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탑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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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이 탑은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조형물 중의 하나로 통한다. 그리고 목탑이나 석탑 혹은 철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양식으로서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그 특징으로 한다. 또한 피사의 사탑처럼 아슬아슬하나 결코 무너져내리는 법이 없다. 이 탑은 어떤 고비를 만나도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 노동의 고통이 춤의 신명으로 바뀐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양은 쟁반 옥개석을 5층까지 차곡차곡 포개 얹고 붐비는 시장 골목을 걸어다니는 탑 속의 사리는 쌀이다. 어떤 고승의 사리보다 더 빛나는 진신사리가 쌀이 아니던가. 하늘과 대지와 인간이 한 몸이 되어 남긴 사리알. 고요한 산중에서 시정의 한복판으로 내려와 출출한 중생의 시장기를 달래주는 쟁반탑에 경배한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이 탑은 중생의 시장기 앞에서만 자신을 무너뜨린다. 저 탑 속의 사리를 먹고 나도 ‘향그런’ 탑을 쌓으리라.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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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탑은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조형물 중의 하나로 통한다. 그리고 목탑이나 석탑 혹은 철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양식으로서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그 특징으로 한다. 또한 피사의 사탑처럼 아슬아슬하나 결코 무너져내리는 법이 없다. 이 탑은 어떤 고비를 만나도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 노동의 고통이 춤의 신명으로 바뀐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양은 쟁반 옥개석을 5층까지 차곡차곡 포개 얹고 붐비는 시장 골목을 걸어다니는 탑 속의 사리는 쌀이다. 어떤 고승의 사리보다 더 빛나는 진신사리가 쌀이 아니던가. 하늘과 대지와 인간이 한 몸이 되어 남긴 사리알. 고요한 산중에서 시정의 한복판으로 내려와 출출한 중생의 시장기를 달래주는 쟁반탑에 경배한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이 탑은 중생의 시장기 앞에서만 자신을 무너뜨린다. 저 탑 속의 사리를 먹고 나도 ‘향그런’ 탑을 쌓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