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담쟁이 문고

아지트 (2012)

실천문학 2013. 8. 1. 11:22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을 높이 평가받으며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첫 청소년 소설이 출간되었다.
최근 폭발적으로 보여준 그의 작품들은 여러 계층의 구조화된 사회문제와 인간들의 왜곡된 욕망을 그려왔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떠안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작품 『아지트』에서는 ‘노스페이스 잠바’ 현상보다 심각한 청소년층의 계급화와 부모들에게 이끌려 학원과 과외로 시달리는 입시경쟁, 놀이문화와 공간의 부재 등등의 문제들을 들고 나왔다. 어른들의 권력관계가 자식들에게까지 세습되는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 친구는 단지 허울에 불과하며, 사랑하는 여자 친구마저 빼앗기는 비극적 관계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내면 갈등이 내러티브에 녹아들어 소설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


우울한 청춘들이 장전되어 있는 아지트
소설은 법정 재판 과정이라는 현재의 시점과 민우의 회상이 날줄과 씨줄처럼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 김민우는 우유부단하고, 매사에 ‘글쎄’라는 말을 달고 사는 답답한 성격의 소유자다. 인근 지역에서 바이크를 가장 잘 타는 아이로 소문이 나 있다. 또한 사진을 잘 찍어 미혜의 호감을 산다. 반면 민우의 친구 선빈은 재벌 아들이로 불량 서클인 에이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다. 남들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며,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우와 선빈은 표면적으로는 친구 사이지만 실제는 주종관계를 맺고 있다. 민우의 아버지가 선빈의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했고, 죽은 이후에도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 미혜라는 친구가 등장하며 삼각관계가 이루어진다. 이들은 미혜가 살고 있는 동작동 재건축 예정구역에 있는 다세대주택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술과 약을 먹는 탈선을 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혜가 권총으로 죽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선빈의 부모는 사건을 은폐하고, 미혜와 살던 할아버지 장은수에게 누명을 씌운다. 재판이 진행 될수록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마지막으로 민우가 증인석에 앉아 진실을 밝힌다. 과연 미혜는 누가 죽인 것인가? 그날 밤 아지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아지트라는 공간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함의한다. 총기 사건은 아지트(동작동 재건축 예정구역)에서 발생한다. 재개발구역은 결국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주거민을 몰아낸 공간이며, 이는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는 만행이다. 이런 곳에서 철거민으로 살아온 미혜의 자살행위는 더 이상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더구나 미혜가 민우에게 보여준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 지역인 프리피야트 사진은 방사능으로 인해 더 이상 생명이 살지 않는 죽음의 상징적 공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가 만든 문명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원규의 작품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먼저 청소년층의 서열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은 수평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친구 사이가 현실에서는 부모의 지위에 따라 수직적 구조로 변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빵셔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들의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에게 대항하는 친구를 권총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까지 보여주고 있다.
주원규 작가가 청소년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들의 문제가 곧 기성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축소판이며, 그들이 앞으로의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라는 것이다. 이들 세대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는 한국의 미래를 여는 일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민우와 미혜가 아지트에서 프리피야트라는 공간을 희망의 공간으로 의미화한 까닭은 아무리 위기에 처해 있더라도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러할 때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작품과 달리 이번 주원규 청소년 소설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진실과 희망을 찾아야만 하며, 그것이 바로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삶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기성세대가 망치고 있는 우리의 삶은 결국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여 이끌어 내야 하며, 비록 이런 일들이 방사능으로 오염된 프리피야트라는 공간에서 다시 생명들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되살리는 일처럼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멈추지 말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추천사
6분의 1의 생존 게임! ‘러시안 룰렛’처럼 운명을 알 수 없는 우울한 청춘들이 이 소설에 장전되어 있다. 기성세대가 무심코 돌린 탄창에 끝내 울음으로 격발되는 것이 그들의 운명. 125cc의 엔진을 단 그들이 마음 편히 머물 곳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일까? 주원규는 소설에서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며 묻는다. 왜 그들만의 아지트마저 빼앗으려 하는가, 탕! _고영직(문학평론가)

어릴 적 시골에서 살 때, 친구들끼리 모여 만든 아지트가 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폐가를 이용한 놀이터에 불과했지만 엄마 몰래 고구마를 훔쳐다가 친구들과 구워먹던 나름 은밀한 즐거움을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내게 아지트는 이런 추억의 장소였다. 그런데 주원규의 『아지트』를 보면 요즘 학원 폭력 문제가 왜 시끄러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반성하게 된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의 비행이 결국 어른들의 문제로부터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기실 어른들이 봐야 할 소설이다. 우리들과는 다른 문화에서 자라고 있는 청소년들의 환경을 어른들이 먼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문제가 보이고 그 해답이 걸어 나오게 되리라 믿는다. _박재상(독자 서평 중에서)

■ 지은이
주원규 _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공대에 진학했지만 평점 2점대를 넘지 못했다. 신학에 뜻을 두었지만 그마저도 여러 부침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pc방이나 도서관을 서재 삼아 글을 쓰기도 하며, 전기공으로 짬짬이 일을 한다.
작품으로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을 비롯하여 『무력소년생존기』, 『망루』, 『반인간선언』 등이 있다.

■ 작가의 말
오늘의 한국 사회를 살아내는 10대에겐 모든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씁쓸하게 다가오는 현실은 앞으로의 한국 사회를 짊어지게 될 10들만의 사회 속에서 또 다른 계급주의가 출현했다는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의 10대 사회를 새롭게 구속하는 건 더 한층 견고해진 계급성입니다.
기성세대는 늘 그래왔듯 잔인해진 10대의 행동을 질타하고 그에 대한 일벌백계의 처벌만이 능사라는 태도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대증적 접근만으로 오늘의 10대가 끌어안게 된 거대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들은 글을 읽을 때 존재의 아픔과 기쁨을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글 읽기와 글쓰기를 통한 치유의 과정이 부족하지만 『아지트』라는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이런 일련의 활동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토해내는 비정함을 함께 아파하고, 치유하고, 기뻐하는 10대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과거 질풍노도의 10대 시절을 겪어 온 상처투성이인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 차례
귀국 | 첫 만남 | 저녁 식사 | 에이 클럽과 아지트 | 첫 키스 | 글쎄…… | 진실을 닮은 거짓말 | 프리피야트와 배신 | 바이크 경주 | 사진첩과 카메라 | 할 말이 있어 | 모두 다 괜찮아질 거야 | 러시안 룰렛 | 마지막 편지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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