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안동소주 (1999)

실천문학 2013. 8. 11. 23:02

 

 

 

 

 

 

 

          

 

 

 

 

 

 

 

안상학 시인의 두번째 시집. 삶에 대한 희망과 긍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그의 시는 읽는 이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격정의 시대를 회고하는 부분에서도 잃지 않고 부각되는 특징인데, 그 이유는 시인의 시선이 이미 시대와의 거리를 확보하고 안정된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주변과 일상,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평화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고 있다.

겨울, 봉정사 가는 길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
세상에 움직이는 것이라곤
내리꽂히고 쌓이는 진눈깨비뿐
흐르던 물도 얼어붙어 있었다.
갈잎을 흔들어대던 바람도
앙상한 가지 사이사이에 잠들어 있었다.

절 마당에는 스님이 보이지 않았다.
(중략) 다만, 눈비 긋고 선 극락전 처마 밑
한참을 기다리고 선 끝에
낙숫물 거슬러 날아오르는
맞배지붕보다 더 큰 날개를 가진
새 한 마리 보았을 뿐이다.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__「봉정사」 부분

안상학
1962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1988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7년 11월의 신천」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 무사한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