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이해의 정식 길라잡이
밑줄 없이, 교과서 고전산문의 ‘감’을 잡다
고전산문은 국어 영역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어렵고 지루한 영역으로 꼽힌다. 고전 작품은 옛사람들의 정서와 시대를 고려하며 천천히 읽어야 하지만, 우리는 문제 풀이를 위해 밑줄을 긋고 갈래와 주제를 외우는 데 급급하여 쫓기듯 공부해왔다. 교과서를 보조하기 위해 출간된 도서들도 고전의 해석과 요약만을 제공할 뿐, 직접 글을 읽고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고전과 청소년이 점점 멀어지고, 고전은 ‘골치 아픈 시험 범위’ 취급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고전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이미 정리된 내용을 받아 적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작품을 읽어보고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있다. ‘문학은 읽고 느끼는 것’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서 작품을 살펴본다면, 고전산문은 더 이상 어려운 과목이 아니다.
이를 위해 청소년들이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실천문학사 <담쟁이 교실> 시리즈로 『청소년을 위한고전산문 다독다독』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학습 목표를 좇아 필기 내용을 외우느라 고전산문의 잔가지에만 집중했던 청소년에게 고전의 숲 전체의 참모습을 시원하게 보여줄 것이다.
최성수 시인이 직접 고르고 번역한 필수 고전산문 44편
30년 동안 중·고등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쳤던 최성수 시인이 교과서에 실린 고전산문 작품과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 44편을 직접 고르고 번역했다. 오래전부터 청소년 독서와 문예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책을 기획·출간했던 최성수 시인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특히 번역에서는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 “청소년들이 고전을 보다 가깝게 대할 수 있”도록 현대적 표현을 사용하여 읽는 맛을 살렸다. 청소년들에게는 자칫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고전산문의 문장이 세련된 옷을 입고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온 셈이다.
또 각 작품마다 붙은 해설은, 고전을 분석하여 파헤치고 조각내는 것이 아니라 넓은 시야에서 작품 전체를 읽어낼 수 있도록 사고의 물꼬를 터주며 자기 주도적 독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핵심 키워드만 전달하고 덮여버리는 참고서가 아니라, 고전산문의 숨겨진 진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친근한 문학 교양서로 남을 것이다.
지문이 아닌 문학으로 읽는 고전산문의 묘미
『청소년을 위한고전산문 다독다독』에서 ‘다독다독(多讀多讀)’은 ‘많이 읽고 넓게 읽는다’라는 의미로, 청소년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여러 작품이 실려 있다. 이규보의 「슬견설」, 설총의 「풍왕서」, 허균의 「통곡헌기」, 강희맹의 「도자설」 등의 교과서 수록 작품부터 조선에 알맞은 병법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이익의 「기병」, 기이한 도술을 부리는 소년을 만난 어느 날 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홍대용의 「보령소년사」, 자신의 한쪽 눈을 찌른 애꾸 눈 화가 최칠칠에 대한 조희룡의 「최북전」 등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청소년에게 고전이 ‘지문’으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갈래에 따라 차례를 구성하지 않고 내용에 따라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끼리 모았다. 대신, 해설에서 ‘설’과 ‘전’ 등 고전의 기본 학습 내용을 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담 없이 풀어냈다.
1부 ‘붓으로 세상을 말하다’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번뜩이는 작품들이 수록되었고, 2부 ‘나를 위해 쌓는 탑’에는 자기 수양과 학문과 관련된 작품이 수록되었다. 3부 ‘생각의 매듭을 묶다’에는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나 삶의 통찰과 관련된 작품들을 모았고, 4부 ‘새로운 세계를 만나다’에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와 기행문을 함께 실었다. 또 역사 인물들의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하는 ‘인물 이야기’를 부록으로 삽입하여 다양한 읽을거리를 마련해 재미를 더했다.
최성수_1958년생. 1987년 『민중시』로 등단했다. 시집 『장다리꽃 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사랑은』, 『천 년 전 같은 하루』와 장편소설 『비에 젖은 종이비행기』, 『꽃비』, 산문집 『가지 많은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든다』, 『구름의 성, 운남』, 청소년교양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 시 100』, 『선생님과 함께 읽는 신동엽』, 『김수영 VS 신동엽』 등을 펴냈다.
머리말
1부 붓으로 세상을 말하다
개털 붓 (장유_필설)
뇌물로 가는 배 (이규보_주뢰설)
굽은 나무의 불행, 비뚤어진 사람의 행복(장유_곡목설)
꽃들의 왕(설총_풍왕서)
떡보와 사신 (유몽인_어우야담 중)
사랑과 미움에 대하여 (이달충_애오잠병서)
미쳤다는 것 (이규보_광변)
통곡의 집에 대하여 (허균_통곡헌기)
보병이 기마병보다 낫고, 화친이 전쟁보다 낫다 (이익_기병)
백성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허균_호민론)
굴원은 꼭 죽어야만 했을까? (이규보_굴원불의사론)
반란군 우두머리 황소에게 알린다 (최치원_토황소격문)
2부 나를 위해 쌓는 탑
아버지 도둑, 아들 도둑 (강희맹_도자설)
책만 읽는 바보 이야기 (이덕무_간서치전)
맹자를 읽던 무렵 (박제가_열유시소서맹자서)
꽃 도감 <백화보>에 부쳐 (박제가_백화보서)
허균이 쓴 「성소잡고」에 대하여 (이항복_성소잡고서)
글 이야기 (허균_문설)
누구나 인재가 되지 못하는 이유 (김정희_인재설)
중노릇하는 까닭 (정약용_동림사독서기)
어떤 게으름뱅이(성간_용부전)
산을 오르는 법(강희맹_등산설)
3부 생각의 매듭을 묶다
나를 지키는 집 이야기 (정약용_수오재기)
손바닥만 한 밭을 부치며 천하의 일을 깨닫다 (이곡_소포기)
벗을 사귀는 자세 (박지원_회우록서)
거친 밭을 일구며 깨닫다 (정온_기황전설)
이와 개 이야기 (이규보_슬견설)
소를 타다 (권근_기우설)
말을 빌려 탄 이야기 (이곡_차마설)
거울 이야기 (이규보_경설)
표범을 잡는 법 (최립_표설)
바람이 깃드는 집 (김매순_풍서기)
죽은 아우를 그리며 (김창협_망제재기제문)
마음을 옮기는 법 (기대승_이심법설)
4부 새롭게 발견한 세계
통곡하기 좋은 곳 (박지원_호곡장론)
하룻밤에 물을 아홉 번이나 건너다 (박지원_일야구도하기)
울암사에 가다 (이식_울암사기)
제주에서 보내는 다섯 번째 편지 (김정희_여권이재돈인)
적벽 아래서 놀다 (김성일_유적벽기)
한라산에 오르다 (최익현_유한라산기)
새끼줄 망태기 사내 (김려_삭낭자전)
유 아무개, 소년 도사를 만나다 (홍대용_보령소년사)
애꾸눈 화가 최칠칠 (조희룡_최북전)
바보 온달 (김부식_온달전)
부록 - 인물이야기
허균 / 최치원 / 김정희 / 정약용 / 박지원 / 홍대용 / 김부식
추천의 글 _권순긍(세명대학교 교수, 우리말 교육현장학회 회장) _신표섭(과천여자고등학교 교사, 전국한문교사모임 전 회장)
우리는 흔히 고전을, 옛날엔 중요했지만 지금은 쓸모없어진 유산 정도로 여긴다. 그래서 읽기는 물론이고 공감하기는 더더욱 어려워한다. 그러나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고전을 통해 옛사람들과 대화함으로써 그들의 지혜를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대부분의 고전산문과 오늘날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한 작품들이 함께 실렸다. 더욱이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편자의 해설이 덧붙어 어려운 고전을 현재화하고 있다. 고전을 박물관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벼리는 도구로써 학생들의 손에 들려준 셈이다. 이 책으로 오랫동안 여러분의 생각 속에서 자라오던 고전의 거목이 새 가지를 무성히 뻗어갈 것이다. 고전을 다시 읽자!
고전은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식물이 흙에서 자양분을 취하듯 사람은 고전으로부터 예술적 영감과 생각의 근원을 얻는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고전 중에서도 산문의 정수들만을 뽑아 엮어놓았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내 자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뽑아, 삶의 깊은 성찰에서 나오는 해설을 덧붙여서 읽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을 다시 읽는 재미에 빠져 작가의 해설에 무릎을 쳤다. 중고생이 된 내 딸과 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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