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찬물 한 사발로 깨어나 (1995)
실천문학
2013. 8. 9. 11:46
연초 변사체로 발견되어 문단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충격을 주었던 박종권 시인의 유고시집.
『민중시』『신동아』『시와사회』등에 발표된 시와 미발표 시를 모아 엮은
이 시집이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 되었다.
생전에 문단의 가객으로 불리었던 그의 시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이르러야 할 곳에 이르지 못하는 삶에서 비롯되는 자기연민으로 인한 울음이
깔려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장하고 깊은 운율 속에 북장단과도 같은 우렁참
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밤배
이제 떠나가는 밤배가 되어
저 바다에 붉은 까치놀이 떠들어와
뱃머리 탕탕 쳐서 시간을 재촉할 때
막소금같이 얼어붙은 눈물
허공에 흩뿌리고
그 흔한 사랑의 노래 한 가락도
손 흔들어 불러 보내는 사람이 없고
젖은 불빛마저 끊어져 사라져버린
배고프고 목마른 부두
쓸쓸한 한 세상의 겨울바람 끝에서
그대 떠나는가 눈앞을 가리우는 어둠 속으로
__「밤배」 부분
박종권
1954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광주서중,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유학을 공부했다. 1984년 인간문화재 김명환 선생에게서 판소리고법을 전수받고, 1986년 『민중시』 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 민족문학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1995년 1월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