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최성각이 쓴 생태소설이 출간되었다. 실천문학사에서 펴내는 청소년을 위한 문학선 ‘담쟁이 문고’의 하나로, 앞서 출간된 『이빨 자국』(조재도 지음, 노정아 그림)과 『똥깅이』(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를 잇는 세 번째 책이다.
19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는 1990년대 초 상계소각장 반대투쟁에 뛰어들면서 환경운동과 인연을 맺으며 “환경운동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그는 이러한 독특한 이력을 때로는 소설로, 때로는 에세이로 풀어왔는데 이 작품 『거위, 맞다와 무답이』는 그 정점에 놓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거위 두 마리와 함께했던 2년간을 추억하며 슬픔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특유의 화법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어른을 위한 동화로, 청소년을 위한 소설로,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깊은 감동과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두 마리 거위와 함께한 2년간의 아름다운 기록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강원도, 호수가 가까이 있는 한 골짜기에서 거위 두 마리와 2년여 시간 동안 신나게 같이 놀다가 거위와 헤어지게 된 쉰 살이 좀 넘은 한 사내가 들려주는 거위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거위, 맞다와 무답이를 알게 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맞다와 무답이가 어떻게 자리잡을지 나는 잘 모릅니다. 큰 욕심은 내지 않을 작정입니다. 이 이야기를 접한 어린이나 어른들에게 이 거위 이야기가 한 반년 정도는 마음속에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맞다’와 ‘무답이’의 이름만큼은 최소한 반년의 아홉 배가량의 기간쯤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이야기를 펼치기 전에」
작가와 거위의 특별한 인연은 앞서 출간되었던 산문집 『달려라 냇물아』에 수록된 「내 등판은 거위 놀이터다」라는 글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특히 그 산문집의 표지로 쓰인 인상 깊은 사진 한 컷은 최성각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다. 『거위, 맞다와 무답이』는 바로 그 짧은 산문과 사진 한 컷에서 시작된다.
소설의 형식을 빌렸으나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맞다’와 ‘무답’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위 한 쌍과 ‘한 사내’의 특별하고도 유별난 교감이 따뜻한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맞다’와 ‘무답’이는 그들의 ‘아빠’를 자처하는 ‘그래풀’은 물론이고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우리 자연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은근히 일깨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수평적 세계관 아래 자연만물을 대하는 데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거위밥을 훔쳐 먹는 들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그래풀과 연구소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들쥐 출입 금지’라는 경고판을 내걸며 들쥐조차 인간과 동등한 객체로 ‘모시는’ 이들의 모습은 웃음과 함께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새, 돌, 지렁이’ 등에게 ‘풀꽃상’을 ‘드리는’ 것으로 유명한 ‘풀꽃운동’의 중심에 작가인 최성각이 있으니 이 작품이 산업화 이후, 엉망으로 망가져가는 우리의 생태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소설(엽편소설)을 우리 문학계에 처음으로 본격 도입한 작가이기도 한 그가 이 소설 『거위, 맞다와 무답이』를 통해 이제 또 한 번 ‘생태소설’이라는 풀꽃처럼 예쁘고 소박한 깃발을 내걸며 한걸음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일찍 세상을 떠난 거위 두 마리를 기리는 환경운동하는 소설가 최성각의 생태소설
맞다는 씩씩하고, 대가 세고, 듬직한 남편이었습니다. 무답이는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새악시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였습니다. 둘이 떨어져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서로 그토록 사랑하는 존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날지도 못하는 퇴화한 새, 겨우 거위일 뿐인 그 애들에게서 저는 진실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았습니다. _본문에서
총 12개의 꼭지로 나누어 쓰여진 이 작품은 2년간의 특별했던 이들의 동거를 사계절 안에 압축하여 담았다. 20여 컷의 삽화는 오랫동안 세밀화 작업을 했던 화가에 의해 작품을 더욱 풍부하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충북 제천의 외진 산골 마을에 사는 화가는 이 작품에 깊이 매료되어 작가의 퇴골 연구실을 몇 번이고 드나들며 스케치에 오래 공을 들였다. 삽화에 그려진 배경들은 모두 실재하는 공간들이다. 특히 맞다와 무답이, 그리고 찰구가 함께 있는 그림의 배경인 찰구집은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여느 개집과는 다르다. 창이 있다거나 들어가는 문이 따로 있는 모양새가 마치 인간의 집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 이것은 작가의 세계관이 엿보이는 생활의 한 단면이자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림으로 표현해낸 화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씩씩하고, 대가 세고, 듬직한 남편”이었던 맞다와 순하디순한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새악시”였던 무답이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들의 주인이자 ‘아빠’였던 그래풀, 최성각에 의해 영원히 가슴속에 살아 숨 쉬게 되었다. 출간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자료 사진들을 들춰보는 내내 작가는 “우리 아이들 너무 예쁘죠”를 입에 달고 있었다. 그는 아직 그 ‘아이들’을 보내지 못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을 보기 시작한 순간 우리 모두는 ‘그래풀’이 되거나 ‘왕풀’이 되어 맞다와 무답이를 ‘우리 아이들’로 가슴에 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추천의 글
“나무 이파리와 새와 반짝이는 음표 같은 소설”
당신의 가슴속에는
어떤 나무들이 이파리를 나부끼고 있나요.
당신의 가슴속에는 어떤 새들이 알을 품고 있나요.
당신의 가슴속에는 어떤 음표들이 반짝거리고 있나요.
제발 아무 나무도 이파리를 나부끼지 않고
아무 새도 알을 품고 있지 않으며
아무 음표도 반짝거리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가슴속에 황무지를 간직한
죄인입니다.
가슴속에 황무지를 간직한 죄인이 때로는
세상을 황무지로 만듭니다.
처방을 해드릴까요.
세상이 개떡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일용할 양식처럼
이 소설을 복용하십시오.
물론 약발은 끝내줍니다.
_이외수(소설가)
∥작가 최성각은 우리 문학계에 그리 흔치 않은, ‘환경운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일찍부터 ‘새와 돌멩이, 자전거와 지렁이’ 등에게 환경상(풀꽃상)을 드리는 특이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펼치던 그는 어느 날 시골에 집(풀꽃평화연구소)을 짓고 밭의 김을 매고, 거위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맞다와 무답이는 그가 키웠던 거위입니다. 크고 하얀 새들과 같이 살았던 2년 여 동안 그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수리부엉이가 거위들을 공격했습니다. 맞다와 무답이를 잃고 난 뒤, 그는 마치 자식을 잃은 것 같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뒤뚱거리는 하얀 거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는 그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참 아름답고 자유로운 삶을 살다 간 맞다와 무답이 이야기를 통해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봄기운처럼 훈훈한 감정이 피어오르리라 믿습니다.
∥그린이 이상훈_ 추계예대 동양화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톡톡톡 날아가는 씨』, 『생명의 늪 신비한 동굴』, 『우리는 환경 지킴이』, 『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 『숲이 된 연어』, 『세밀화와 동화로 엮은 빗방울의 여행』, 『연어』, 『연두 자연관찰』, 『파브르 곤충기』 등이 있습니다. 지금은 주로 자연에 관한 그림을 그리며 충북 단양의 작은 산골마을에 삽니다.
이야기를 펼치기 전에 7
잊혀진 동물 11
맞다와 무답이 23
거위 아빠 그래풀 37
짝사랑의 끝 49
찰구와 거위들 67
수리부엉이 85
거위밥 도둑 93
가을과 겨울 105
하얀 알 113
알도둑 125
습격 141
자작나무 무덤 151
부록—풀꽃평화연구소 사람들 163
‘거위아빠’로 산 2년…행복했던 교감의 추억 ―― 최현미 기자, 문화일보(2009. 6. 11.)
꽥! 꽥! 거위 한 쌍이 나를 가르치네 ―― 이고운 기자, 한국경제(2009. 6. 11.)
아이에게 일깨워주는 자연의 소중함 ―― 연합뉴스, 김지연 기자(2009. 6. 5.)
최성각 씨 소설 ‘거위’… 잊혀진 동물 등 12개 테마 ―― 박지영 기자, 강원도민일보(200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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