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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릿 (2009)

실천문학 2013. 8. 7. 14:46

 

 

 

 

 

 

 

        

 

 

 

 

 

 


명 드라마 연출자 황인뢰 PD의 첫 사극 연출작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MBC 미니시리즈 <돌아온 일지매>. 높은 작품성과 참신한 시도로 마니아 시청자 층을 형성한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의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책녀’였다. 고우영 화백의 원작 지문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책녀’ 내레이션은 놀랍게도 원작과 같은 부분이 단 한 마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녀’ 내레이션은 원작 만화가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풍자성과 해학 그리고 문학성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책녀’를 창조해낸 장본인, 한동원이 첫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한동원은 이미 <결정적 장면>(MBC <출발! 비디오 여행>), 「투덜군 투덜양」(영화주간지 『씨네21』), <무규칙 문화칼럼>(KBS <문화지대>), 「적정 관람료」(『한겨레신문』 문화섹션 「ESC」)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우리 시대 문화계의 선도적 스타일리스트다. 그는 종종 ‘새로운 방송 표준어의 창시자’, ‘스타일에 로열티가 있었다면 이미 굴지의 재벌이 됐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창적인 스타일 메이커이기도 하다. 영화평론, 드라마 및 문화 소개 프로그램, 쇼프로 대본, 인터넷 칼럼 등 장르를 불문하는 종횡무진 글쓰기로 우리를 매혹해온 그는 시청각을 자극하는 문체와 분야를 막론하는 무한 조합의 상상력, 풍자적 시선으로 무장한 특유의 내공을 이번 소설에서도 아낌없이 발휘하며 1980년대, 고교생 록 밴드-딴따라들의 행보를 그려냈다.


준비됐나요? ‘소리나 밴드’와 벌이는 ‘오바’ 한 판!
(소리나 밴드_1987 6월 즈음, 운동장 한켠에서 울고 있는 동광에게 건넨 수은의 한마디 “나랑 밴드 할 생각 없냐?”를 계기로 발족. 첫 공연은 ‘격돌! 검은 천사 VS 흰 악마—제1회 MBS 영 메탈 페스티벌’ 찬조출연A. 대표연주곡은 Atlantis is calling의 헤비메탈 버전)
마이클 잭슨의 공전의 히트곡 Beat It에서 제목을 따온 소설은, 화자인 백동광이 1987년 상명하복의 학풍으로 악명 높은 정도고등학교에 배정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광은 “다소곳하지 못함을 넘어서 껄렁하기까지 했으며, 패션은 상하의 공히 볼륨감 넘치는 디스코패션”을 구가하는 배짱을 보이지만 입학과 동시에 ‘80년 전통의 사학 명문’을 지켜내온 선도부의 제1타깃이 되어 몰매를 맞고 빡빡머리 신세가 된다. 연이은 두발 일제 단속을 거치면서 친해진 같은 반 ‘함주석’을 통해 전자악기부의 존재를 알게 된, 동광은 좋아하는 여학생 ‘정아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전자악기부’에 들어가고 싶어 호시탐탐 그 기회를 노리게 된다.

정도고의 음지에서는 기존 세력(교감 이하 게슈타포 등)과 후발 세력(음악 선생 이하 교내 딴따라 세력)의 권력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음악 선생은 선도부를 앞세운 기존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전자악기부 ‘영 파이터스’를 결성한다. ‘영 파이터스’의 새 멤버를 뽑는 오디션에서 매직펜으로 검게 칠한 비비화, 징을 박아 넣은 검은 고리바지,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하는 “똥광”. 그는 이 오디션에서 만난 ‘실력파 베이시스트’ 양수은과 2인조 밴드 ‘소리나’를 결성하게 된다.

명랑 남고쾌담, 『삐릿』의 주인공들은 주류 범생이도 못 되고 빽을 가진 비주류 속에도 못 끼는, 못난이들이다. 그들의 길 찾기는 영영 막막해 보인다. “똥광”의 시각으로 윤곽을 드러내는 학교 내 이전투구, 혹은 제도권 교육현실은 가히 풍자판 <교실 이데아>라 할 만하다.

뭐든 필 꽂힌 대로 투신하는 리드기타 백동광과 무서울 게 없는 최강의 아웃사이더이자 음지의 실력파 베이시스트 양수은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톡톡 튀는 언어유희는 아무리 바른 언어생활을 지향하는 사회인이라도, 저만의 언어세계를 간직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재기발랄하다. 그들의 언어를 통해 우리 안에 억눌려 있던 ‘아웃사이더 기질’은 아주 자연스럽게 발아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오버드라이브 소설”
‘소리나 밴드’의 첫 공연을 정점으로 하여 소설은 대반전을 이끌어내며 막을 내린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찾아내는 ‘음악’이라는 해방구 역시 또 다른 세계의 그늘을 드러낼 뿐이라는 것이다. ‘남고쾌담’의 겉옷 안에 숨겨진 추악한 내막들은, 록 음악 내지는 록 밴드가 ‘젊음의 반항’, ‘기성 질서에 대한 도전’, ‘자유로운 정신의 해방구’라는 기존의 도식적인 설정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바로 여기에서 이 작품이 단순한 ‘학원물’로 읽혀서는 안 되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 소설은 학교와 록 밴드라는 소재를 통해, 흑과 백, 순수와 세속, 진짜와 가짜, 참말과 거짓말, 반상업주의와 상업주의 등의 대결구도가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나 편의적이고, 심지어 허구적인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새로운 세계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넘지 않으면 안 될 거대한 산맥이나, 그 너머에 있다는 약속의 땅 같은 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꿈꾸는 약속의 땅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전혀 다른 어떤 것으로 변해 있으리라는 것을, 변하지 않는 것은 그곳의 이름을 빌려 천국의 꿈을 꾸는 자신들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게 되었던 것이다.”(369쪽)

자동차의 변속장치처럼, 일렉 기타의 사운드 증폭 이펙터처럼, 강력한 추동장치를 탑재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오버드라이브 소설”.

이 책의 페이지를 펼쳐 ‘Like Hell’하게 달려 나가는 소리나 밴드의 행보를 따라 가다 보면, 일상에 매몰된 우리 안의 오버드라이브 버튼에도 ‘삐릿’ 하고, 불이 들어올 것이 틀림없다.




“괴물 같은 대형 신인 소설가의 탄생”
_<결정적 장면>(MBC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돌아온 일지매>(MBC 미니시리즈, 내레이션 작가)까지… 마니아 메이커 한동원
『딴, 따라』라는 제목으로 투고된 장편소설을 처음 본 이들은 우선 거침없는 입담과 1500매 가까운 분량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서사성에 혀를 내둘렀다. 무엇보다 이런 장편소설이 단편습작 한 편 없이 써 낸 처녀작이라는 점에서 무서운 신인의 탄생을 예감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출간이 결정되자마자 연락을 취해 직접 대면하게 된 작가는 놀랍게도 ‘한동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였다. ‘마니아 메이커’라는 별칭과 더불어 이미 수년 전부터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 독보적인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드라마와 쇼프로를 비롯한 방송과 신문, 잡지 등의 매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 활동을 해온 그가 이제 그 자신, 언제나 꿈꿔왔던 ‘소설가’로 도약한다.

우리는 이 ‘괴물 같은 신인 작가’ 한동원의 첫 장편소설 『삐릿』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웹노트 한동원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삐릿』을 더 재미있게 읽는 방법
_추억의 록 음악들을 찾아 읽는 동안 틀어놓는다. 쌍팔년대 댄스뮤직과 헤비메탈 음악이면 더욱 좋다.
_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메탈 음악사의 뒷이야기 혹은 패러디를 놓치지 않는다.
_오색찬란한 1980년대 소품들 : 유리 겔라, <황인용의 영 팝스>, 피비 케이츠, 유로댄스, <에어울프>, 동시상영관, <서울에서 마지막 탱고>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문화코드들로부터 시작해 메탈 키드들의 우상이 되는 메탈러들, 여기에 표제로 등장하는 <삐릿>까지…….
☆동광의 주변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지난 시절의 소품들은 우리의 시청각을 두루 자극하는 감각 촉진제의 역할을 한다.




추천의 글
쌍팔년대 매탈키드들의 좌충우돌.
모든 것이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아 있다. 학교와 풍경과 버스번호까지. 세상의 부조리를 알기도 전에 무언가에 반항하고 방황하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과 불안,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의 소년 시절과 그 시절의 음악들과 함께 녹아 있고 그 모습은 현재 오늘의 한국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
일렉 기타를 들고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보는 내내 깔깔대다가 흠칫흠칫 놀라기를 반복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오버드라이브 소설.
외치자, Like Hell! _크라잉 넛(록 밴드)


기자, 방송작가, 영화평론가, 문화 칼럼니스트, 블루스 기타리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많은 호칭으로 불리는 한동원은, 정작 본인에 대해 소설가 이외의 호칭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1997년 이태원의 한 블루스 클럽에서 연주를 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먹고살기 위해 1년 반 만에 글쟁이로 전업, 『딴지일보』의 영화전문기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2002년 한 영화소개 TV 프로그램에서 단 10개월간 연재했던 <결정적 장면> 코너는,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킨다. 이후 그는 『딴지일보』 편집장을 맡으며 TV, 신문, 인터넷, 영화 주간지,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2006년, KBS의 <문화지대>에서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형식의 칼럼 <무규칙 문화칼럼>을 연재하여 이 프로그램에 그해의 방송대상을 안겨준다.
그의 스타일과 어투는 ‘새로운 방송 표준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들에 의해 모방되었으며, 여전히 방송, 광고, 영화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지인들은 종종 ‘스타일에 로열티가 있었다면 이미 굴지의 재벌이 됐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좋을 일을 할 궁리만 할 뿐이다. 한동원은 최근 미니시리즈 <돌아온 일지매>의 내레이션을 집필하는 등 글쓰기의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젊음의 해방구에도 사회부조리가 판 치데요" ―― 이고운 기자, 한국경제(2009. 4. 6. )
 글쓰기꾼 한동원 “딴죽걸기 부채감에 제 소설을 냈어요” ―― 이영경기자, 경향신문(2009. 4. 3.)
 “나만의 서사를 갖고 싶었다” ―― 강병철 기자, 서울신문(2009. 4. 3.)
 소설 속에 경쾌한 로큰롤이 흐른다 ―― 최현미 기자, 문화일보(2009. 4. 6.)
 첫 소설 '삐릿' 출간한 한동원 ―― 고미혜 기자, 연합뉴스(2009. 4. 2.)
 쌍팔년도 록 키드, Beat It은 못 읽어도 삐릿을 외치다 ―― 이경희 기자, 중앙 선데이(2009.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