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접시꽃 당신 (1996)

실천문학 2013. 8. 9. 13:41

 

 

 

 

 

 

      

 

 

 

 

 

 

 


『접시꽃 당신』은 결혼 2년 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바치는 절절한 망부가이다. 시인 도종환은 독서·출판계에 화제의 폭발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한국판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한국 민족에 익숙한 눈물의 서정이 시집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고 진솔한 표현과 시인 특유의 가락이 합해져 다양한 독자층에 감동의 울림으로 전해진다. 그 위에 다시 절망과 허무의 암초를 피해 오히려 세상일을 더욱 깊은 눈으로 바라보도록 부릅뜬 개안의 힘을 보임으로써 그 감동은 한층 격상되고 있다.
접시꽃같이 지순한 아내를 암으로 잃고 난 후 비탄과 회환의 서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엮은 도종환 시인의 시집 『접시꽃 당신』은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 「접시꽃 당신」에서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최초의 느낌을, 2부 「인차리」에서는 묘소를 오가며 토해낸 그리움을, 3부 「적하리의 봄」에서는 이 모든 고통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4부 「마늘밭에서」에서는 그 극복 뒤에 시인이 어떤 자세로 어떤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갈고 씨뿌리고 땀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__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전문)

 

도종환
1954년 청주 출생으로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교직생활과 시 창작을 병행하던 시인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투옥된 이후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으며 교육운동에 헌신해 왔다. 1998년 해직 10년 만에 복직하여 덕산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충북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당신은 누구십니까』『지금은 묻어둔 그리움』『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 배』『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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