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개정판] (2009)
*제19회 ! 느낌표 선정도서. 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 한국출판인회의〈이달의 책〉 선정도서.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깊이 있는 주제와 중후한 문체로 주목받아 온 대작가 현기영의 아름다운 성장소설. 인간의 역사적 실존성을 극대하게 보여주는 우리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성장소설로 상찬받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심장부를 흐르는 서사성과 남도의 대자연 위에 펼쳐지는 서정성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진 아름다운 소설.
숨막히는 현대사와 유년의 추억을 찾아가는 서사시(敍事詩)
기억의 단편들도 저마다 나름의 광채로 명멸,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서로간에 몇 광년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마치 천개(天蓋)의 같은 곡면에 박혀 있는 것처럼, 현기영의 자전적 소설인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를 유년으로 되돌려놓는다.
대장간, 종기, 전깃불, 유리구슬, 도깨비, 전투놀이 등 소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필자의 빼어난 통찰로 진행된다.
어머니가 옷을 가져간 줄도 모르고 헤엄치다가 여자애들 볼세라 불알만 잡고 뛰던 주인공 똥깅이, 입 속까지 흘러내리던 국수가락 같은 코를 한순간 들이마시는 누렁코, 커다란 먹구슬나무를 겁 없이 오르는 나무타기 도사 웬깅이……. 별명만 들어도 상상이 되는 어린 개구쟁이들이 사춘기 소년으로 자라날 때까지의 우습고도 슬픈 이 이야기는(이 작품은 박재동의 애니메이션 영화 <오돌또기>의 뼈대가 되고 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속 발생한 큰 사건들 (4. 3사건, 6. 25 등) 때문에 개인적 과거에 묶여 있지 않고 공동체의 과거, 즉 역사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여자 목욕탕, 터럭, 말미잘, 벌 등 성적 호기심에 가득 찬 사춘기 소년 '똥깅이'의 모습도 적나라하게묘사되어 있다. 또한 제주 섬이라는 변경을 벗어나 육지로의 비상을 꿈꾸게 만들어준 신석이 형과의 일화, 맥베스 연극공연 이야기, 아버지와의 갈등 등은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겪는 아픔을 그대로 함께 하고 있다.
부박(浮薄)한 문학풍토에 던지는 본격문학의 장중한 항진
저자인 현기영은 이렇게 말한다. "성장소설의 성격을 띠는 글인데 무게중심은 '이념'보다는 그 시대의 '현상'입니다. 내 유년의 현상, 그러니까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수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지요. 이런 소설을 쓸 때는 가슴이 퍽 설레입니다. 왜냐하면 꼭 지난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아보는 느낌이거든요. ……내 문학을 결정지은 배경이 여기에 나옵니다. 나를 키운 것은 부모님만이 아닙니다. 제주의 자연도 나를 성장시키는 데 큰 몫을 했지요. 또한 유년의 친구들, 중학 시절의 독서, 그로 인해 책의 자식이 되는 과정이 나옵니다. 직업군인이셨던 아버지의 부재가 나를 편모 슬하의 야릇하고 반항적인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생존하면서도 아버지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요. 나중에 돌아온 아버지와는 극한 대립까지 가게 됩니다. 아버지의 그런 부재가 나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이 계절의 작가」, 『실천문학』 1995년 여름호 중에서)
숨막히는 긴장과 함께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유년의 추억으로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인간의 역사적 실존성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우리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성장소설의 하나이다.
현기영
1941년 제주 출생.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2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제5회 신동엽창작기금, 제5회 만해문학상, 제2회 오영수문학상, 1999년 이 작품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으로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집 『순이 삼촌』, 『아스팔트』, 『마지막 테우리』,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타는 섬』, 산문집『젊은 대지를 위하여』, 『바다와 술잔』 등이 있다.
[인터뷰] <지상에 숟가락 하나>의 작가 현기영이 본 '볼온서적' ―― 강기희 기자, 오마이뉴스(2008. 8. 2.)
[기고]불온서적 ‘지상에 숟가락 하나’ ―― 허영선 시인, 경향신문(2008. 8. 5.)
천둥벌거숭이 난리통을 헤치다
숟가락은 곧 밥이지요. 밥은 곧 삶이고요. 첫 휴가 나온 오빠가 들려준 얘기도 숟가락을 훔친 일이었습니다. 훈련소에 가면 숟가락이 하나씩 배당되는데 하루 지나면 꼭 한두 개씩 비었다네요. 어벙한 훈련병이 놓친 건지 생사의 치열함을 가르치는 일종의 훈련이었는지 아리송했지만, 이 책을 보곤 후자 쪽이라 심증을 굳혔습니다. 작가를 유년시절로 데려다준 계기도 숟가락 놓은 지 보름 만에 아버지가 생을 떠난 일이고, 4·3의 장두 이덕구 주검에도 숟가락이 하나 꽂혀 있었다고 하니까요.
『순이삼촌』에서 고향 제주도의 슬픈 역사를 말하던 작가여서 이 또한 비장한 이야기라 지레짐작했지요. 그런데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더군요.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무시무시한 난리통과 늘 배고팠던 가난 속에서도 들로 산으로 바다로 천방지축 뛰어다녔던 천둥벌거숭이의 자라남 말입니다.
나는 소년 '똥깅이'가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살아내는 과정을 보면서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주책없이 웃고 또 울었지요. 그리고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간다'는 생의 철학을 얻었습니다.
___한겨레신문 책과사람 김윤경 (역사비평사 편집장) (2003년 5월 3일 토요일)
'시대가 준 아픔이 내성장의 자양분'
중견작가 현기영(58) 씨가 10년 만에 새 장편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내놓았다. 자전적 성격을 띤 이 작품에서 그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한국 현대사의 그늘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소설의 밑그림은 막막한 바다에 갇혀 외로움을 삭이던 섬 소년이 어엿한 문학청년으로 커가는 과정이다. 그 위에 비극적인 가족사와 4.3사건 한국전쟁 등 슬픔의 무늬들이 겹쳐진다.
역사의 행간에 감춰져 있던 한 작가의 성장기록은 담담하면서도 애잔하게 읽힌다.
그의 회상은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질곡의 시대를 견뎌온 아버지에게 죽음은 '실패자가 쟁취한 최후의 승리'다. 뱀을 영감이라고 부르던 증조할아버지와 살쾡이를 무서워했던 나의 어린시절도 어둡기는 마찬가지. 4.3사태 때 오름봉우리에 오르던 봉앳불(봉화)과 토벌대가 마을에 지른 방앳불(방화)은 아직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다. 허기져 드러누운 어머니에게 '약으로 써라'며 외할아버지가 보내준 돼지고기 한 근은 또 얼마나 가슴아린 기억인가.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약이 있을까.
작품 속에는 그의 글쓰기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원'지의 고교생들 작품을 흉내내어 써 본 '어머니와 어머니'가 그의 첫 소설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문학수업은 아버지를 향한 7년간의 편지쓰기에서 비롯됐다. 아버지는 늘 부재중이었으며 또한 투쟁의 대상이었다. 광활한 수평선마저 올가미처럼 그를 죄었다. 그런 그에게 문학과 독서는 유일한 출구였다. '문학을 신봉하기 시작하면서 이상이나 카뮈 등을 내 식구보다 더 가까운 혈연처럼 생각했고 그들이 가르친 파격 반항 불성실 같은 것들을 금과옥조로 삼았지요' 그것은 곧 '아프면서 크는' 성장과정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얼굴이 점점 아버지의 영정을 닮아가고 날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귀향연습'을 한다. 그는 작품 말미에 '내가 떠난 곳이 변경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이라고 저 바다는 일깨워준다'고 썼다. 그 고백처럼 '영원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모태로 돌아가는 순환의 도정'에 그는 지금 서 있는 것이다. '인간성장의 방정식에는 변수와 항수가 함께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___한국경제 문화 고두현 기자 (1999년 3월 1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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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일 : |
2003-11-28 오전 11:2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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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후반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영어를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이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풍부하고 정감 있는 분이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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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일 : |
2003-12-14 오후 12:4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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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직 어린 나이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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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일 : |
2004-06-23 오후 10:3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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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행위가 무의식의 지층을 쪼는 곡괭이질과 다름없을진대, 곡괭이 끝에 과거의 생생한 파편이 걸려들 때마다, 나는 마치 그때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사는 것처럼 희열에 휩싸이는 것이다.” (p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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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일 : |
2004-09-30 오후 3:1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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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행위가 무의식의 지층을 쪼는 곡괭이질과 다름없을진대, 곡괭이 끝에 과거의 생생한 파편이 걸려들 때마다, 나는 마치 그때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사는 것처럼 희열에 휩싸이는 것이다.” (p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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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일 : |
2006-04-18 오후 9:2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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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삶을 급급하게 이어가기 바쁜 요즈음, 욕심버리고 지상에 숟가락 하나갖고 살아가도 이세상 아무것도 부러울것 없고 정감어린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