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그리움' '아름다움' '희망' '기다림' 등의 중심 언어를 넘나들며 인간에 대한 따스한 사랑과 뜨거운 믿음, 혹은 그에 대한 갈망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그의 시편들은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과 믿음임을 맑고 투명한 언어로써 보여주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민병일 '앞에만 서면' 무기력해져 버린다. 그의 독촉받지 않는 채무자로서 나는, 그가 오히려 쩔쩔매면서 나를 무언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의 고요한 희망(글 좀 써주었으면 하는)에 속수무책으로 이끌린다. 나도 힘들지만 그대가 더 힘들어하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속내 말하는 그의 타고난 '진정'이 그의 이번 시집 『여수로 가는 막차』의 배경에 오래된 '녹'처럼 아름답게 부식되어 있다. 그 아름다움은 사람들과 그들의 삶과 역사를 안으로 삼키는 자의 애틋한 인내에 의해 묵음(默音)되어 있어서, 읽는 이에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떤 진실의 울림을 전달해 준다. 진실이 미학에 앞선다는 것을 내가 수락할 때, 내 나이 마흔 한가운데 왔다.__황지우(시인)

민병일 1959년 서울 출생으로 1989년 『문학예술운동』에 「비무장지대 1」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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