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시인의 지상에 시 한 편

물소리를 꿈꾸다

실천문학 2008. 12. 22. 09:36

물소리를 꿈꾸다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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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로 살 수 있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한겨울에도, 뿌리 끝에서 우듬지 끝까지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물소리

고치의 올 올을 아쟁처럼 켜고

나는 그 소리를 숨차게 쟁이며

분꽃 씨처럼 늙어갈 것이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양

맘껏 날아다니다 멍이 드는 날갯죽지

세찬 바람에 가지를 휘몰아

제 몸을 후려치는 그의 종아리에서

겨울을 나고 싶다, 얼음장 밑 송사리들

버드나무의 실뿌리를 젖인 듯 머금고

그 때마다 결이 환해지는 버드나무


촬촬, 물소리로 울 수 있다면

날개를 달아도 되나요? 슬몃 투정도 부리며

버드나무와 한 살림을 차리고 싶다

물오른 수컷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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