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단계로 본 동아시아 문명 (2002)
동아시아, 그 문명의 숲 들여다보기. 단순히 ‘서양인의 동아시아 연구’라는 현상적 가치를 넘어, 전체를 개괄하는 ‘동아시아 문명의 새로운 지형도’로서 의의를 지닌다. 동아시아 삼국의 사상적 영향관계를 명징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중국 중심의 획일적인 연구의 틀을 깨고 서양 학계에 한국 신유교의 깊이를 설파하고 한국 학계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는 것으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동아시아, 그 문명의 숲 들여다보기
이 책은 에드윈 라이샤워(Edwin O. Reischauer, 1910~1990)의 1986년 하버드 대학 강좌를 통해 동아시아 문명에 눈뜨게 된 드 배리 교수가 같은 대학 출판부에서 1988년 출판한 것을 번역한 것이다.
우리는 ‘동아시아’라는 숲속에 있음으로 해서 그 숲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는 데 서툴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서양인의 동아시아 연구’라는 현상적 가치를 넘어, 전체를 개괄하는 ‘동아시아 문명의 새로운 지형도’로서 의의를 지닌다.
특히 이 책은 동아시아 연구에 일본과 한국을 포함시킴으로써 기존의 중국 중심의 획일적인 연구의 틀을 깨고 서양 학계에 한국 신유교의 깊이를 설파하고 동시에 한국 학계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는 것으로도 우리에게 각별하다.
다섯 단계의 대화
저자는 동아시아 문명에서 ‘대화’는 ‘관념을 공유하거나 교환한다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사용되어 왔’다고 지적하고, 문명과 종교 혹은 학문간의 대화에 착안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유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문명을 풀어나갔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유가와 묵가, 도가 및 법가 사이의 대화로서 틀을 형성하는 단계, 두번째 단계의 대화는 불교와 유교와 동아시아 각 지역의 토착 전통 사이의 대화, 세번째는 신유교와 불교 사이의 대화이고, 네번째는 주로 신유교와 서구 문명 사이의 대화, 마지막 다섯 번째는 전망에 관한 고찰로 이루어졌다.
현대 문명에 대한 잔잔한 고찰
저자는 현재의 세계 사회가 서구의 근대화로 획일화되면서 ‘높이’와 ‘속도’에 의존해 살아오면서 흥분.충격.환상.멋 속에서 욕구를 충족시키고 또 활력을 얻어왔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저자는 손오공 이야기를 들려준다.(187쪽) 손오공의 재주와 비상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부처님의 손바닥’이라는, 정적이지만 우주를 통찰하는 큰 깨달음이 없었다면 손오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현대 문명이 품고 있는 모순의 해독제는 동쪽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대화는 마무리된다. 결국 저자는 동아시아가 단순한 연구의 소재가 아니라 결국 인간이 살아야 할 이 지구와 세계에 대한 고민의 일부분임을 말하고 있다. 아직도 동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은 ‘질문’과 ‘답’을 찾는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시어도어 드 배리
1919년 출생한 드 배리 교수는 1949년부터 컬럼비아 대학에서 동아시아 사상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1990년 공식 퇴임한 이후에도 특별봉사교수 신분으로 강의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컬럼비아 대학의 명예부총장과 존 미첼 메이슨 석좌명예교수를 겸하고 있다.
동아시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사상과 학문에 관한 많은 저서를 펴냈다. 최신 저술로는 Waiting for the Dawn: A Plan for the Prince(Columbia University Press, 1993): Asian Values and Human Rights(Harvard University Press, 1998) 등이 있다.
한평수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에서 철학 및 동아시아 철학사상을 공부했고, 현재 인하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1장 고전적 유산
제2장 불교의 시대
제3장 신유교의 단계
제4장 동아시아의 근대적 변형
제5장 후기유교의 새 시대
제6장 동아시아와 서구; 서로 따라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