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산문

빗자루는 알고 있다 (2012)

실천문학 2013. 8. 2. 14:54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한 2000일간의 기록

“노동자들에게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은 희귀한 질병이 아니었다.
곳곳에 흩어져 잠복한 만성질환이었다.”

“상아탑의 한편에서 고고한 학문이 그 위세를 자랑하는 동안
그곳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학생들의 눈에 비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2000일 넘게 대학 내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과 연대한 대학생들의 기록을 담은 『빗자루는 알고 있다』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화 ․ 예술인들의 용산참사 헌정 문집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와 희망버스 기획자 송경동 시인의 첫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에 이은 세 번째 기획이다. 이 책에서 3명의 학생 필자들은 자신들보다는 노동자들에 초점을 맞춰 그들과 동고동락한 시간을 풀어내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모임 ‘살맛’의 학생들은 우연한 기회에 학내 청소 ․ 경비 노동자들이 받는 부당한 처우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목격한다. 원청 사용자인 대학의 묵인 아래 자행되는 용역회사의 횡포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몫이었다. 최저임금과 노동법이 철저히 무시되고 부당 해고와 인격모독이 난무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연대를 이끌어낸다. 2008년 1월에는 학교와 용역업체의 방해를 뚫고,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30명 남짓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이후 이들이 일구는 성과들은 놀라웠다. 학내 투쟁과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서의 투쟁으로 체불임금 3억 5천만 원을 받아내고 횡포를 부리는 용역회사를 교체시킨다. 교내에 노조 사무실을 확보하고 파업에 이은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에만 고착된 낡은 관행을 깨고 ‘생활임금’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타 대학의 청소 ․ 경비 노동자들의 집회 참여는 물론 이랜드 투쟁 등의 우리 사회의 노동쟁의들에도 힘을 보탠다.

학생은 민주노총 인턴이야?
지난해 3월 시급 200원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380여 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기존 부분 파업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와의 교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사용자인 연세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전면 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학생은 민주노총 인턴이야?”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학생들의 연대 투쟁은 소위 기성 대학 사회의 ‘운동권’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노동의 본질이 생계나 소득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적 삶의 중요한 가치임을 체화한 이들은 이념이 아니라 상식과 인간다움의 가치에 의해 움직인다. 이들의 활동은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의 지지는 물론 전면 파업으로 화장실을 비롯해 교내 환경이 더러워져도 쪽지와 SNS 등을 통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지하겠다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언이 이어진 것이다. ‘살맛’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을 위해 ‘한글 교실’, ‘컴퓨터 교실’ 등으로 구성된 강좌를 개설해 현재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이라는 교육 과정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나선 좋은 예이다.

쓸어낼 수 없는 노동자들의 꿈
작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현안들에 대한 고민을 계속한다. 특히 학생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교섭 대상 노조가 2개 이상이면 과반이 넘는 노조에 교섭권을 주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복수 노조가 생기면 힘이 큰 노조가 교섭권을 뺏어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연세대에는 기존 노조에 반대되는 성사의 다른 노조들이 등장해 기존 조합의 와해를 꾀하고 있다. 기존 노조보다 조합비를 적게 받고, 번거로운 집회 대신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면서 조합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배후 조종’의 의혹을 받고 있던 한 용역업체에서 복수 노조 설립에 개입했다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이러한 의혹이 입증되기도 했다. 노동조합원이 380여명에 달하던 연세대도 복수 노조 설립 이후 215명 정도만이 남았다.
필자들은 취업 준비와 병역 등의 개인적 사정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거시적인 연대와 투쟁의 길을 걸으려 한다. 아울러 연세대에서 거둔 자신들의 성과에 ‘서울 중심주의’, ‘학벌 중심주의’ 등 우리 사회 내 고질적 병폐가 이용되었음을 반성한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지지와 관심을 더 넓게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학생들은 간접 고용 등의 노동문제가 우리 사회의 구조에서 기인함을 직시하고 용역업체나 중간 관리인과의 싸움보다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와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더 넓고 더 많은 사회적 연대를 꿈꾸고 있다.

책머리에 - 나와 당신의 5년

1부 우리 만남은
첫 번재 이야기 - 정복과 수빈
두 번째 이야기 - 옥순과 용락
세 번째 이야기 - 성희와 세현

2부 출범, 장미 꽃피다
움트는 기운
작은 승리, 굳어져가는 결심
출범, "우리가 여기에 있다"

3부 그리고 투쟁
장미, 첫 투쟁
장미, 뿌리내리다
장미, 세상을 향해 피다

4부 어떤 일상
학생들의 일상
노동자들의 일상
함께하는 일상

5부 퇴근 후에
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
교실 밖의 풍경
춤과 장단이 있는 오후

6부 장미꽃 연대
세 개의 천막, 세 마디의 말
우리, 청소ㆍ경비 '노동자'들과 함께
어떤 예감

7부 장미꽃 향기
파업 전야
더 큰 우리가 더 강하다
봄날은 온다

8부 그리고 그들은
다시 찾은 조합사무실에서
세 개의 생각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부록 또 다른 이야기들|Outro

 

추천의 글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는 ‘실천’을 해 본 청년들만이 노동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지식은 그에 걸맞은 실천이 같이 따라주어야만 병들지 않는다. 작은 실천들이 쌓여서 나중에 큰 실천을 이룬다. ‘살맛’ 동아리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노동문제에 대한 지식과 실천을 가장 잘 갖춘 모임이고 그 청년들이 겪은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_하종강(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장)

이 책을 직접 쓴 홍안의 대학생들이 육중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을 처음 찾아갈 때의 심정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그 첫 만남에서 시작된 2000일간의 빛나는 연대. 훗날 이 학생들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훌륭한 인생의 이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 연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그들이 세상의 귀퉁이에서 조용히 변화를 만들어갑니다._심상정(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