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청산을 부른다 (1998)

실천문학 2013. 8. 9. 13:56

 

 

 

 

 

 

        

 

 

 

 

 


청산(靑山)이 낮은 세상의 아침을 구하는 것처럼 윤중호 역시 낮은 사람들의 세상을 몸으로 부딪치며 그 질긴 생명력과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 희망을 시로 노래해 왔다.

그의 시가 갖는 또 다른 미덕은 따뜻함이다. 자칫 쓸쓸하고 절망적일 겨울밤 금강 원둑길의 풍경과 심사가 오히려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애정으로도 뒷받침되는 것이지만 더 크게는 그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인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전의 시집에서부터 관류되어 온 그의 시의 본질로서 이번 시집에서도 자칫 조락·무화의 정조로 쏠
려버리기 쉬운 시의 기운을 따뜻하고 둥글게 일으켜 세우고 있다.

슬그머니 저자거리에 내려와
서러운 곱사등, 조막손으로 눈을 가리고, 훔치듯 해바라기하며
차부 한켠에서 눈곱을 떼고 있어도
靑山은 靑山이다. 추운 세상 고개 돌리다가 언뜻 보았던
아! 그때 그 사람이었을까?
스스로 세상의 넝마가 되어
무료급식소 식판 그득히
따순 온기를 담던 사람, 세상의 쓰레기가 되어, 저물녘에
어둑어둑, 다리 절면서 스스로
깜깜한 밤이 되던 사람
다시, 靑山을 부른다.
__「청산을 부른다 2」 부분

 

윤중호
1956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1984년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본동에 내리는 비』 『금강에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