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 법학자로서 현재 영남대학교에 재직 중인 박홍규 교수의 새 책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법,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을 담아온 저자의 글쓰기 이력에 의미 있는 저서 한 권이 추가된 셈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뼈아프게 공감하고 함께 되새겨야 할 우리 사회 전반에 관한 적실하고도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진보적 법학자 박홍규가 대한민국, 한국인에게 날리는 거침없는 하이-킥
남북정상회담, 대선을 위한 각 정당의 국민경선, 학력위조,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피랍 사건, 비정규직 문제로 불거진 이랜드 사태 등, 2007년 하반기로 접어든 대한민국의 정세는 날로 혼탁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올해 초,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은 그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되었다. 저자의 이야기는 지난 4월, 버지니아 사건 때 느낀 참담한 고통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버지니아 사건은 “미국이라는 ‘신자유주의’ 나라에서 소외된 소수 약자의 고통과, 그 고통을 얼마든지 집단 살인으로 이끌 소지를 제공하는 방종한 총기 소지 탓”이며 “그 범인이 한국인이었음은 단지 우연일 뿐”이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섬뜩한 진실은 “그런 미국을 이상으로 삼고 있는 또 하나의 미국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표본이라 할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소년 강간범 수가 높은 대한민국, 날로 심화되는 빈부 격차, 그 속에서 소외되는 약자들로 넘쳐나는 대한민국, 백인 콤플렉스, 미국 콤플렉스에 빠져 서구적 기준의 성형과 영어 지상 제일주의로 그 정체성마저 잃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알고 보면 버지니아 사건은 이 땅, 대한민국에서 언제, 어느 때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희망으로 가는 해답은 일면 단순하다. “공생”의 문화. 분단과 대립과 경쟁이 빚은 모든 비인간적 폐해를 청산하고 연대와 참가와 협동을 원리로 하여, 각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곧 타인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즉 공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욕과 권력욕, 분단과 단절, 침략과 침식, 공격과 지배, 투쟁과 승패, 억압과 차별, 불공평과 불평등, 획일화와 기계화, 반자연과 인공 조작”으로 얼룩진 “단생(單生)의 대한민국”에서 “공생의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나아가 누구나 충분히 자기 실현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서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공생의 지혜”가 있다. 저자는 그것을 “보자기”에서 찾는다. 클레나 몬드리안보다 앞서 2백 년 전, 우리의 서민 아낙네들의 일상 속에 존재했던 보자기는 천 조각을 꼼꼼히 잇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생활 속의 지혜이자 공생의 원리였다. 외국인이 한국의 약동하는 색조를 보고 놀라는 것은 현란한 간판의 무질서함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만든 보자기와 같은 소박한 공생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1952년 생. 영남대 법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사카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서 미국 하버드 법대, 영국 노팅엄 법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법학을 연구했으며 하버드 대학 인권연구소 객원교수를 거쳐 영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법, 사회, 문화, 예술에 관한 왕성한 글쓰기와 다수의 평전, 번역서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을 보여주고 있는 학자이자 저술가이다.
성급하게 공업화, 도시화를 서둘렀던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쳐 ‘한강의 기적’ 운운하며 자아도취에 빠진 채로 IMF라는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태풍을 맞았던 1990년대 말을 기점으로 그동안 안으로 곪아들어가기만 했던 “비정규직 문제, 주택 문제, 성차별, 임금차별, 가정파탄, 성매매나 성범죄” 등은 심각할 정도로 늘어나 급기야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되어 수면 위에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많은 돈을 벌어 “흥청망청 먹고 쓰자는 이야기가 유일무이한 민족철학”처럼 떠돌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 과연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 걸까? 저자는 “정치나 경제 등을 논한 소위 경륜서”도 “정경론”도 아닌 그저 “시시하고 소박한 생활 주변 이야기”일 뿐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세대, 즉 “꽃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기 위한 물음표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오염·분단·왜곡·상실·추악·위기의 대한민국,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소박한 희망이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저는 대한민국은 물론 한반도가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에 이바지하는 자랑스러운 조국이기를, 그 속에 사는 한민족 사람들이 모두 진실하고 선량하며 아름답기를, 즉 진선미이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나 제가 특별히 잘나고 잘되어서 남의 나라나 남을 지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남을 도우며 함께 정답게 살기를 바랍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기적’의 나라가 아니라 ‘희망’의 나라이기를 바랍니다. 강대국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이기를, 미국이나 일본처럼 힘세고 큰 나라가 아니라 작고 착한 나라이기를 바랍니다.”
대표 저서로 『한국과 ILO』, 『노동법』, 『조지 오웰』, 『내 친구 빈센트』, 『오노레 도미에』, 『카뮈를 위한 변명』, 『의적, 정의를 훔치다』, 『윌리엄 모리스 평전』, 『베토벤 평전』,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박홍규의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 『아니키즘 이야기』, 『셰익스피어는 제국주의자다』, 『돈키호테처럼 미쳐?』, 『예술, 정치를 만나다』 등과 번역서 『인권론』, 『감시와 처벌』,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제국주의』, 『현대사상과 인권』, 『에코토피아 뉴스』, 『간디 자서전』 등이 있다.
|머리말| 꽃들에게 희망을! ● 7
물욕에 오염된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 19
돈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 61
힘으로 왜곡된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 115
공공이 상실된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 157
인조로 추악한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 187
획일로 위기인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 221
|맺음말| 다양한 공생의 대한민국을! ● 253
두 교수의 대한민국 연구 "희망은 있더라" ―― 김중기 기자, 매일신문(2007. 12. 17.)
"보자기에서 공생의 문화 배웠으면" ―― 김정선 기자, 연합뉴스(2007.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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