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문학의 창조적 재해석
2013년 제2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인 이상국 시인의 대표작을 한데 묶은 『박재삼문학상 수상시선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박재삼문학상은 경남 사천시와 박재삼문학상 운영위원회가 故박재삼의 시적 성과를 기리고, 나날이 부박해지는 문학적 환경 속에서 시의 현실적 위의를 다시 되새기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제2회 박재삼문학상, 이상국 시인의 시집 『뿔을 적시며』
박재삼사천문학상에는 박종현 시인 등 선정
올해 박재삼문학상에 이상국 시인의 시집 『뿔을 적시며』가 선정되었다.
박재삼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간된 시집 가운데 박재삼 시인(1933~1997)의 문학적 성과를 기리고 시적 서정과 서사의 형식을 넘나들며 육화해내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시인을 발굴해 문학상을 수여해왔다.
이상국의 시집 『뿔을 적시며』는 사소한 것에서 출발해 크고 깊은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정갈하게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준다.
심사위원 김광규(시인, 한양대 명예교수)는 “향토의 서정과 서민의 삶에 뿌리내린 이 작품들은 남성적 어조의 소박한 육성을 들려주고, 이 시인 특유의 진솔한 시세계를 형상화하여, 친숙하게 읽히고 폭넓은 공감을 자아낸다”고 이상국 시인의 시를 평했다.
심사위원 이시영(시인,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박재삼이 그러했듯 이상국은 다함없는 마음으로 이 세상의 곳곳을 어루만지면서 돌연 그것들에 유리공처럼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어 ‘온몸이 환해’지며 그윽한 그만의 한 세계를 창조했다”고 평했다.
또 심사위원 남송우(문학평론가, 부산문화재단 이사장)는 “(이상국 시인의) 시적성과는 결코 화려한 시문법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박한 삶의 결들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는 시의 담백성은 삶의 진정성에 쉽게 공감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상국 시인은 “선배시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으며, 언젠가 제 노래도 우리 땅 어느 한 자락을 울릴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한편 박재삼문학상운영위원회는 경남지역 시인을 대상으로 한 박재삼사천문학상에 박종현 시인의 「거미줄」외 2편을, 우수작으로 이이길 시인과 김용권 시인을 선정했다.
<제2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 : 이상국
상금 : 1,000만 원
시상 : 2013년 6월 8일, 제16회 박재삼문학제 및 전국시인대회
장소 : 박재삼문학관 앞(경남 사천시 박재삼길 27(서금동) 노산공원 내)
심사위원 : 김광규(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이시영(시인,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남송우(문학평론가,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주관 : 사천시, 박재삼문학상운영위원회
수상시인 약력 : 1946년 강원 양양에서 출생. 1976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등.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정지용문학상, 강원문화예술상 등 수상.
§. 수상소감
영동 지방에 밤새 봄눈이 내린 다음 날 느닷없이 날아든 행운을 기쁘게 받아 들었습니다. 도대체 지난겨울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제게 이렇게 신나는 봄이 오는지요.
박재삼 시인은 생전에 꼭 한번 뵈었더라면 하고 꼽는 시인 중에 한 분이지요. 선생의 작품들은 대개가 쉽고 친근한 말로 되어 있으나, 그 중심에 가 닿자면 둘레를 한참씩 서성여야 하는 멋과 은근함이 있습니다. 집안 아저씨처럼 너그러울 것 같은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처럼 꿈에라도 한번 양양(揚揚)해보지는 못하고 제 시는 늘 저 세간의 번잡 속에 과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가 사람을 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궁한 사람의 시가 공교롭다”고 한 선인들의 말처럼 손바닥만 한 그늘조차 잃어버리고는 했습니다.
누구는 제 시가 세상에 이겼기보다 그 반대쪽의 우수가 절실해 보인다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선생 같은 절창의 울타리에다 저를 비끄러매는 것은 또 무슨 영광인지요. 누가 어느 시절엔들 기뻐서 시를 쓰겠습니까. 생이 대게 그러하듯 시 또한 그리움과 유랑이 그 근본이 되는 것이겠지요.
수상 소식을 접하고 새삼스럽게 꺼내 든 선생의 작품에서 물그림자처럼 일렁거리는 남도 서정의 정감을 음미하며 선생의 생애와 시가 갑자기 제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황홀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막대한 지원과 격려로 제 시의 곤고함을 물리치며 엄동의 지푸라기를 헤치고 올라오는 마늘 싹처럼 환한 하늘을 바라보겠습니다.
갈 수 없는 북쪽 정주(定州)가 소월과 백석으로 더 그리운 땅이듯 아름다운 삼천포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오직 시인의 고향으로만 기억되고, 저는 아직 그곳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거기서 육신과 정신을 받은 선배 시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이 상을 받으며, 언젠가 제 노래도 우리 땅 어느 한 자락을 울릴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그리고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곳에 있을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늘 그리워하겠습니다.
§. 심사평
수상자로 선정된 이상국 시인의 시집 『뿔을 적시며』에는 60여 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향토의 서정과 서민의 삶에 뿌리내린 이 작품들은 남성적 어조의 소박한 육성을 들려주고 이 시인 특유의 진솔한 시 세계를 형상화하여 친숙하게 읽히고 폭넓은 공감을 자아낸다.(중략)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 고통과 좌절과 절망과 희망을 우리 소나무에 의탁하여 담담하게 그려낸 기량은 이 시인의 세련된 솜씨뿐만 아니라 의연한 기품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60대 후반의 자연인으로서 소장 시인처럼 꿋꿋하게 시작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이상국 시인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박재삼문학상도 이처럼 믿음직한 수상자를 배출함으로써 해가 갈수록 든든한 기반을 쌓게 되리라 믿는다.
_김광규(시인)의 심사평 중에서
본심에 넘어온 11권의 시집은 글자 그대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역량들을 보여주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를 수상작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재독 삼독하면서 나의 손에 마지막까지 남은 시집은 이상국의 『뿔을 적시며』였다. 이 시집은 동향 출신의 선배 시인인 이성선의 경우처럼 일체의 수식과 과욕을 거부한 채 단정하게 ‘침묵’을 지향하고 있다. “모든 진정한 시는 무의미한 시다”라는 말을 한 이는 김수영이지만, 나는 모든 진정한 시는 긍극에 이르면 ‘침묵’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침묵이란 물론, 모든 사변을 내장한 채 그 사변들을 일거에 ‘탈각’하며 음악처럼 여운을 남길 줄 아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가 예술이 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때를 말한다.(중략)
박재삼이 그러했듯 이상국은 다함없는 마음으로 이 세상의 곳곳을 어루만지면서 돌연 그것들에 유리 세공사처럼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어 “온몸이 환해”(「흰 웃음소리」)지며 그윽한 그만의 한 세계를 창조했다. 수상을 축하하며 그의 시에 경의를 표한다.
_이시영(시인)의 심사평 중에서
이상국 시인의 『뿔을 적시며』에서 보여주는 시적 성과는 결코 화려한 시 문법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박한 삶의 결들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는 시의 담백함은 삶의 진정성에 쉽게 공감하게 만들었다. 삶을 결코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시인의 시적 자세는 시인이 견지해야 할 중요한 하나의 덕목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이상국 시인의 시적 성과는 고단한 삶을 견디며 시로써 삶을 위무했던 박재삼 시인의 시적 행로를 닮아 있다고 평가하여 제2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축하와 함께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_남송우(문학평론가)의 심사평 중에서
§. 박재삼문학상 제정의 말
시인 박재삼(1933~1997)의 삶과 문학은 20세기 한국 사회가 치러낸 모진 갈등과 큰 변화의 내면세계를 독특한 문법과 언어로 그려냄으로써, 일찍이 누구도 가지 못한 서정 미학의 길을 뚫어 우리의 삶과 문학을 소통시켜 주었다. 삶의 체험과 감정의 절제를 자연과의 깊이 있는 교감을 통해 한국 문단의 큰 획을 그은 박재삼 시인의 문학사적 성과와 위치를 기리고, 나아가 시인의 문학과 고향에 대한 짙은 사랑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의 사랑 이자 양식으로 삼고자 <박재삼문학상>을 제정한다.
§. 저자 소개
이상국
1946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1976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동해별곡』, 『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가 있다.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차례
2013 제2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작
이상국 『뿔을 적시며』
1부
수상 시집 대표작 「옥상의 가을」 외 9편 09
2부
자선 대표작 「동해별곡(東海別曲) 2」 외 39편 27
3부
심사평 89
수상 소감 93
미니 자서전 95
작가 에세이 105
작품론 1 113
작품론 2 133
부록
연보 및 화보 165
'실천의 문학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간 실천문학 2013 가을호 (2013) (0) | 2013.09.06 |
---|---|
걸레옷을 입은 구름 (2013) (0) | 2013.08.12 |
이미 뜨거운 것들 (2013) (0) | 2013.08.12 |
누이의 방 (2013) (0) | 2013.08.12 |
가난한 사랑노래 (특별판) (2013) (0) | 2013.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