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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실천문학_2013년 여름호

실천문학 2013. 7. 30. 11:36

 

 

 

  

 

 

 

소통할 문학의 준거를 찾아서
―『실천문학』의 실험



어쩌면 근대문학이나 한국문학, 문학작품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2000년대에 목도하는 문학과 관련한 일련의 시대 상황임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강정마을, 두리반, 대추리에서 문인들의 현실 발언은 활발하지만, 정작 문학작품을 읽는 대중이 얼마나 될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학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의 삭제, 정부의 문학 창작 관련 보조금 삭감 그리고 최근 불거진 출판사의 사재기 논란과 소설 절판 등 현상이 이를 웅변해준다.
그럼에도 시대와 대중 속에서 소통할 만한 문학 텍스트는 발굴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식민과 탈식민, 근대와 탈근대, 반동과 해방이라는 급속한 변동 속에서 문학은 오랫동안 사회적 기능을 해왔으며, 대중들과 소통하며 좀 더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키워왔다. 문학이 당장 답하지는 못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사유하고 장기적 실천의 역동성을 불러일으켜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비록 당장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학 텍스트’의 미학적/실천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도록 북돋우는 작업 자체가 지금 시점에서 최상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름호 기획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실천 미학의 재구성’으로 잡았으며, 이 문제는 가을호에서도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2013년 『실천문학』 여름호 특집은 ‘미학적 실천 주체’이다.
특집 총론에서 김정한은 현시대에 적합한 실천 주체를 둘러싼 담론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더디고 미약함을 지적하며, 이번 특집이 비가시적인 저항 주체들의 들리지 않는 반역의 목소리를 뒤쫓으려는 『실천문학』의 의지이자 출발점임을 명시한다. 「내재적 유물론자 푸코의 난관: 푸코에게 실천 이론은 있는가?」를 쓴 서동진은 마르크스와 알튀세르, 랑시에르를 경유하며 푸코에게서 실천의 곤란함을 간파해낸다. 이성민의 글 「미학의 종언」은 난해하고 독특하다. 그는 고진과 지젝을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주체와 미학에 관해 논한다. 진태원은 「랑시에르와 발리바르: 어떤 민주주의」에서 두 철학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한다.
현재 필요한 것은 기존 정치체/문학장에서 배제하거나 부차화한 역사 혹은 배제와 봉기의 흔적이 새겨진 텍스트에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텍스트는 스스로 말하지 않”으며 “서발턴이 말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서발턴이 아니”라는 말처럼, 텍스트에 의미를 부여할 전범과 기준(혹은 문제틀)을 마련하고 전범으로서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논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실천문학』의 임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2013년 여름호의 논의를 바탕으로 가을호에서는 실천과 미학의 측면에서 복원되어야 할 작품론과 비평론에 대해 연속 특집으로 다룰 것이다. 좀 더 구체화된 논의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부탁드린다.



이번호 ‘아래로부터의 문학사’에서는 1970년대 노동자의 비인간적인 삶을 고발한 『어느 돌멩이의 외침』을 쓴 유동우(본명 유해우) 선생과의 좌담을 실었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평범한 노동자였던 그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활동가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상세히 전해준다. 1970년대 탄광 노동자의 삶과 체험을 통해 개발주의 시기 아래로부터 주체들의 역사를 재구성한 이홍석의 「민중의 재구성과 1960~1970년대 탄광 노동자」는 유동우 선생의 체험과 비교해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혁명의 나비효과’에서는 눈에 띄는 현실의 문제를 기행, 추도 그리고 르포라는 형식으로 다뤘다. 오키나와 반환 41주년이 되는 올해 독립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 냉전의 양상이 일상화된 모습을 그린 조경희의 「오키나와의 주변에서 평화를 외치다」는 식민과 냉전, 전쟁과 폭력 그리고 평화가 공존하는 동아시아의 다리 오키나와의 현재를 담았다. 봄호에 이어 청소년 노동 실태에 관한 연작 르포를 쓴 희정의 글 「폭주족의 알바」에서는 ‘간지 나는 삶’을 꿈꾸던 폭주족이 “차에 갖다 박아서 죽어버릴 거예요”라고 고백하게 만든 “악독한 업주”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2월 12일 작고한 사진작가 최민식을 추모하는 글을 쓴 진용주는 「의지의 향방,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최민식이 남긴 과거와 현재의 흔적을 따라가본다. 전쟁, 빈곤, 소외 등 기층 민중의 삶을 질박하게 표현한 최민식 작가의 사진은 현대사의 질곡에서 생존해온 한국의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번호 창작란도 풍성하다. 하성란 작가가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했고, 문단의 신예 김학찬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최진영 작가의 장편소설 『원도』는 2회째를 맞아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장편 프리뷰에서는 변소영 작가의 『거의 맞음』의 일부를 미리 소개한다. 권혁웅, 김명철, 박주택, 백상웅, 이근화, 이원규, 정진혁, 최두석, 최명진 시인의 신작 시는 그동안 이들의 작품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지난 석 달 동안 우리는 갑갑했고, 공포스럽기도 했으며 좌절하기도 했다. 대선 이후 현실은 ‘변화-개혁’이라기보다 인터넷에 희화화되는 코미디에 가깝게 인식되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차원의 적대적 분단 체제는 일상에서 ‘실감’되어왔다. ‘속보’라는 이름으로 종편 채널을 장악했던 한반도 전쟁 위기는 해프닝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깊숙이 일상 속의 무의식적 공포가 됐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그 공포 속에서 ‘무엇도 하기 어려운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었다. 이런 일상에서 폭력, 배제, 삭제 등은 여전히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작금의 조건에서 『실천문학』이 나아갈 준거를 찾는 일은 중요하다. 제도/현실에 착목하나 이에 머물지 않으며 제도/지식/권력의 임계점(臨界点) 속에서 거리두기를 하나 근대/문학 공동체 내부의 적대, 배제 그리고 차이를 제도 안팎으로 드러내는 실천과 사유를 자극하고, 그를 재현한 텍스트를 찾고 공유하는 길. 이것이 『실천문학』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차례

▃실천의 말
소통할 문학의 준거를 찾아서|김원

▃특집|미학적 실천 주체
실천 주체의 난관, 마법, 스캔들|김정한
내재적 유물론자 푸코의 난관: 푸코에게 실천 이론이 있는가|서동진
미학의 종언|이성민
랑시에르와 발리바르: 어떤 민주주의?|진태원

▃아래로부터의 문학사
대담_돌멩이는 아직도 외친다|유동우·김원
발췌_『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비평_민중의 재구성과 1960~1970년대 탄광 노동자|이홍석

▃비평
누구에게 이것을 바칠까?|양경언

▃시
권혁웅|두 손 두 발 다 들고 외 1편
김명철|사는 게 너무해서 외 1편
박주택|디지털 도어록 외 1편
백상웅|출경 외 1편
이근화|상소순대 파열 외 1편
이원규|단 하나의 천수천안 외 1편
정진혁|질기게, 질기게 외 1편
최두석|숨살이꽃 외 1편
최명진|억울할 만도 하지 외 1편

▃단편소설
김학찬|타작(打作)
하성란|카레 온 더 보더

▃연재소설
최진영|원도(제2회)

▃장편 프리뷰
변소영|거의 맞음

▃혁명의 나비효과
오키나와의 주변에서 평화를 외치다|조경희
폭주족의 알바|희정
이 사람을 보라|진용주

▃계간 리뷰
복효근, ?따뜻한 외면?|박성준
여태천,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가고』|오연경
정지아, 『숲의 대화』|김경연
김현경, 『김수영의 연인』|황인찬
이성혁, 『미래의 시를 향하여―노동시와 아방가르드』|임태훈
김영수 외, 『전노협 1990~1995』|김준
스테판 욘손, 『대중의 역사―세 번의 혁명 1789, 1889, 1989』|김은주
매튜 A. 크렌슨・벤저민 긴스버그,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이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