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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투기꾼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 2013-08-27

실천문학 2013. 9. 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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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인가, 연기하는 것인가!”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줌인(Zoom-In)한 잡동사니 현실!


현실, 얼마나 많은 가짜가 모여 이뤄진 것인가
이것이 바로 한국의‘마술적 리얼리즘’소설!

한국 문단의 중견 작가 최인석 소설가의 장편소설 『투기꾼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이 출간되었다. 희곡과 시나리오를 거쳐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 작업으로 전행한 이력 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이 세 개의 장르가 묘하게 합을 이루어 발산하는 독특한 리얼리즘적 세계가 있다. 무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작품 속 소설적 공간, 인물들 간의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 대화들, 거기에 극적 구성과 흐름이 자못 비현실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한국 소설에서 볼 수 없는 그만의 서사와 작품 세계를 구가해왔다. 전작인 『연애, 하는 날』에서 “우리 시대의 욕망과 그 비참함”을 ‘연애’라는 형식 속에서 조망하였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요즘 한창 대중에게 익숙한 소통 방식을 소설적 구성에 접목하여, 다시 한 번 전통적 서사를 거스르는 실험적 소설을 독자들에 선보였다.
그 ‘대중에게 익숙한 소통 방식’이란, 요즘 대세인 ‘리얼(real)’을 표방하는 TV 프로그램들에 공통점으로 눈에 띄는 방식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출연자들의 ‘속마음’을 인터뷰하여 당시 상황의 심정을 토로하게 함으로써 카메라에 읽히지 않은 출연자들의 심리를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것. 물론 그마저도 허구일 수 있지만 보여지는 것 너머의 진실이 궁금한 시청자들에게 더 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방법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몰입하게 만든다. 바로 여기에 두 개의 현실이 존재한다. 이미 자기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현실과 그 현실과 비껴 있는 진짜 자신의 ‘속내’. 작가는 이것의 이점과 심리를 작품에 투영해 페이크 다큐 기법으로 그만의 방법으로 리얼리즘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작가는 진심을 감추고 타인에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재편되는 삶이라는 현실의 양면성과 우리 안에 감춰진 삶의 진실을 이번 작품을 통해 치열하게 탐색하고 있다.


“현실이라는 서사의 두 얼굴,
그 포커페이스에 가린 진실을 인터뷰하다”

『투기꾼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은 제목 그대로 안개 자욱한 강을 끼고 있는 ‘구름다리’ 펜션에 <투기꾼들> 영화의 투자 및 제작을 앞둔 제작사, 감독, 배우, 평론가, 투자자 들이 일종의 단합회 성격의 모임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가족을 퀘벡에 둔 기러기 아빠로 구름다리 펜션을 운영하는 김시헌, 그와 마찬가지로 인근에서 펜션업을 하고 있는 퇴역 장교 한만수와 그의 아내 안미순, 영화제작사의 구영서 부장, 영화평론가 심연우, 그리고 배우 박성근과 임정아, 여기에 감독과 조감독까지 모두 영화제작이라는 하나의 이해관계로 펜션에 모인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사, 과거, 속사정 등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목적, <투기꾼들> 영화를 위해 ‘진심’은 꽁꽁 동여맨 채 이들은 밤새 질펀한 술자리와 입담, 그리고 포커 게임 등으로 ‘억지스럽게’ 자리를 이어간다. ‘멤버십 트레이닝’이라지만 모두 포커페이스를 한 채로. 여기에서 ‘단합’이란 뿔뿔이 흩어진 채 제각각인 모순의 상태와 다름 아니다. 술기운에 기댄 몽롱하고 현실감 떨어지는 이들의 대화와 취기 어린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은 마치 연극에서의 그것처럼 사실성을 담보한 은유적 발화, 장과 막을 구분하듯 펼쳐지는 비약적인 상황과 서사로 진행된다. ‘구름다리’ 펜션은 표면적으로 <투기꾼들> 영화를 위한 회합 장소이기 전, 포커페이스를 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의 사실적 단면인 셈이다.
오디션 무대에 선 배우 같은 우리 인생을 위하여…

“이 세계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었다. 인물도 이야기도 그리고 이 세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마저 이 세계 안에 존재했다. 만일 이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세계를 부정하기 위해 세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연극이고 연기였다. 저 망할 놈의 세계.” _84쪽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은 한때, 자기 인생을 욕망을 위해 ‘투기’했던 자들이다. 배우 박성근은 자신의 미래를 화장품 회사 재벌 상속녀 수지에게, 한만수 장군은 현역 시절 아들의 죽음을 진급과 맞바꿨던 자들이다. 불륜을 일으킨 그의 아내 안미순 역시 이런 한만수에게 자신의 꽃다운 청춘을 맡겼었다. 별을 사랑해 천문학 공부를 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화계 ‘스타’ 속에서 살고 있는 CK엔터테인먼트 구영서 부장은 또 어떠한가? 첫 번째 ‘투기’가 수포로 돌아간 이들은 냉엄한 현실에서 또 다른 ‘투기’를 위해 진심을 가린 채, 연기하여 살 수밖에 없다.
<투기꾼들> 제작 결정이 확정되었음에도 감독과 배우, 투자자들을 유리하게 요리하기 위해 그 사실을 숨기는 영화제작사의 구영서 부장, 캐스팅이 되었음에도 그곳에 모인 영화 관계자들의 환심을 잃지 않으려고 억지스레 자리를 지키는 여배우 임정아, 그리고 한만수 퇴역 장군을 향한 모든 이들의 음모처럼, 이해와 상식을 초월해 맥락 없이 우리 자신을 모함하고 속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 자기장 안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의 허와 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삶의 방편으로 직업이 배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진짜’ 배우로 ‘삶’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패’를 상대에게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목도하라고 말이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정은경은 이러한 소설적 현실에 대해 “‘진짜’란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하며, 파편적이며 거짓말이고 분열적이다”라고 하며, 이번 최인석 소설이 보여주는 뒤틀린 서사 속에서 혹 우리가 길을 잃을지언정, 그것은 결국 ‘진짜’의 삶으로 이르는 길임을 일러주고 있다.


◆ 표4글
독자들은 끝없는 여담에서 길을 잃을 것이고, 소설 속 이야기가 진짜인지 영화인지에 의혹을 품을 것이며, 진짜라고 믿었던 한 줌의 기대마저도 배반당할 것이며, 종국에는 거꾸러진 시간 속에서 거꾸러지고 ‘안개’에 갇혀버릴 것이다. 닿기도 전에 형체를 잃고 부스러지는 이야기, 한 무더기의 잡동사니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뒤죽박죽의 서사 끝에, 뒤편에, 혹은 저 심연에라도 어떤 냉혹한 ‘진실’ 내지는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 것은 작가의 전작에 대한 신뢰일 것이나, 이것 또한 근대적 ‘강박’이라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소설이라 할밖에.
_정은경(문학평론가)

최인석
1953년 남원에서 태어났다. 희곡 「내가 읽어버린 당나귀」로 희곡 작가로 등단하여 대한민국 문학상, 백상예술상, 영희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1986년『소설문학』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집 『혼돈을 향하여 한걸음』, 『구렁이들의 집』, 『목숨의 기억』 등이 있고, 장편소설 『새떼』, 『내 마음에는 악어가 산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연애, 하는 날』 등이 있다.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로 제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 차례
프롤로그

▪공연
▪투자자들을 위한 인터뷰
▪고기는 늘 남는다
▪귀신도 모르는 인터뷰
▪펜션 구름다리
▪붉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광장 ▪암전(暗轉)
▪파가니니를 위한 인터뷰
▪형광빛 오르가슴
▪잃어버린 사랑을 위한 인터뷰
▪꽃과 쥐
▪M16이 있는 뷔페
▪악어
▪악어 떼
▪바람 소리 불변함은
▪세상의 모든 아비 어미

에필로그
해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