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담쟁이 문고

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2009)

실천문학 2013. 8. 1. 11:14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로 제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연이 청소년 소설을 출간했다. 실천문학사에서 펴내는 청소년 문학선 ‘담쟁이 문고’의 다섯 번째 권으로 나온 『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이 땅에서 딸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모든 여자들에 관한 솔직하고도 대담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여성의 성장담, 딸과 엄마의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이 작품은 중학생인 딸의 시선으로 엄마와 외할머니에 이르는 여성 3대의 상처와 화해를 경쾌한 문체로 풀어놓았다.


“이 짠한 엄마를 어떡하면 좋겠니?”
‘얼른엄마’와 ‘알았어딸’의 고군분투기


이 작품은 여타의 성장소설처럼 세밀하게 성장을 가공해내지 않는다. 눈이 오면 버스마저 끊겨버리는 외진 산골에서 살아가는 철없는 싱글맘 엄마와 엄마의 연애를 카운슬링해주는 속 깊은 중학생 딸의 이야기를 기둥 줄거리로 하여 엎치락뒤치락 시트콤처럼 경쾌하게 펼쳐놓는다. 통통 튀는 발랄한 문체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서사가 역동적으로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시종 입체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19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이혼이라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엄마가 딸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딸은 힘든 학교생활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모녀가 서로에게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한편 엄마의 연애대상이 딸이 다니는 중학교의 원어민 영어선생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는데 그 영어선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은 이 작품이 갖는 장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화자의 개인적 상처를 사회화하고 결국 그 상처를 뛰어넘는 것을 통과의례로 삼게 마련인 이른바, ‘성장소설’로 분류되는 청소년 소설의 도식적 설정을 이 작품은 경쾌하게 넘어선다.



“엄마, 고마워……”
이 땅의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성장소설


첩첩산중 시골에서 글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는 비주류소설가 엄마, 부모의 이혼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어린 시절을 보낸 딸, 이 가난한 모녀의 밥이자 하늘이 되어주는 외할머니 그리고 주인을 닮아 뜨거운 모성애를 보여주는 암캐, 흰둥이. 이들은 서로에 대한 상처와 응원, 대립과 화해 속에 자식을 낳고 기르는 엄마란 존재가 무슨 의미인지, 나아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일깨운다.
여성 영화의 고전인 <안토니아스 라인>처럼 여성의 자립과 여성성의 세계를 일구어가는 이야기이며 후일 엄마가 될 소녀들에게 바치는 이 작품은 이 땅의 모든 엄마와 딸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다.



§이야기 속으로

나는 천천중학교 2학년, 김목련. 첩첩산중,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엄마랑 둘이 산다. 비주류 작가이면서 따로 돈도 벌지 않는 엄마를 둔 덕에 나는 새 학년이 시작되면 언제나 급식 지원을 받기 위해 앵벌이 신세가 된다.

엄마는 비올리스트인 남자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다음 날, 또 다른 남자의 이름을 내게 묻는다. 엄마의 새로운 남자는 바로 젊고 잘생긴 우리 학교 원어민 영어 교사, 스티브. 엄마는 미국 대학의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응모해보려고 하는데 영어 이력서가 필요하다며 스티브의 이메일 주소를 알길 원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엄마의 간청에 스티브와의 연락을 담당하면서 난 엄마로부터 이제 '사랑의 카운슬러'에서 '사랑의 메신저'로 불리우게 된다.

엄마가 영문 이력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고 시절 고향 광주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후,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간 대학에서 학업은 포기한 채 학생운동을 하다 시위를 주도하고 노동현장에 들어가 3년여를 보낸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에게 붙잡혀 정신병원에까지 끌려간 이야기를. 그리고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이 정신병원 이야기를 단편으로 써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엄마는 두어 달에 한 번씩 고향인 광주에 가 할머니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할머니는 엄마가 나이 오십이 되도록 글 써서 먹고 살지도 못하면서 홀로 딸을 키우는 것이 안타까워, 엄마는 엄마대로 할머니가 자신의 뜻도 몰라주고 돈으로 길들이려 한다는 서운함에 격렬하게 말싸움이 붙곤 하지만 늘 화해의 눈물로 끝이 난다.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와 함께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엄마는 난소에 혹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난소암 검사를 받는다. 엄마가 암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난 공포로 몸을 떤다. 수술을 앞두고 엄마는 내가 엄마 인생의 가장 큰 자부심이었듯이 딸인 나도 엄마가 내 인생의 가장 큰 긍지가 되길 소망하는 유서를 쓰는데……



§추천의 글

소설가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소설가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이야기만 쓴다. 여기 소설가 김연이 그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지난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산 사람으로서의 자의식, 결혼, 성, 우정 등이 경쾌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경쾌한 만큼, 대책 없이, 슬프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상황이라니!
중학생 딸을 엄마의 거울로 삼아 거울에 비친 엄마의 삶을 진솔하게, 너무나도 진솔하게 내비친 이 소설은 훗날 청소년 소설의 목록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이런 말만 떠오른다. 아이들아 이 짠한 엄마를 어떡하면 좋겠니? 이제 너희들이 대답을 준비할 차례다.
-박상률(시인·『청소년문학』 주간)

김연_남도 땅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1982년, 청운의 꿈을 안고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들어가 13년 만에 졸업장 하나 간신히 건졌다. 1990년, 부모님 이름을 조합한 차주옥이라는 필명으로 장편노동소설 『함께 가자 우리』를 발표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1997년,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로 한겨레문학상 수상, 상금으로 가평 골짜기에 집을 짓고 마당에 자작나무 한 그루 심었다. 딸과 둘이 첩첩산중에서 감자 캐고 오디 따 먹으며 장편소설 『그 여름날의 치자와 오디』, 여행서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 등을 썼다. 딸과 함께 세 번이나 유럽 고행 길에 오른 걸로도 성이 안 차 지금은 미국 아이오와시티로 긴 여행을 떠나 제대로 헤매고 있는 중이다.

 

프롤로그 · 나쁜 교육 · 나는야 앵벌이 소녀 · 엄마와 함께 춤을 · 눈물 파도타기 · 사랑의 카운슬러로 산다는 건 · 스티브를 만나다 · 수사슴 씨를 향한 엄마의 자서전 · 왕따 친구 흰둥이 · 목련나무 소년 · 찔레 가시 · 분쟁지역의 평화 · 마녀와 개구리 왕자 ·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 징글징글한 사랑 · 열네 번째 여름 · 꽃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 유혈낭자 모녀 · 3학년이 되었다 · 에필로그 · 작가의 말

 모녀가 흘린 땀과 눈물의 10년 세월 오롯이 ―― 박록삼 기자, 서울신문(2009. 10. 31.)
 엄마의 상처난 과거를 보며 소녀는 서서히 성장해 가고… ―― 김혜경 기자, 한국일보(2009.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