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소설

겨울의 집 (1999)

실천문학 2013. 8. 5. 14:39

 

 

 

 

 

         

 

 

 

 


시대적 현실과 고통에 밀착한 긴장된 시선을 줄곧 놓치지 않아 온 작가 이대환의 장편소설. 해방 전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칠포댁과 그의 후예들 그리고 역사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이웃들의 삶이 펼쳐지는 눈물과 사랑의 대서사시. 얼어터진 상처에서 피어난 들꽃 같은 가족 사랑의 이야기이다.


고집스런 글쓰기로 일관해 온 이대환

이대환의 글쓰기는 고집스럽다. 시대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시대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많은 작가들이 개인의 내면과 삶의 현상 속에서 소재와 주제를 풀어나가는 데 반해, 이대환은 삶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바탕으로 역사와 시대 속에 존재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것은 이대환이 어느 한 부분도 구김이 없는 탄탄한 구성이라는 특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 치의 오차 없이 풀어나가는 그의 글쓰기는 포스트모던이나 해체주의에서 나타나는 관점의 부재로 인한 난해와 무주제성을 철저히 배격하고 현실의 문제와 앞으로의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시대를 정리하는 소설, 희망을 예견하는 소설
『겨울의 집』은 3대에 걸친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해방 전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칠포댁과 그의 후예들, 그리고 역사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이웃 사람들이 얽히면서 한 가족의 삶이 격동의 역사를 거쳐 현재로 녹아드는 과정을 구체적 형상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주인공들이 겪는 역사의 그늘을 전형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으로 볼 때, 지금까지의 역사소설이나 대하소설과 같은 맥락 속에 존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통한 흥미 찾기나 역사적 기록을 통한 아픔의 재생에 그치지 않고 고난의 과거를 밝은 내일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상처에 대한 치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왔고 살아갈 「겨울의 집」
「이대환」은 추위의 혹독함 속에 있는 집이다. 문과 창으로는 바람에 날려온 눈발이 얼음을 반으로 하여 엉겨 있고 섬돌 밑의 신발로 차가움이 고이는 가운데 버려진 듯한 집,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면 굴뚝 위에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집 방 안 아랫목에는 이불에 덮여 온기를 유지하는 밥공기가 희망처럼 놓여 있고 사람이 서로 살을 비비며 내일을 기다리는 삶이 있을 것이다.
「이대환」은 바로 그런 곳이다. 모진 환경이 지배하는 고난의 계절 속에서도 밥을 데우고 연기를 피우며 '사람'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엮어가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잉태해 내는 공간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작가가 말하는 우리의 역사이며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이대환
1958년 포항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PEN클럽 한국본부가 주관한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되어 일찍이 문단에 나왔으나, 대학 졸업과 함께 귀향하여 오랜 공백을 가졌다. 1989년 『현대문학』 장편소설 공모에 다시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미완성의 돌』, 『말뚝이의 그림자』, 『새벽, 동틀 녘』, 소설집 『조그만 깃발 하나』, 『생선 창자 속으로 들어간 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