 15:01

 

 

 

   

 

 

 

 

사진작가 최상운의 첫 포토에세이집. 갯가나 바닷가에 살면서 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캐며 살아가는 사람들, 산이나 들과 같은 뭍에 살면서 협업으로 또는 독자적인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34편의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보듯 풍부한 사진과 진솔한 글로 전해준다.


그대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것은
나무도 아니고 강물이나 동물도 아니다.
그대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은
오로지 그대와 같은 존재들뿐이리라.
― 헤르만 헤세

수줍은 듯 진지한 눈빛으로 담아낸 우리네 정취

우리의 풍광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현대화는 자연과 어울린 삶의 복판에서도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농부는 논밭을 떠나 길가의 ‘가든’에서 밥상을 차리고, 어부는 섬과 양식장을 버리고 해변에 민박집을 차린다. 우리의 문명은 우리의 삶과 자연을 이간질한다. 자연은 점점 더 순수한 체하면서 관광객의 구경거리가 된다.
이런 우울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진작가 최상운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낙천적이며, 겸손하게 땅과 강과 뻘에 ‘붙어 사는’ 인간을 주목한다. 최상운의 사진 속에서 자연은 도회적 시각에 길들여지지 않고 그것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주민과 나란히 포즈를 취한다.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자연과 인간을 거부하면서 작가는 사람들이 그 전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연의 후경을 주시한다.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우리의 산천과 수목이 제 빛깔을 내도록 그는 약간 수줍고 진지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겨냥한다. 그렇게 담아낸 그의 사진은 관광사진이나 낯선 고장을 짜릿하게 제시하는 수법을 넘어 우리네 정취의 참다운 맛을 찾아준다. ― 추천사 중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의 행복한 만남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며 떠들썩하게 집을 나선다. 그러나 단지 집을 떠난다는 것만으로 여행이 될 수 있을까.
최상운의 포토에세이 『마라도 청년, 민통선 아이들』은 여행의 진정한 목적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행서들처럼 기억에 남을 멋진 풍광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까에 대한 친절한 조언을 해주지도 않거니와, 문화유산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설명을 늘어놓아 독자에게 그럴듯한 지식을 전달하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저자는 구닥다리 카메라 가방 하나 달랑 둘러메고 발품을 팔면서 그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을, 직접 찍은 120여 장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우리에게 두런두런 들려준다. 저자는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른 환경에서 나와 다른 삶의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천문학사는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꾼』,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장이』, 『이색마을 이색기행』과 같은 기행서 시리즈를 펴내며 여느 관광서와는 다른, 이 땅 구석구석에 숨어 소중하게 살아 숨쉬는 우리네 삶의 원형과 땅을 소개해 왔다. 이와 같은 기획은 의미와 테마를 찾는 여행서 붐을 이끌어왔고, 그 시리즈의 일환인 이 책 『마라도 청년, 민통선 아이들』 또한 단순 관광과는 다른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추구하는 데에 충실한 동반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34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다
갯가나 바닷가에 살면서 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캐며 살아가는 사람들, 산이나 들과 같은 뭍에 살면서 협업으로 또는 독자적인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120여 컷의 사진을 통해 이러한 사람살이의 모습을 엄선된 한 편의 정통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나 마라도로 옮겼어”라고 외치는 개그맨이 등장하는 이동통신회사의 광고를 보고 자장면을 먹을 수 없는 자신의 고향 마라도가 생각나서 그곳에 자장면 집을 차리게 되었다는 화가 청년 빛남 씨, 지리산 골골을 찾아다니며 우편물도 배달해 주고 편지도 읽어주는 지리산 집배원 아저씨,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말이 딱 맞을 만큼 의가 좋은 강구안의 어부 형제, 왁자지껄 떠들썩한 순창 5일장에서 만난 장터 사람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최남단 마라도에서 자장면 집을 운영하는 청년도 만날 수 있고, 최북단 민통선에서 자전거를 타며 노는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어느 곳에나 사람이 살고 있으며, 다양한 삶의 행태들을 보여준다. 획일화된 도시민의 갑갑한 일상을 떠나 자연과 벗하며 흙과 함께 또는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 그 여행길에서 만난 가슴 따뜻한 사람들과의 어울림. 단순한 관광이 아닌, 무언가 다른 것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여행.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삶의 단편들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진실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그로써 여행은 하나의 삶의 체험이 되고 다양한 삶의 태도를 배우는 계기가 된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사진과 진솔한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최상운
1966년생. 법학 공부를 하다가 사진에 빠져들게 됨.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동 대학원 졸업. 1988년 봄, 복사꽃 흐드러지게 필 때 구닥다리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여행을 떠남. 잡지, 사보에 사진과 글 기고.

프롤로그_비둘기호, 정선선
율도국의 숨결, 위도 | 제주바다 새끼섬, 우도 | 혹성 탐험, 태안반도 의항리 | 송화가루 날리는 곰소 염전 | 자연의 보고, 우포늪 | 꼬막 캐는 벌교 아낙네 | 법성포 앞바다에 눈이 내리다 | 안개 속 고창 뻘 | 안흥항 꽃게와 갈매기 | 밥탐 많은 오징어를 유혹하는 후포항 | 동백 천국, 지심도 | 과메기 바람 부는 호미곶 | 화보_할리 데이비슨 해발 8백 미터 고지대, 자운리 | 밤골엔 부림 홍씨가 산다 | 푸른 등의 구렁이, 보성 차밭 | 칼바람에 익어가는 대관령 황태 | 횡성 참숯 가마 | DMZ 아래, 민통선마을 | 왁자지껄 순창 5일장 | 대숲에 바람 이는 가산마을 | 산수유의 왕국, 산동마을 | 큰스님 차 만드는 선운사 | 소나무의 바다, 울진의 송이마을 | 외딴 마을 간이역, 승부 | 상주 곶감 타래 | 화보_밭에서 돌 골라내는 아낙
마라도의 자장면집 | 강구항의 어부 형제/ 지리산 집배원 | 고창 덕흥 향교 집사 | 장호원 농부가족 | 횡성 별바라기 | 안성의 남사당 꼭두쇠 | 섬진강가 매화를 닮은 사람 | 속초 등대 막내둥이 | 화보_청학동 사람들
에필로그_안성의 백년 된 여관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

멋진 풍광에 대한 소개나 문화유산에 대한 시시콜콜한 설명 대신 발품을 팔면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가 눈길을 끄는 여행서다. ‘포토에세이’라는 표현처럼 법학 공부를 하다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어 중앙대 사진학과를 나온 저자가 구닥다리 카메라로 직접 찍은 120장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그동안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와 같이 여느 기행서와는 다른 의미와 테마를 찾는 여행서 붐을 이끌어온 출판사의 기획물이기도 하다.

책에는 “나 마라도로 옮겼어”라고 외치는 개그맨이 등장하는 이동통신회사의 광고를 보고 자장면을 먹을 수 없는 자신의 고향 마라도가 생각나서 그곳에 자장면집을 차리게 됐다는 화가 청년 빛남씨를 비롯, 지리산 골골을 찾아다니며 우편물도 배달해주고 편지도 읽어주는 지리산 집배원 아저씨, 왁자지껄 떠들썩한 순창 5일장에서 만난 장터 사람들, 최북단 민통선에서 자전거를 타며 노는 아이등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가 실려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른 환경에서 나와 다른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의미임을 말하고 있다.

--- 문화일보 북리뷰 최영창기자 (2003년 10월 16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