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담쟁이 문고

내 무거운 책가방 - 교육시선집 (2010)

실천문학 2013. 8. 1. 11:17

 

 

 

  

 

 

 

20여 년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만나는 개정판 교육시선집 『내 무거운 책가방』

‘담쟁이 문고’ 일곱 번째 책, 교육시선집 『내 무거운 책가방』은 1980년대 출간된 동명 도서의 개정판이다.

교육시선집 『내 무거운 책가방』이 첫 선을 보인 것은 1987년. 전국적 규모의 교육민주화운동이 태동하던 시대상황 속에서였다.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 1986년 교육민주화 선언을 경험한 이후, 1987년 조직된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가 역량을 결집해가고 있었다.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된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교육출판기획실’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 무거운 책가방』이다.

학생, 학부모, 전현직 교사들의 시를 모아 펴낸 ‘교육시선집’이라는 시도 자체도 참신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책에 담긴 시대정신이었다. 『내 무거운 책가방』은 “학교교육에 관련된 체험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체험”(구판의 서문)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교육계 전반에 반향을 일으켰고, 낭송과 노래를 담은 음반으로도 제작되어 교육투쟁 일선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그 시선집이 바로 23년을 훌쩍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청소년 시 13편과 교단 안팎에서 쓰여진 성인 시 64편을 엮은 가운데 다시 수록된 시는 여섯 편뿐, 전면적으로 개정했다. 하지만 「기획의 말」을 통해 언급했듯 “변하되 변하지 않음”에 주목해야만 이 시선집의 현재적 의미에 다다를 수 있다.



책가방은 더 이상 무겁지 않다? 여전히 무겁다!

수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의 폭은 넓고 깊었다. 사회주의권 붕괴와 신자유주의 가속화로 이어져온 세계정세의 변화 속에서 독재정권―민주화운동―정권 교체―다시 권위주의 정권 회귀로 이어져온 국내 정세. 그러한 변모 속에 교육의 문제는 정치사안의 중심에 서 있다. 단적인 예로 ‘무상급식’에 관한 현 논란은, 제도(교육) 속에서 복지와 인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는 교육의 문제가 우리 사회와 삶에 직결된 문제임을, 결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만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지난 20여 년을 건너와 『내 무거운 책가방』이 갖는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사물함의 보급과 급식문화로 오늘 우리 아이들의 책가방은 가벼워졌지만 뿌리 깊은 제도교육의 현실은 우리 삶의 가장 보수적인 일면으로 남아 있다. 학생인권조례와 체벌 금지 제도 제정 등, 작금의 변화를 일 보(步)의 진보라 한다면, 일제고사 시행, 특화된 엘리트 학교기관 증설에 따른 사교육 열풍 등은 그러한 작고 귀한 변화들을 둘러싼 제도 교육의 뿌리가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 전직 교사였으며 시인이자 청소년문학가인 김진경은 추천사에 이렇게 적는다. “지금의 입시경쟁은 더 나아지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밑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한 경쟁이다. 경쟁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희망이 없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만큼 암담한 것은 없으리라. 더구나 그렇게 암담한 경쟁이 당연한 삶의 조건인 것처럼 익숙해져가는 아이들은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한다.” 경쟁을 삶의 조건으로 내재화한 학생들의 가방은, 보다 다양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거운 책가방’은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교육 시스템과 청소년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상징한다.

77편의 수록 작품은 종전의 시선집보다 더 다양한 소재로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면면이 개성이 다른 77편의 시들을 ‘교육시’라는 테마로 한데 묶었지만, 각 시가 아우르는 공간적 차원에 따라 다시 네 부로 나누었다.

1부 ‘학교 가는 길’은 학교 현장에 관한 시편들을 모았다. 성적순을 잣대로 삼는 교실, 도농 격차 속에 사라지는 시골학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폭력, 결식 학생에 대한 대우를 통한 차별 등 수많은 학교의 풍경을 담는다.

2부 ‘이웃’은 교실 밖 소년소녀들을 중심으로 삶의 현장을 스케치한다. 방과 후에도 교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학생들, 결식아동, 살림을 차려 독립한 소녀, 소년원의 아이들,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년이 등장하며 학교와 이웃한 마을공동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닫힌 교육의 장을 되돌아본다.

3부 ‘미쓰 호산나'는 사회성이 강한 시편들을 모았다. 생태 문제,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등 노동 문제, 새터민을 포함한 다문화가정 문제 등 산재하지만 소외된 사회 문제를 다룬 시편들이다. 교사와 학생의 육성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성인시를 선별해 담고 있다.

4부 ‘무기를 식량으로’는 민족 문제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편들을 담았다. 미군이 주둔한 마을에서의 성장담, 미선이 효순이 사건, 한미 에프티에이 시대 교사의 고뇌를 소재 삼은 시들은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반미구호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기억을 세심하게 재현해낸다. 한편 분단 문제를 소재로 한 시들은 통일에 대한 맹목적인 염원을 넘어, 민족이데올로기 속에 상처 입는 인간성의 문제 또한 중요하게 다룬다. 역사성이 강한 시편들이 함께 묶였다.

네 부는 점층적으로 학교에서 마을로, 사회로, 국가로 공간을 넓혀가며 궁극에는 ‘한국’이라는 현실공간을 다면적으로 비추며, 다양한 문제들의 그물망을 펼쳐 보인다. 교육시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지만, 학생―교사, 자식―부모의 풍부한 체험들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획일화된 시선을 넘어서야 할 우리의 삶과 교육에 과제를 던지고 있다.



■ 추천사
『내 무거운 책가방』이 나온 지 벌써 23년이 지났다. 하지만 입시지옥과 살인적 경쟁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내용적으로 더욱 악성으로 변했다. 23년 전의 입시지옥은 그래도 더 나아지기 위한 경쟁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입시경쟁은 더 나아지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밑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한 경쟁이다. 경쟁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희망이 없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만큼 암담한 것은 없으리라. 더구나 그렇게 암담한 경쟁이 당연한 삶의 조건인 것처럼 익숙해져가는 아이들은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한다.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정말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 재출간하는 『내 무거운 책가방』에 담겨 있는 질문일 것이다. ―김진경(시인, 청소년문학가)

조재도_1957년생. 1985년 『민중교육』으로 등단했다. 시집 『교사일기』, 『백제시편』, 『좋은 날에 우는 사람』 등과 장편소설 『지난날의 미래』, 청소년소설 『이빨 자국』, 장편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교육산문집 『삶·사회·인간·교육』, 『일등은 오래가지 못한다』, 『꽃보다 귀한 우리 아이는』, 청소년교양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윤동주』, 『조재도 선생님의 살아있는 문학교실 1』 등을 펴냈다. 천안 동중학교에 재직 중이다.

 

최성수_1958년생. 1987년 『민중시』로 등단했다. 시집 『장다리꽃 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사랑은』, 『천 년 전 같은 하루』와 장편소설 『비에 젖은 종이비행기』, 『꽃비』, 산문집 『가지 많은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든다』, 『구름의 성, 운남』, 청소년교양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 시 100』, 『선생님과 함께 읽는 신동엽』, 『김수영 VS 신동엽』 등을 펴냈다.

 

기획의 말
1부.학교 가는 길 만리장성을 생각함_권혁웅/폐교장 1_류지남/신나는 가출_박성우/공 차는 아이들_박일환/스승의 날_배상환/카드 리더기_신경섭/번호들의 세상_윤재철/봄, 유리창 2_이동호/꼴린다_이봉환/우리 반 아이들_이응인/학교 가는 길_정희성/학교_조성순/미란이의 시험 시간_조향미/사춘기_채지원/오리_최두석/국어선생은 달팽이_함기석/박수소리 1_함민복/무서운 일_허홍구/경찰이 왔다_박주혜/내 무거운 책가방_김대영/학교 가는 길_한단하
2부.이웃 자정 무렵_고증식/수선화_김경윤/민경이_김사이/깨밭_김수열/그애의 백제 미륵반가사유_김진경/첫사랑_박남철/우리들의 암송_송경동/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1_유하/ㅎ방직공장의 소녀들_이기인/두부에 관한 명상_이재무/이웃_이정록/뽀삐를 분양합니다_장인수/가난한 아버지들의 동화_최금진/엄마가 섬그늘에_김판석/네네치킨_이훈/나의 하루_최종철/O양의 유서_○○○
3부.미쓰 호산나 곤을 노래함_고운기/신바벨탑_김윤환/하루살이_김해화/그해 여름_도종환/敗北_박두규/( )괄호_박수현/새들이 나를 나무로 볼 때_박형권/까마귀는 검지 않다_안상학/거짓말을 타전하다_안현미/우리 동네 아저씨_이난희/공사장 끝에_이시영/배부른 인사_이안/얘들아, 지리산의 아들딸들아_이원규/미쓰 호산나_정영상/민지의 꽃_정희성/난투극_조재도/굿모닝 베트남_최영철/벚나무_하상만/외모_하종오/매일같이 힘든 날들_설○○
4부.무기를 식량으로 미래로 가는 지도_권경업/학살 1_김남주/하급반 교과서_김명수/동두천(東豆川) 4_김명인/민족교육을 위하여_김영언/교과서 속에서_김진경/식민지의 국어시간_문병란/청년들_박후기/겨울밤_배창환/대추리 도두리 만인보 8_서수찬/베옷을 입다_손세실리아/삼팔선_손택수/한미 에프티에이 시대에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것_신현수/대련(大連) 조선족학교 윤 선생_최성수/그네_김애단/아버지_마○○/따뜻했던 내 고향의 겨울_이○○/그날_정민경/무기를 식량으로_홍진기
수록 작가 약력

 교육현장 목소리 담은 시집 ‘내 무거운 책가방’ 새로 출간 ―― 이영경 기자, 경향신문(201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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