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1997)
실천문학
2013. 8. 9. 13:54
오봉옥은 언어를 혹사시키면서 애써 시를 만들려고 하지 않고 자기 말로 노래를 부르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확실히 기술적 조합에 의한 언어의 조형물이 아니라 가슴 밑바닥에서 터져나오는 노래에 가깝다. 이 세번째 시집을 내기까지 시인 오봉옥은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의연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시를 쓰고 싶은 시인의 소망, 시에 끌려가서도 안 되지만 시를 끌고 가서도 안 된다는 생각,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다짐이 8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아프다, 나는 쉬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한때는 자랑이었다
풀섶에서 만난 봉오리들 불러모아
피어봐, 한번 피어봐 하고
아무런 죄도 없이, 상처도 없이 노래를 불렀으니
이제 내가 부른 꽃들
모두 졌다
__「꽃」 부분
오봉옥
1961년 전남 광주 출생으로 1986년 창비 『16인 신작시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1·2, 산문집 『난 월급 받는 시인을 꿈꾼다』, 동화 『서울에 온 어린왕자』 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