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임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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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아무렇게나
홀랑 까뒤집어서 벗어 던지는
아이들의 양말
걔들 엄마는 호통치기 일쑤이지만
나는 그냥 그 귀여운 발목이라도 보는 듯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들의 발은 못 말리는 것!
이 세상을 쿵쿵 뛰기 위해 온 그 녀석들을
누가 무슨 재주로 말린단 말인가
양말을 까뒤집으면서
때묻은 어른들의 꿈을 까뒤집으면서
아이들은 크는 법
양말에 묻혀 온 저 꿈의 얼룩들이
아름다운 무늬가 되어서
우리 집을 채우는 저녁
아내가 돌리는 세탁기 안에서까지
깔깔거리고 쿵쿵대며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발목
세상의 모든 숨은 꿈의 머리카락을 찾아내는
너희들의 양말
"학교를 갔다 와서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하우스에 갔다. 그런데 뻐꾸기 소리가 났다. 뻐꾹뻐꾹 하더니 한 번 더 들어보니깐 워꾹워꾹, 또 들어보니깐 보꾹보꾹 해서 나는 뻐꾸기는 소리가 세 개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났다."
놀랍지 않은가?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학교에 갔다 온 소년은 제도교육이 '뻐국뻐꾹' 이라는 언어의 감옥 속에 가둬놓은 뻐꾸기 울음 소리를 단번에 해방시켜놓았다. '때묻은 어른들의 꿈을 까뒤집'듯이.
공인된 상징어가 아무리 사회적 약속이라 하더라도, 꿈 꿀 권리까지 빼앗아 갈 수는 없다. 뻐꾸기도 허구헌 날 같은 식으로만 울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뻐꾸기도 울다 지치면 목이 쉰다. 대단한 발견을 하고 나서, 할머니를 향해 뛰어가는 이영완 군의 '발목'이 보이는 것 같다.
홀랑 까뒤집어서 벗어 던지는
아이들의 양말
걔들 엄마는 호통치기 일쑤이지만
나는 그냥 그 귀여운 발목이라도 보는 듯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이 세상을 쿵쿵 뛰기 위해 온 그 녀석들을
누가 무슨 재주로 말린단 말인가
양말을 까뒤집으면서
때묻은 어른들의 꿈을 까뒤집으면서
아이들은 크는 법
양말에 묻혀 온 저 꿈의 얼룩들이
아름다운 무늬가 되어서
우리 집을 채우는 저녁
아내가 돌리는 세탁기 안에서까지
깔깔거리고 쿵쿵대며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발목
세상의 모든 숨은 꿈의 머리카락을 찾아내는
너희들의 양말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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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갔다 와서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하우스에 갔다. 그런데 뻐꾸기 소리가 났다. 뻐꾹뻐꾹 하더니 한 번 더 들어보니깐 워꾹워꾹, 또 들어보니깐 보꾹보꾹 해서 나는 뻐꾸기는 소리가 세 개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났다."
놀랍지 않은가?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학교에 갔다 온 소년은 제도교육이 '뻐국뻐꾹' 이라는 언어의 감옥 속에 가둬놓은 뻐꾸기 울음 소리를 단번에 해방시켜놓았다. '때묻은 어른들의 꿈을 까뒤집'듯이.
공인된 상징어가 아무리 사회적 약속이라 하더라도, 꿈 꿀 권리까지 빼앗아 갈 수는 없다. 뻐꾸기도 허구헌 날 같은 식으로만 울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뻐꾸기도 울다 지치면 목이 쉰다. 대단한 발견을 하고 나서, 할머니를 향해 뛰어가는 이영완 군의 '발목'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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