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시

계간 실천문학 2013 가을호 (2013)

실천문학 2013. 9. 6. 18:44

 

 

 

 

 

 

 

 

               

 

 

 

 

 

 

 

 

 

다시 미학적 실천 주체를 말한다


우리는 지난 여름호에서 ‘미학적 실천 주체’라는 제목의 특집을 기획했다. 그때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조바심’이 작동하고 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2000년대 이후 수많은 새로운 ‘주체’를 둘러싼 논의들이 제출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안적인 ‘실천’과 섬세한 ‘미학’의 층위에서 접합시키려는 실험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여름호에서 우리가 시도했던 것은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장에 큰 영향을 끼친 이론들을 이들 층위에서 전유하기 위한 문제 설정을 추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성과 위에서 가을호를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그러니까 가을호는 여름호에서 시도된 이론에 대한 재인식을 구체적인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여 ‘실천’과 ‘미학’의 문제 설정에 접합시키려는 문제의식을 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된 셈이다.
가을호 특집은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제출되었다. 주체, 재현, 정치의 문제를 구체적인 텍스트에 적용시켜 새로운 대안적 주체성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단일한 ‘정답’에 합의하기보다는, 오히려 다양하고 이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 한국문학에 필요한 것은 명징한 ‘회색빛 이론’이 아닌 끊임없이 회의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라는 생각 때문이다. 김원은 김소진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대문자 R(Revolution)의 문제설정이 간과해온 ‘밥풀떼기’의 목소리를 복원한다. 그는 현재까지 지속되는 대문자 R의 강박을 ‘장기 80년대’라는 프레임 속에서 해석하며, 이것이 억압해온 다른 주체성을 탐색하는 자리로부터 새로운 실천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종훈은 2010년대 시 텍스트들이 보여주는 고유한 감성구조를 탐색한다. 텍스트의 미학적 특질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이른바 ‘미래파’ 이후의 새로운 시적 경향이 지닌 의미를 규명하려는 글이다. 서영인은 재현에 수반되는 윤리와 정치에 대해 묻는다. 특히 ‘광주’를 재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 2013년 현재 한국문학이 처한 한계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자칫 소재주의적 접근으로 기울기 쉬운 난제를 주체성의 문제와 결부시켜 모색한 글이다. 장성규는 수행성의 정치적 전략들을 텍스트로부터 추출한다. 최근 텍스트들에서 두드러지는 ‘사소한’ 징후들을 수행적 정체성의 형성 기제로 재구하려는 글이다. 이들 특집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미학적 실천 주체’의 상을 그리고 있다. 부디 우리의 거친 질문에 대해 우애롭게 반문해 주시기를 바랄 따름이다.
언제나 ‘주체’를 둘러싼 논의의 자리에는 주체 ‘외부’의 존재가 설정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아래로부터의 문학사’가 이들의 존재를 복원시키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호에는 백무산 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존 문학사에서 소거된 1980년대 노동자들의 글쓰기 문화에 대한 귀중한 기억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백무산 시인의 신작시를 통해 현재 노동시가 놓인 좌표와 그 모색의 방향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구로노동자문학회의 ‘마지막’ 회장인 김사이 시인의 글 역시 고정화된 노동문학 바깥의 목소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노동시의 존재 의의에 대한 황규관 시인의 글 역시 함께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현재 노동시가 지닌, 혹은 지녀야 할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글이다.
매년 ?실천문학? 가을호를 대하는 마음은 새롭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미학적 실천 주체의 전위들을 대할 두근거림 때문이다. 올해에도 시, 소설, 평론 부문에서 모두 세 명의 신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실천문학?의 상징을 다시,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뜨겁게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었다. 날씨만큼이나 갑갑했을 법한 현실 속에서 많은 품이 드는 귀한 원고를 주신 모든 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이제 가을이다. 조심스러운, 그러나 한 편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주체와 재현, 그리고 정치를 둘러싼 우리의 고민들을 이렇게 내놓는다. 우리들의 거친 질문은 오직 당신들과의 우애로운 대화를 통해서만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미학적 실천 주체에 대한 고민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실천의 말
다시 미학적 실천 주체를 말한다|장성규

▃특집|새로운 주체, 재현 그리고 정치
‘장기 80년대’ 주체에 대한 단상: 보편, 재현 그리고 윤리|김원
갇힌 주체의 부정성: 2010년대 시의 감성 구조|김종훈
재현의 정치성과 새로운 주체|서영인
수행성의 정치를 위한 텍스트의 전략|장성규

▃아래로부터의 문학사
대담_공장 밖이 절벽이다|백무산·고영직
시_개화법 외 9편|백무산
산문_우리는 자기 나름대로 지난 시간을 견뎌왔다|김사이

▃제20회 실천문학 신인상
시 당선_유전 법칙 외 4편|채길우
소설 당선_바통|김하율
평론 당선_‘증상’의 시학: 이영광론|김영범

▃비평
‘노동시’가 남긴 것과 노동시가 가져야 할 것
: 고봉준의 ‘노동시의 종언’에 대한 댓글|황규관

▃시
강형철|겨울 몽골 초원에서 외 1편
권용만|투쟁 Ⅱ 외 1편
김성규|자살충 외 1편
문동만|유모차, 일몰 속에서 외 1편
이은봉|좌판 위의 정치 외 1편
장이지|눈물의 부력 외 1편
최정례|너의 여행기를 왜 내가 쓰나 외 1편
한영수|만다린어 외 1편
황인찬|종로오가 외 1편

▃단편소설
노희준|고백체의 탄생
박민정|굿바이 플리즈 리턴
송기원|별밭공원
윤이형|쿤의 여행

▃연재소설
최진영|원도(마지막 회)

▃혁명의 나비효과
정전 60년, 군사 안보와 한국 사회: 평화에 대한 무능력의 대가|박정은
산동네 철거세입자들이 만든 논골신협! 협동조합으로서의 논골신협?|장동성
사장님을 왕으로 둔 노동하는 청소년들에게|희정

▃계간 리뷰
박철, 『작은산』|전소영
한세정, 『입술의 문자』|김나영
김지유, 『즐거운 랄라』|안서현
이시백, 『나는 꽃도둑이다』|朴眐熙
김형주, 『빨대들』|석형락
정유정, 『28』|김윤영
심보선, 『그을린 예술』|소영현
김정한, 『1980 대중 봉기의 민주주의』|정문영
권명아, 『음란한 혁명―풍기문란의 계보와 정념의 정치학』|소현숙
로버트 J. C. 영,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안준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