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노신(魯迅)의 평전이 [역사인물찾기] 열아홉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계급과 신분,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간의 존엄과 영혼의 자유를 위해 평생 싸운 노신. 그의 웅대한 자유혼과 치열한 삶의 궤적이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다. 180여 컷에 이르는 풍부한 사진 자료가 생생한 이해를 돕는다.
KBS [TV, 책을 말하다] 선정, 방영도서
“나를 딛고 오르라”_지식인의 순결과 원형(原型)을 유지한 생애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신(魯迅, 1881~1936)을 피할 수 없다. 중국문학, 아니 중국문화 전반에 걸쳐 노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너무나 크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신이 중국문화를 지탱하는 든든한 지주이자 코드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중국 학술계에서 노신에 관한 한 가장 탁월한 연구자로 손꼽히는 이 책의 저자 임현치(林賢治)의 정확하고 진솔한 서술 속에 그 핵심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다.
노신이 살았던 시대는 2천5백 년이나 지속된 중국의 봉건왕조 체제가 무너지고 서구의 계몽주의적 가치관과 문물이 유입되며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놓고 수많은 논의들이 착종하던 시대였다. 이러한 격변기에, 노신은 모든 중국 인민의 개인의 자유와, 그것이 모여 이루는 민족의 자유를 위해 분야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
이른바 ‘식인의 사회’를 만든 봉건전통에 반대했고, 새로운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학적 진실이 아닌 권력과 권위를 지향하는 사이비 문인들의 공격에 저항했으며, 폭압적인 정치권력에 결연히 항거하면서 지식인 사회의 분열과 상호공격을 마음 아파했다. 이렇듯 어디까지나 현실에 뿌리박은 강인한 사고, 어떠한 허위도 거부하는 노신의 문학과 사상에는 언어의 공전(空轉)이 없었다. 수많은 청년 지식인들에게 “나를 딛고 오르라”며 내어준 삶이 고스란히 역사로 되돌려져 현재에도 도도히 흐르고 있다.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읽는 노신의 일생
노신은 본명이 주수인(周樹人)으로 1881년 중국 절강의 소흥에서 태어났다. 지주 집안이었으나 할아버지의 투옥, 아버지의 병사로 가세가 몰락하며 어린 나이에 고달픈 경험을 얻는다. 1902년 일본에 유학, 고분학원(弘文學院)을 거쳐 1904년 의사가 되기 위해 센다이의학전문학교(仙臺醫學專門學校)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의학을 단념한다.
1909년 귀국하여 고향에서 교편을 잡은 노신은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나자 신정부의 교육부원이 되어 일하면서 틈틈이 금석탁본(金石拓本)의 수집, 고서(古書) 연구 등에 심취하였다. 그러나 1918년 문학혁명을 계기로 「광인일기(狂人日記)」를 문단에 내놓으면서, 노신은 엄청난 활력으로 방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중국 근대문학의 토대를 세운다. 특히 「아큐정전(阿Q正傳)」은 세계적 수준의 작품으로 전세계에 소개 번역되는 등, 창작 외에 번역과 판화(版畵) 운동을 통해 중국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 평전의 담백하고 간결한 서술은 노신의 전성기를 묘사하는 대목에 이르러 진가를 발휘한다. 1930년 좌익작가연맹이 성립되자 지도적 입장에 서서 활약한 노신은, 그후로 좌파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문단의 다양한 세력과 거친 논쟁에 휩쓸려야 했다. 1931년 만주사변 뒤에 대두된 민족주의 문학, 예술지상주의 및 소품문파(小品文派)와의 논쟁, 죽기 직전에는 항일투쟁 전선을 둘러싸고 주양(周揚) 등과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으니, 노신은 평생을 논쟁의 핵심 속에서 살았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당대의 모습을, 저자는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력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념과 가치의 충돌, 혼란 속에서 노신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추상적인 구호와 주장들에 묻혀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중국 민중의 현실, 절실한 ‘삶’이었다. 민중을 기만하는 모든 장치와 권력은 그의 투쟁의 대상이었다. 노신이 죽고 난 다음, 문학혁명 이래 처음으로 모든 중국문단의 잡지들이 추도호를 발행하였고, 생전의 그의 주장에 따른 형태로 문학계의 통일전선(統一戰線)이 형성되었다.
이 책은 이렇듯 웅대하게 펼쳐지는 노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180여 컷에 이르는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하므로 생생한 이해를 더해준다.
21세기에도 살아 숨쉬는 웅대한 자유의 혼, 노신
노신의 삶에 대한 기록물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종이 출판되어 있고, 그에 관한 연구 저작은 도서관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방대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논거의 부족과 지나친 비약, 스테레오 타입, 이데올로기로 재단된 정치적 조작 등 갖가지 부적절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노신의 황당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 인간에 대한 집단적 평가가 감정의 수준으로 범람할 때 생길 수 있는 흔한 현상이긴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허상은 오히려 노신의 참모습을 가리게 되었다.
‘거인(巨人)’이기 전에, 노신은 자신의 삶 자체를 열렬히 사랑했다. 지치지 않는 자유의 혼, 노신의 참모습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_임현치林賢治
광동성(廣東省) 양강(陽江) 출신 재야학자로서 노신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시집 『낙타의 별』, 『몽상과 상처』, 저서 『호풍집단사건: 20세기 중국의 정치사건과 정신사건』, 『밤을 지키는 자의 편지』, 『시대와 문학의 초상』, 『노신의 마지막 10년』 등이 있다. ‘20세기 외국문화명인서고’, ‘만다라 역총’, ‘독서여행’, ‘망명자 총서’, ‘기억’ 등 여러 총서의 주간 기획을 맡아 진행한 바 있으며 편저로 『욕망의 반항』, 『들백합화』, 『노신당안: 인간과 정신』 등 10여 종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노신에 관해 쓴 세번째 평전으로, 그간의 오류와 잘못된 서술까지 철저히 바로잡았다.
옮긴이_김태성金泰成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 대표, 계간 『시평』 기획위원, 호서대 중어중국학과 겸임교수로 있으며 한국외국어대와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동덕여대 등에 출강하면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 『호설암』, 『정관정요에서 배우는 난세의 지혜』, 『중국사 뒷이야기』, 『상경』, 『변경』, 『거상』, 『노신의 마지막 10년』,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굶주린 여자』 외 다수가 있다.
제1부 출생과 성장
출생지·35
밑바닥에서·41
십자로·47
격동 속의 화산구(火山口)·55
환등사건·69
도쿄 : 문학계획의 유산·79
제2부 혁명의 한복판에서
혁명 전후·97
쇠로 된 방 안에서 외치다·115
방황 시기·135
소용돌이 속에서·153
고도(孤島)·181
제3부 예술의 길, 혁명의 길
혁명의 발원지·199
꿈에서 추방된 사람·209
혁명문학가들의 포위공격·227
좌련(左聯) 시기·261
구망(救亡)과 계몽·297
좌련 해산 전후·357
쓰러지다·389
옮긴이의 말―399 | 연보―402 | 찾아보기―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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