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즐거운 하드록 (1997)

실천문학 2013. 8. 9. 13:44

 

 

 

 

 

 

 

          

 

 

 

 

 

 

 


어둠과 냉소와 죽음을 노래한 신정숙 시인의 시는 그러나 특유의 탄력적인 감성과 긴장, 뛰어난 수사력으로 인해 읽는 이들에게 어두운 절망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갖게 한다. 현실 속에서 타락할 수밖에 없는 모든 순수와 열정에 대하여, 그러한 타락이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존재에 대하여, 시인의 자아는 영원히 불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불화를 역설적인 희망과 그리움의 정서로 변형시킨 시인의 시정신은 아름다운 미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새는/ 평수 늘려 이사하려고 하지 않지/ 텃밭 딸린 전원주택을/ 밤마다 설계하지도
않지// 새는/ 잃어버린 사랑이나 누추한 삶 때문에/ 목 매달지도 않지/ 가고 싶은 곳도 기억하는 주소도 없는 게지/ 그래서 새는/ 자기 노래가 뽕짝을 닮아가는 불안도 서글픔도 없는 게지// 새는/ 절대 취하지도 않지/ 몰래 내다버리는 술병도/ 술잔 밑에 가라앉는 환멸도/ 더 깊이 폐부에 들러붙는 회한도 없는 게지// 새는/ 스피드와 조종과 선회를 보여주지/ 누구 하나 보지 않는다 해도/ 스모그를 뚫고 저렇게 새벽안개를 뚫고 저렇게// 새는/ 새만을 보여주지__「새는」 전문

 

신정숙
1958년 목포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89년 『현대시학』에 「시를 찾아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렇게도 먼 지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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