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睡蓮)
심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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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禪定)은 조는 것
풀 끝에서 뿌리로
졸음을 밟고 내려가는 것
내려가 맨발로 진흙을 밟는 것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차지게 뭉개내는 것
물비린내 나도록
발자국을 지우는 것
지운 얼굴 위로 물을 채우는 것
물방개처럼 허우적대지 않고
구름의 실뿌리를 놓아주는 것
오후 두시에도 순례자를 맞는 것
그의 빈 꽃받침 위에 잠시 머무는 것
그의 친구의 꽃받침 위에도 나누어 머무는 것
이런 날은 늦게까지 하루를 놓아주는 것
그러나 잊지 않는 것
물마당을 쓸어놓고 어둠을 맞는 일
밤 깊은 실뿌리로부터 다시 밟는 일
정수리가 환하도록
밤새 진흙을 밟는 일
진흙을 밟고
아침 풀 끝에 올라앉는 일
이런 방심의 시간은 조일 대로 조여진 하루를 모처럼 슬쩍 놓아줌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뿌리내린 연못 바닥의 진흙을 들여다보는 힘이 된다. 풀끝에서 실뿌리까지 환하게 깨어 있을 줄 아는 수련 위에 앉아 코 끝에 걸린 숨을 바라본다. 숨을 따라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오르내려 본다. “물마당을 쓸어놓고 어둠을 맞”듯 맞아들인 졸음이 잘 우려낸 찻물처럼 맑다.
풀 끝에서 뿌리로
졸음을 밟고 내려가는 것
내려가 맨발로 진흙을 밟는 것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차지게 뭉개내는 것
물비린내 나도록
발자국을 지우는 것
지운 얼굴 위로 물을 채우는 것
물방개처럼 허우적대지 않고
구름의 실뿌리를 놓아주는 것
오후 두시에도 순례자를 맞는 것
그의 빈 꽃받침 위에 잠시 머무는 것
그의 친구의 꽃받침 위에도 나누어 머무는 것
이런 날은 늦게까지 하루를 놓아주는 것
그러나 잊지 않는 것
물마당을 쓸어놓고 어둠을 맞는 일
밤 깊은 실뿌리로부터 다시 밟는 일
정수리가 환하도록
밤새 진흙을 밟는 일
진흙을 밟고
아침 풀 끝에 올라앉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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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심의 시간은 조일 대로 조여진 하루를 모처럼 슬쩍 놓아줌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뿌리내린 연못 바닥의 진흙을 들여다보는 힘이 된다. 풀끝에서 실뿌리까지 환하게 깨어 있을 줄 아는 수련 위에 앉아 코 끝에 걸린 숨을 바라본다. 숨을 따라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오르내려 본다. “물마당을 쓸어놓고 어둠을 맞”듯 맞아들인 졸음이 잘 우려낸 찻물처럼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