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소설

눈부처 (2006)

실천문학 2013. 8. 7. 11:12

 

 

 

 

 

 

          

 

 

 

 

 

 

 


2005년 《실천문학》 신인상 공모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한 박소연의 첫 장편소설 『눈부처』가 출간되었다. 등단작이기도 한 『눈부처』(원제 : 『김 선생의 딸』)는 당시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방민호와 양진오의 말을 빌리자면 ‘장기수와 그의 딸의 삶을 찬찬히 묘사해서 보여준 수작’이다. 그간 이념적인 면에 치우쳐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장기수’ 문제를 출옥한 장기수 노인의 삶과 아버지의 부재를 견뎌내며 살아온 딸의 삶의 교차를 통해 일상적이고도 정치적인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 그 추이를 보여준 시각이 독특하다. 사회적, 정치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삶의 막다른 지점에 이르른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절박한 삶의 모습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감동을 줄 것이다.


『눈부처』는 한 장기수와 그의 딸의 인생을 찬찬히 묘사해서 보여준 수작이다. 장기수라는 문제를 이념적으로 다루어온 여느 소설들과 달리 출옥한 장기수 노인의 삶과 그 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 시각이 돋보인다.
아버지와 딸은 여러 고전적인 작품들에 자주 나타나는 중요한 문학적 주제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그것을 프랑스와 우리 한국의 여러 소설들에서 발견한다. 작가는 이것을 오랜 감옥 생활에서 풀려난 아버지와 창녀가 된 딸의 이야기로 변주해놓았다.
역사 이념적인 문제를 전통적인 이야기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 무엇보다 문장미가 돋보인다는 것, 삶의 막다른 국면에 다다른 사람들이 벌여나가는 절박한 몸짓을 감동적으로 엮어냈다는 것은 이 작가가 인생의 비극적 국면을 소설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준다. _방민호(문학평론가)




굴절된 한국 현대사가 잉태한 또 다른 비극의 이면들…

‘비전향 장기수’를 소재로 정치적ㆍ사회적 소수자들의 힘겨운 삶을 역사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편소설 『눈부처』는 국가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에 노출된 정치적 소수자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나 <송환>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송환>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비전향 장기수들의 출감 이후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자율적 정치 이데올로기의 추구란 비전향 장기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폐된 국가폭력 아래 살아가는 한반도 시민 모두에게 지워진 멍에이며 희망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눈부처』 역시 그 정치적 소수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허구적 서사로 구체화하고 있다. 작품의 뼈대는 비전향 장기수로 30여 년간 감옥에 있던 김 선생이 출옥한 이후, 딸과 동거하는 10여 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늘 가족과 국가는 김 선생의 정치적 자의식을 검증하려 들거나 비판하고 억압하려는 저항점으로 작용한다. 김 선생이 전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가족은 가난과 정치적 탄압이라는 고통을 겪는다. 이로 인해 발생한 가족과의 불화는 또 다른 담론화된 사회성을 강요하는 비극성을 형상화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편 딸 채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매춘녀의 삶’은 정치적 폭력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김 선생의 이야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춘녀가 겪는 소외와 고통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작은 방 속에 갇혀 자신의 자율적 의지와 선택을 상실한 채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채현의 삶은 역설적으로 비전향 장기수인 아버지의 삶을 거울처럼 되비추고 있다. 그녀가 추구했던 ‘가족’의 의미는 우리 사회가 저항해야 할 또는 지향해야 할 또 다른 정치적 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적 운명에 맞서는 정치적 소수자들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생에의 의지를 담고 있는 『눈부처』는 근대 시민이 경험하는 생의 비극성이 한국 현대사에서 기인된 것임을 반증한다.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비전향 장기수’와 ‘창녀’의 생을 교차 편집해놓은 서술적 묘미와 그들과 얽혀 있는 현대사의 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작가의 저력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탈사회ㆍ탈정치의 시대와 삶에 대한 실존적 비판

우리 시대의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그의 재현은 ‘사실적’이라는 미학적 태도에 기반한다.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 그럼으로써 역사적 진실을 폭로할 수 있다는 바람은 그간 여러 소설과 영화의 모티프가 되었다. 그러나 역사의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은 또 다른 허구적 왜곡을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보다는 소수자들에 대한 진지한 역사적 서술을 통해 선명한 정치적 의식과 역사적 감각 속에서 당대와 소통할 수 있는, ‘진정성’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눈부처』는 전향을 하지 않은 사상범 김 선생을 이데올로기적 세계에서 끌어내 딸 채현의 삶을 통해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현실적 욕망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과 희망을 서술하며 우리 시대의 정치적 윤리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생명주의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인 김 선생과 딸 채현의 이중적 서사 구조는 삶에 대한, 가족에 대한 진지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 자의식과 가족이 소통하며 만들어내는 안락한 삶에 대한 믿음과 신뢰, 흔히 탈정치적 쾌락주의로 묘사되는 2000년대 삶의 실존적 풍경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박소연 장편소설 『눈부처』의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박소연.1964년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실천문학』신인상 장편소설 부문에 『눈부처』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프롤로그_007
귀가 1_019
잠겨진 문_036
토요일 밤, 길을 잃다_050
살인미수_093
독립_098
입원_121
철책 꽃무늬_132
오동나무_162
귀가 2_175
송환_184
갈림길_192
또 하나의 길_206
이별_223
하수도_241
생의 절정_267
에필로그_298

해설 | 오윤호_303
작가의 말_316

 

 신념 지킨 아버지, 생계위해 몸 파는 딸 ―― 최재봉 기자, 한겨레(2006.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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