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미안하다 (1999)
노동자들의 고달픈 생활을 쉽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 꾸준하게 노동시를 발표해 온 서정홍 시인의 세번째 시집.
그의 삶과 시선이 함께 진솔하기에 서 시인의 시는 이 시대 민중들의 삶에 교직되어진 애환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이른바 보통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 희망과 절망이, 그리고 때로는 잔잔한 분노 또한 느껴지는 신념이 왜곡 없이 묘사되어 있다. 담담하게 그려지는 자신과
이웃들의 좌절과 절망은 결코 좌절과 절망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 시집에서는 단순히 노동현장에서 벗어나 가족, 아이, 이웃이 있는 생활현장,
농촌과 생명의 세계에까지 그 지평을 확대해 나가며,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무도
너에게
가문날 물을 주거나 거름 주지 않아도
비바람 부는 날 막대기 하나 세워주지 않아도
눈 내리는 날 볏짚조차 덮어주지
않아도
(중략)
아무도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너는 모든 것을 사랑했다
사랑이, 그 큰 사랑이
험한
세상 버티는 힘이 되었다
가장 큰 힘이 되었다
__「풀에게」(부분)
서정홍
1958년 경남 마산 출생으로, 1990년 제1회
'마창노련 문학상', 1992년 제4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다. 재 '일과시' 동인이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마산·창원지부' 문학분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윗몸일으키기』(현암사),『58년 개띠』(보리), 자녀교육이야기『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보리),이오덕 외 여섯 사람과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보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