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담쟁이 문고

톤즈의 약속 (2011)

실천문학 2013. 8. 1. 11:19

 

 

 

  

 

 

 

올해 대한민국 최고 국민훈장인 무궁화장을 수상하며 한 생의 죽음이 결코 죽음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타인의 가슴속에서 살아나는지 말없이 보여준 실천적 성자 이태석 신부. 촉망받는 의사로서의 삶을 기꺼이 포기하고 머나먼 아프리카 수단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함께 사랑했던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실천문학사의 청소년문학선인 담쟁이 문고로 출간되었다. 내전으로 신음하는 남수단 톤즈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다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선종한 이태석 신부에 관한 책들이 최근에 여러 종 출간되었지만 이미 다큐멘터리나 매스컴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들만이 주를 이룬다.
실천문학사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사실적 삶을 토대 위해 ‘픽션’을 가미하여 이태석 신부를 객관화시켰다. ‘마뉴’라는 그곳 아이를 등장시켜 우리의 시선이 아닌, 그곳 수단 어린이의 시선에 가깝게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조명하였고, 수단 어린이들이 처한 인권 현실을 보다 실감 있게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사실과 감동을 선사하고자 하였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의 울림!
이태석 신부와 수단의 한 소년병 이야기


이 책은 사실적 일화들을 바탕으로, 이태석 신부를 만난 열세 살 소년병사 마뉴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전쟁으로 엄마를 잃고 몸에 총상까지 입은 소년병 마뉴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많은 아이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자란 마뉴의 마음에는 미안함이나 고마움, 기쁨의 일반적인 감정 대신 복수심과 분노심 만이 가득하다. 그런 마뉴의 눈에 비친 이태석 신부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복장도 낯설고 말투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항상 지어보이는 신부의 미소다. 마뉴는 또래 아이들과 싸움을 일으키기도 하고 몰래 진료실에 있는 약병을 다 깨트리기도 하며 자신에게 찾아온 평화를 인정하지 못한다.


“약속하자. 내가 돌아오면 너도 달라지겠다고.”
"이건 비밀인데... 전 신부님 처음 볼 때부터 좋아했어요."


톤즈 마을에 온 지 얼마간이 지났어도 마뉴는 여전히 이태석 신부와 대화를 나누거나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 없다. 신부가 묻는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수긍하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뉴의 마음에는 새로운 것들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여전히 인자하고 관대한 이태석 신부가 전해준 ‘음악’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이태석 신부는 음악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던 사람이었다. 교황방문을 준비해 신부가 결성한 ‘브라스밴드’에 속한 아이들은 빠르게 악기와 음악에 적응해간다. 이번만큼은 마뉴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뉴는 처음 보는 악기들이 빚어내는 화음에 매료된다. 그리고 곧 아이들이 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의 일원이 되어간다.


그들이 기적이라고 부르는 이름!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 간 아프리카의 성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버리고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영혼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가 온 생을 사랑으로 불태운 고 이태석 신부님을 만나게 된 건 벅찬 감동이자 행운이었습니다.
자기만 바라보며 한없이 왜소해진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이 무엇인지를 신부님은 실천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오히려 기쁨을 잃어버린 우리의 영혼에 큰 충격과 울림을 주셨습니다. 신부님처럼 우리도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으로 자기 마음이 하는 말을 듣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단을 비롯해서 아직도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어린이들은 전쟁과 가난, 질병과 무지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책이 작은 계기가 되어 우리의 마음이 더 낮은 곳으로 향하고 사랑과 나눔으로 뜨거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각자가 자기의 삶에서 더 씩씩하고 거대한 영혼으로 변화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의 글

『톤즈의 약속』은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던 남부 수단의 톤즈 마을에서 의사이자 성직자로서 봉사활동을 하시다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님이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살아간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 이태석 신부님이 얼마나 사랑이 많은 분이였는가를 비롯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한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도 잘 알 수 있다. 신부님은 7년 만에 한국으로 잠시 나왔다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지만 톤즈의 아이들은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신부님을 아직도 기다린다. 신부님은 비록 그들 곁을 떠났지만 신부님의 사랑만큼은 지금 톤즈 마을에서 더욱더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_정호승 (시인)

2009년 봄, 휴가차 한국에 온 이태석 신부님을 꼭 한 번 만난 일이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던 중이었는데 맑고 겸손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며 그분이 우리 곁에 좀 더 오래 머물러주길 아주 간절히 기도했지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신부님이 아주 가까이에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눈감지 마세요. 사랑만이 영원합니다’라고. 악을 선으로 녹이는 힘, 복수에 가득 찬 마음을 용서의 마음으로 변화시키는 힘, 총칼을 들었던 손에 평화의 악기를 들게 하는 힘, 그 힘이 바로 사랑인 것을 신부님이 세상을 떠나고서야 우리는 더욱 확실히 알게 됩니다. 이제 책에서 받은 감동을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꽃피워가야 하는가라는 큰 숙제를 받았습니다. 우리 함께 이 무겁지만 아름다운 숙제를 풀어가기로 해요. _이해인(수녀·시인)


§본문에서

마뉴가 팔을 쭉 뻗어 신부님에게 총을 내밀었다.
“받아요.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 이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총을 녹여서 악기를 만들면 더 좋을 거예요.”
“마, 마뉴!”
신부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아북 대신 제가 북을 치게 해주세요.”
“그렇게 하라고 할 땐 안 한다고 버티더니…… 어떻게 생각이 바뀐 거냐?”
“신부님이 말했잖아요.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라고. 생각해보니까 진짜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은 아킬을 죽이거나 북수단군을 죽이는 복수가 아니었어요. 나도 저 아이들처럼…… 행복해지고 싶은 거였어요.”
신부님이 와락 마뉴를 끌어안았다. 마음이 울렁거렸다. 마뉴를 변화시켜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글을 쓰신 이병승 선생님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늘 ‘심심해’를 외치면서 신 나고 재미있는 것만 찾아다니며 공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느낌’, ‘의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안 다니는 길만 골라 다녀서 외로움도 많이 탑니다. 시와 소설, 만화스토리 등을 썼고, 현재는 동화와 동시를 쓰고 있으며, 장차 시나리오와 청소년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시속 100쪽의 속도가 붙을 만큼 재미있게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그러면서도 문학적 향기와 뼈가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989년 『사상문예운동』으로 문단에 나왔고, 2009년 푸른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등을 수상하며 아동문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낸 책으로 『빛보다 빠른 꼬부기』, 『차일드 폴』, 『내일을 지우는 마법의 달력』, 『초록 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초능력 교습소』, 『난 너무 잘났어!』가 곧 나올 예정입니다.

 

_그림을 그리신 한수임 선생님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연구했습니다. 그림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했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그린 책으로 『새 보는 할배』, 『할아버지와 모자』, 『가을을 만났어요』, 『강릉 가는 옛 길』, 『노래는 흩어지고 꿈같은 이야기만 남아』, 『까만나라 노란추장』, 『이제마』, 『박지원』 등이 있습니다. 한국의 사계절과 한시에 관심이 많아, 숲, 바람, 눈, 비, 햇살, 냄새와 관련된 그림책을 구상 중에 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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