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백제시편 (2004)
실천문학
2013. 8. 11. 23:37
한 시대와의 싸움 끝에 맺힌 울혈을 어떻게 다스려야 시가 이렇듯 사뿐해지는 것일까. 시의 몸이 나비의 날개처럼
가벼워졌으니 말이다. 그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이 말과 말 사이로 스며들어 여유 있는 긴장을 만들어내는 게 참 보기 좋다. 서정의 간략한 점묘라는
점에서는 박용래에 닿아 있고, 고향의 언저리를 꾸준히 더듬고 있다는 점에서는 백석에도 닿아 있는 듯한 이 시집은 조재도 시인의 시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게 분명하다. __안도현(시인)
집집마다 추녀 밑 어둠 고여라
발 씻은 고무신 거울러 놓은
토방,
마루에 앉아
울 밑 접시꽃
동구 밖 미루나무
청제비 빛 어둠에 아슴아슴 지워지면
뭉긋한 산날
수레바퀴만히
떠오르는
저, 붉은 달
―「붉은 달」 전문
조재도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1985년 『민중교육』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교사일기』, 『침묵의 바다 파도가 되어』, 『쉴 참에
담배 한 대』, 『사십 세』, 『그 나라』 등이 있으며, 교육수상집 『바로 서는 참교육』, 『삶 사회 인간 교육』, 산문집 『내 안의 작은
길』, 장편소설 『지난날의 미래』, 장편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