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개정판] (2011)

실천문학 2013. 8. 7. 15:40

 

             

 

 


인간의 본성인 생명과 죽음, 사랑조차 자본의 잣대로 재게 되는 현실을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필력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 노장 박완서의 역작을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다!


"당신 뜻대로 살아질 것 같아?" 생의 중심을 흐르는 농담

박완서 소설의 오랜 축은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그 속에 숨겨진 허위와 위선을 꼬집어냈던 그는 이 소설에서 돈과 결탁한 권력과 눈가림, 그 속에서 불거지는 상처와 고통을 더욱 극단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특유의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환자는 자기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생명의 시한까지도-에 대해 주치의가 알고 있는 것만큼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와, 가족애를 빙자하여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족과, 그것을 옹호하는 사회적 통념과의 갈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에 대해서이다.' 여기까지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면서 뭘 자본주의씩이나 적나라하게 그냥 돈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죽음과 탄생을 통해 인간의 가장 기본성인 생명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자본의 욕망으로 빚어진 돈과 권력의 병균이 인간의 본성인 생명, 죽음과 탄생에까지 감염시킬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주인공들의 육체에 대한 인식과 육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랑, 죽음과 탄생의 이야기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죽음과 육체에 대한 자신의 권리마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태에서 사랑과 생명에 대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동시에 소설의 깊숙한 곳에 작가는 사랑의 두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진실한 사랑과 실존적 사랑, 그것은 남녀간이나 모자간을 떠나 존재하는 양면성이다. 실존의 문제를 완전히 외면해버린 진실한 사랑의 가능성과 진실성이 배제된 실존적 사랑의 가치는 어디까지 인정되어져야 하는가. 작가는 이 양면적인 사랑을 하나로 세운다. 이 뒤틀린 세상의 진실과 위선은 늘 공존하고 있으며 그 속의 인간상은 위태롭다. 어디로 쓰러질지 모르는 동전을 굴리듯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1999년 계간 『실천문학』에 분재한 후, 2000년 가을에 출간한 장편소설로 출간 1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이다.



■추천의 말(초판 출간 당시 언론 보도 내용들)

동시대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결코 비굴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어떤 권력과 어떤 명예도 어떤 금력도 그 힘과 대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힘이 칠순의 나이에도 시들거나 게을러지지 않은 건 물론 타협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확인시킨 소설이 바로 이번에 쓴 '아주 오래된 농담'이다.
___동아일보 이경자(소설가) (2000년 10월 28일 토요일)

안팎으로 속고 속이는 삶. 작가에 따르면 허위로 가득 찬 세상을 건너는 방법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농담'으로 아는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저 한바탕 농담으로 여기고 노여워하지 말라'는 권고다. 모든 것은 한갓 농담이니, 거짓뿐인 세상에서 거짓의 구조물인 소설로 거짓을 고발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그 정교한 거짓말은 분명 현실을 전복하는 힘을 갖는다. 많은 작가들이 오늘도 보다 그럴듯한 '거짓말'을 짜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___한국경제신문 윤승아 기자 (2000년 10월 31일 화요일)

'아주 오래된 농담'은 자본주의의 속물성에 대한 비판과 가부장제사회 내 여성현실의 폭로라는, 박완서 문학을 이루는 두 가지 큰 축이 한곳에 결합된 소설이다. 주제는 여전하지만 이야기마다 샘솟는 젊은이 못지 않은 감각, 매섭게 꼬집는 듯하면서도 종내는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우리 일상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애정이 변주된다.
___한국일보 하종오 기자 (2000년 10월 31일 화요일)

작가는 소설의 한 대목에서 "유구한 여성잔혹사"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그 역사는 일상의 사소한 낱낱에까지 섬세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 한층 끔찍스럽다. 그 표현을 낳은 문제의 대목에서, 영빈이 죽은 경호의 어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예의를 지킨답시고 영묘와 그 친정 식구들이 느끼는 미안함을 언급할 때 그 역사는 어김없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__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 (2000년 10월 30일 월요일)

작가보다 한 세대 아래 40대 중반 성공한 의사의 진솔한 삶과 불륜을 재미있게 보여주면서도 문득 중년에 찾아드는 자신의 정체성과 기득권과 체통을 지키려는 위선적 사회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년 삶의 묘사도 그렇지만 특히 주인공으로 내세운 의사를 통해 보여주는 의료 현실과 의학 정보가 과연 70대 작가가 쓴 작품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펄펄 살아있고 정확하다.
___중앙일보 이경철 기자 (2000년 11월 4일 토요일)

 

박 완 서
1931년 10월 20일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엄마의 말뚝』 『꽃을 찾아서』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동화집 『부숭이의 땅힘』 『보시니 참 좋았다』,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살아 있는 날의 소망』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두부』 『잃어버린 여행가방』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이 있다. 2011년 1월 22일 향년 80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호암예술상(2006) 등을 수상하였다. 2011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실천의 문학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난 타조 (2011)  (0) 2013.08.07
친구와 그 옆 사람 (2011)  (0) 2013.08.07
금발의 제니 (2011)  (0) 2013.08.07
도베르는 개다 (2010)  (0) 2013.08.07
햇볕 아래 춤추는 납작거북이 (2010)  (0) 201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