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소설

이리 (1998)

실천문학 2013. 8. 5. 14:31

 

 

 

 

 

     

 

 

 

 

 


깨복쟁이 친구들과의 추억에서 퍼올린 아름다운 시적 이미지로 가득 찬 성장소설로, 중견시인 김진경의 첫 장편소설이다. 혼돈 속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우리 모두의 방황의 기록이자 자기 성찰과도 같은 소설이다.


"밑이 허방인 깊은 바다가 아닌 이상 물에 빠졌을 때는 바닥에 발이 닿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물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고 두려움 같은 허깨비들이 없어져 물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번의 장편소설 쓰기는 나에겐 이 바닥 짚기에 해당한다. 근래에 시집을 내기도 했고,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이름을 달았던 우화적 소설을 내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물의 깊이를 재기엔 너무 짧았다. 발이 바닥에 닿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큰 장르인 장편에 손을 대게 되었다. 겨우겨우 바닥에 닿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을 재미로 읽든, 연애담으로 읽든, 뜻을 찾기 위해 읽든 독자의 몫이겠지만 나에게는 이것이 성과이다. 추상적 물음을 양식의 문제로 구체화하여 부딪칠 수 있는 방법이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장편소설 쓰기 이외에 따로 없었던 듯싶다"고 밝힌 '自序'를 통해 이 소설에 담은 저자의 뜻을 어림할 수 있다.

김진경의 산문 외도는 시와는 다른 차원에서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대결'과 '투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처한 주체의 위기 국면을 객관적 서사의 그물로 걸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주체의 정체성이 위기와 혼돈에 처한 최근 상황에 대한 존재론적인 성찰의 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작중 화자는 어느 날 갑자기 유년 친구였던 순구의 죽음을 접하면서 생애 최대의 풍경으로 남아 있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듬어간다.
옛 애인 희영(병일의 누이)과의 대화와 상념 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의문을 하나씩 풀어나가게 된다. 배꼽친구였던 병일이와 순구, 그리고 화자는 결국 한 가지 문제에 얽혀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4·19와 5·16이 교차했던 1960년대 초반 고향 서산. 모두 16장으로 짜인 이 소설은 무수한 시적 이미지가 작품 전면에 나타나 있다. '별', '은행나무', '폭설', '우물', '갈치떼', '은어떼', '똥', '갯벌' 등은 작품의 전개에 따라 다채로운 빛과 무늬가 펼쳐지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이리'다.

이 소설은 혼돈 속에서 사회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우리 모두의 방황의 기록이
기도 하다.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을 겪으며 어느새 세기말에 서 있게 된 우리들에게 이 시대를 제대로 살아내기 위한 자기 성찰과도 같은 소설이다.

"오랜만에 영혼의 거문고를 자극하는 소설을 읽은 듯하다. 특히 문학청년을 비롯해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감동의 크기는 적지 않을 것이다."__고영직(문학평론가)

 

김진경
1953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서울대 국어과 및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신인상 시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서울 양정고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구속되어 1년 2개월간 수감생활을 했으며, 이후 교육운동에 투신했다. 시집으로 『갈문리의 아이들』, 『우리 시대의 예수』, 『별빛 속에서 잠자다』등과 산문집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 동화집 『은행나무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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