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소주병 (2004)
실천문학
2013. 8. 11. 23:35
공광규의 시는 "세상의 한복판"을 뚫고 가는 부드럽고 힘찬 강물이다. 동시에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 떼를
연상케 한다. 강물의 흐림과 맑음, 차가움과 따스함, 욕망의 넘침과 비움이라는 존재의 안과 밖에 감성의 촉수를 뻗는다.__김수복(시인, 단국대
문창과 교수)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소주병 (전문)
공광규
1960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1986년
『동서문학』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1987년 『실천문학』에 현장시들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