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다시 사랑을 (1998)
이흔복의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정처없이 헤매는 쓸쓸한 영혼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존재의 고독과
그리움의 끝에서 터져나온 '울음'처럼. 그러나 그 쓸쓸한 영혼의 방황만이 표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방황하는 영혼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부드러운 시인의 심성이 함께 배어 있다.
"아직 별들이 스러지지 않은 새벽에 시인 이흔복이 혼자 일어나 고단하게 쓰러져
잠들어버린 우리들의 집집마다 한 송이 꽃을 던져넣고 땀을 훔치는 것을 본다. 그
꽃은 그의 희고 맑은 뿌리가 피워낸 꽃이다. 그의
시는 꽃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생명의 진리에 닿아 있다. 우리들 삶의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실뿌리를 내리고
피어난 꽃! 그 고통의 꽃의 향기가 우리들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정호승__시인)
이제는 더 이상 떠날 곳조차 없는 이곳 서울에서
우리가 산다는 것은 분노인 것이다.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사랑한다는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일 때까지 우리는 갈잎새들 살을
섞는 통곡과도 같은 세월일랑 참고 견뎌야 한다. 오랜 동안 사람의 숲에서 서성여야 한다. 낮과 밤을 떠나면서, 떠난 것만큼 분명하게 머문 이곳
서울에서 우리가 산다
는 것은 침묵하는 것이다. 때로는 분노인 것이다.__「서울에서 사랑을」 전문
이흔복
1963년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경기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6년 문학 무크지 『民意』로 등단. 1987년 동인시집 『80년대』(1집), 1988년 『90년대』(2집)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