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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실천문학_2013 봄호

실천문학 2013. 7. 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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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이른바 ‘디스토피아의 상상력’이 그간의 우리 문학과 기타 사회문화적 저작물들을 지배해 왔던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디스토피아의 상상력’이야말로 어쩌면 지금 ‘여기에 없는’ 유토피아의 필요성을 환기하기 위한 절박한 자기점검이며 비판정신일 수도 있다. 여기에 있는 참담함과 추악함의 가혹하고도 잔인한 선연함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처참함을 묘사하고 고발하고 고통스러워함으로써, ‘더 이상 이렇게 지속되어서는 안 될 미래’를 상상할 수 있으니, ‘디스토피아의 상상력’은 유토피아를 상상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지도 모른다.
이번 실천문학이 특집으로 기획한 “사건들, 그 이후를 생각한다.”를 이러한 유토피아의 상상력을 위한 밑그림으로 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시절 대표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한진중공업 고공투쟁, MBC 파업, 새만금 사업의 연장시행, 용산참사를 계기로 한 작가들의 사회적 발언 등을 다루기로 기획하였다. 특집 원고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사건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슈가 된 사건들이 때맞춰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때때로 그것은 과거형의 사건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되짚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사건들이 언제나 진행형의 와중에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그러나 사건은 종결되지 않으며 그것은 흔적으로, 상처로, 뼈아픈 반성이나 새로운 기획으로 언제나 우리들의 현재 속에 살아 있다. 특집의 필자들이 기록하고 있는 이들 사건의 역사는 현정권 이전의 시점에서 연원하여 앞으로의 정권과 그 이후까지 계속될 우리 사회의 전반적 문제를 압축하고 있다. 다른 미래에서 살기 위하여 이들 사건이 압축하고 있는 노동, 언론, 환경, 문화의 문제들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그간 <실천문학>은 제도에 안착하지 않는, 공식적 기록에 수용되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해 왔다. 선거로 완성될 수 없는 다양한 정치의 가능성들을 타진해 본 “정치를 넘어선 정치”(여름호)나 공식적 문학사에서 제외된 장르였던 르포에 관심을 기울였던 “판타지와 르포르타주”(겨울호) 같은 기획도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문학과 역사와 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선으로, 그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현장의 체험과 실감을 존중하는 것. 앞으로도 <실천문학>이 지켜야 할 가치는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체험세대와 연구세대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며 문학사를 다시 읽고자 했던 ‘문학사/시선들’을 ‘아래로부터의 문학사’로 재구성해 선보이는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식인들의, 제도적으로 안착된 문학사를 넘어서서, 아직 충분히 읽혀지지 않은 기록과 증언들을 포함하는 다른 문학사를 상상하기 위한 기획이다. 앞으로 문학 바깥과 문학 이외를 넘나드는 다른 목소리들을 더 적극적으로 의미화함으로써 망각과 누락으로 제외되었던 말들을 다시 읽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호에는 소설가이자 사회학자인 조은 선생과의 대담을 수록했다. 사당동 빈민들과의 오랜 교섭의 기록인 ?사당동 더하기 25?는 그것 자체로 ‘사건’과 ‘그 이후’에 대한 성찰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대담을 통해 문학과 사회학의 분과학문을 넘나들고, 문자와 영상의 매체 특성을 통과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여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철거의 문학사라 할 만한 송은영의 「추방당한 삶의 기록들」, 지식인 중심의 ‘문학’을 반성적으로 다시 읽으며 문학의 공공성을 재구하는 평론 「공공재로서의 문자와 비문해자들의 문학」(장성규)이 보태짐으로써 ‘아래로부터의 문학사’는 더 풍성한 육체를 얻는다. 함께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호부터 최진영의 연재소설 <원도>를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왜 살아있는가’보다 ‘왜 죽지 않는가’를 고민하는 외로운 사내 원도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진진하다. 연재소설 외에도 강태식, 김미월, 김연수의 단편들, 최근 등단한 젊은 시인들의 특집으로 꾸려진 시편들 덕분에 이번호 창작난도 풍성하다. 독자들의 애정어린 관심을 부탁드린다. 실업고 실습생들을 취재한 희정의 르포, 목수정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람기, 소설가 윤이형의 독특한 영화 관람기로 채워진 ‘혁명의 나비효과’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국면을 개성적인 시각으로 재구하고 있다. 편수는 줄었지만 실천문학을 읽는 재미는 전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문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책들에 대한 성실하고 유익한 서평을 보내 주신 필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 실천의 말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서영인

▃ 특집│사건들, 그 이후를 생각한다
사건들의 흔적을 찾아서|김원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투쟁, 그 이후 현장은|박성호
새만금 이후 사람들의 삶, 체험 그리고 현재|박정운
방송 파업 이후, 박근혜 시대의 공영방송은 어디로 갈 것인가|최승호
용산, 두리반 그리고 ‘희망 버스’ 이후 작가들|박준

▃ 아래로부터의 문학사
대담_사회과학자가 읽은 가난 그리고 문학의 힘|조은·김원
비평_추방당한 삶의 기록들|송은영

▃ 혁명의 나비효과
사람의 역사가 보이지 않는다|목수현
1980년대라는 달의 뒷면|윤이형
열아홉 살의 생존 비법|희정

▃ 비평
공공재로서 문자와 비문해자들의 문학|장성규

▃ 시
박성준|할 일 외 1편
박소란|너는 모른다 외 1편
신철규|No surprises 외 1편
안미옥|호칭 외 1편
여성민|접은 곳 외 1편
유병록|너는 사라지지 않는다 외 1편
이성진|슈게이저(shoegazer) 외 1편
최영미|연인 외 1편
최호빈|오즈 외 1편

▃ 단편소설
강태식|두 친구
김미월|어느 날 문득
김연수|동욱

▃ 연재소설
최진영|원도(제1회)

▃ 계간 리뷰
유채림, 『매력만점 철거농성장』|이진경·은혜
귄터 발라프 지음,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것없이』|탁선미
노향림,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송종원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오세인
이재웅, 『불온한 응시』|김대성
최민석, 『능력자』|이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