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마지막 혁명 시인, 김남주. 절판된 지 5년 만에 실천문학사는 김남주의 대표 시집 『나의 칼 나의
피』와 『조국은 하나다』을 동시에 재출간하였다.
필기도구와 종이가 주어지지 않아 옥중에서 먹고 버린 우유곽에다 못으로 눌러 쓴 이 시편들은
당시의 민족적 현실과 맞물려 변혁운동의 중심에 선 많은 이들을 감화시켰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간결하면서도 쉬운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는 그의
시는, 그의 삶과 철저하게 공조하며 현장성과 투쟁성으로 시대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래서 개인의 서정에 머무르는 법이 없는
김남주의 시들은 시대의 중심에서 시를 시답게 서게 한 가장 높은 봉우리였으며 시대적 모범이었다. 시대가 가고 그도 사라졌지만, 김남주는 여전히
현재성으로 남아 있다.
김남주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다. 이 마구잡이 잔인한 착취사회에서도 김남주 시인은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랑"을 노래하는 사랑의 시인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가 외적의 앞잡이이고 수천의 동포를 학살할 때"에도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아는" 민중의 사랑을 노래하기를 잊지 않는 사랑의 시인이다.__이광웅(시인)
만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과도 같은 것
만인의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와도 같은 것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만인의 만인의 만인의 가슴 위에
내리는
눈과도 햇살과도 같은 것
토지여
나는 심는다 그대 살진 가슴 위에 언덕 위에
골짜기의 평화 능선 위에 나는
심는다
평등의 나무를
(중략)
나는 또한 놓는다 그대가 만지는 모든 사물 위에
매일처럼 오르는 그대 밥상
위에
모래 위에 미끄러지는 입술 그대 입맞춤 위에
물결처럼 포개지는 그대 잠자리 위에
투석기의 돌 옛사랑의 무기
위에
파헤쳐 그대 가슴 위에 심장 위에 나는 놓는다
나의 칼 나의 피를
__「나의 칼 나의 피」(부분)
김남주 시인은 80년대 한국 민족문학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는 80년대
사회변혁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온몸으로 밀고나간 '전사(戰士)시인'이며, 혁명적 목소리로 한국문단을 일깨운 '민족 시인'이다. 또한 청춘의
10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등 반독재 투쟁에 앞장선 혁명 시인이었다.
1946년 전남 해남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호남의 명문 광주일고를
입학하였으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반대, 자퇴하였고 이후 검정고시로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하였다. 대학 재학중 '3선개헌반대투쟁'에 참여하는 등
반독재 학생운동에 투신한 그는 1972년과 이듬해에 전국 최초의 반유신투쟁 지하신문 '함성'과 '고발'을 제작·배포하여 징역 8개월의 옥고를
치렀고, 이후 대학에서 제적당했다.
1974년『창작과비평』에「진혼가」등으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김남주 시인은 이후 작가 황석영 등과 함께
'민중문화연구소' 등을 결성하기도 했다.
1978년 가장 강력한 반유신투쟁 지하조직 '남민전'의 '전사'로 활동하다가 이듬해 10월
4일, 80명의 동지와 함께 체포·구속된 김남주 시인은 이 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이 확정되어 광주교도소 등지에서 복역했다. 그는 옥중에서 교도관
몰래 수많은 옥중시를 써서 극비리에 유출했는데, 이 시들은 80년대 우리사회 변혁운동에 일대 도화선이 됐다. 또한 김남주 시인은 1988년
12월 21일 9년 3개월의 옥고 끝에 석방되기까지 80년대 한국문학의 빛나는 정점이자, 큰별이었다.
김남주 시인은 석방 이후 각종
재야집회에서 시낭송을 했는데 이는 만인의 심금을 울린 뜨거운 절창이었다. 김남주 시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민예총 이사 등을 역임하였고,
단재상·윤상원문화상을 수상하였으며, 서거 이후에 민족예술상이 수여되었다.
김남주 시인은 옥중투쟁에서 얻은 지병으로 투병하다가 1994년
2월 13일, 불과 마흔 아홉의 나이로 그 생을 마감했다. 2월 16일, '민족시인 고 김남주선생 민주사회장'이 치러져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장됐다. 2000년 5월 20일, '민족시인김남주기념사업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 주최로 광주 비엔날레공원 안에 대표작「노래」가 수록된
'김남주 시비(詩碑)'가 제막되었다. 유족으로는 박광숙 여사와 아들 토일 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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