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문학사의 가장 빛나는 별자리 중 하나인 『백석전집』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1997년 초판을 간행한 이후 2003년 1차 증보를 거쳐 새로 발굴된 시 15편, 산문 4편 등을 추가 수록한 개정증보판 『백석전집』은, 이미 알려진 작품을 포함하여 시 124편, 동화시 12편, 기타 산문 외 25편 등 총 161편의 작품을 수록, 명실 공히 백석 문학의 전모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백석 문학의 완결판이자 정본이라 할 만하다.
“민속적 상상력을 통해 건져 올린 민중적 공동체의 세계!”
반공의식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재북시인’
북한에서조차 절필할 수밖에 없었던 백석의 작품 총수록
정지용과 함께 한국서정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시인 백석(白石, 1912-1996)의 작품 19편이 새로 발굴됐다. 문학평론가 김재용 씨는 1997년 초판 간행한 『백석전집』에 2003년 새로 34편의 작품을 발굴 수록한 증보판을 낸 데 이어 지난 8년간 발굴해낸 새 작품 19편을 추가 수록 개정증보판으로 펴냈다. “백석 문학의 진면목을 밝히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자료를 찾아 해방 이후 북한에서의 발표작까지를 모두 담”(김재용)아내는 각고의 노력 끝에 초판 『백석전집』이 간행된 1997년 당시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백석 문학의 전모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꾸준한 관심과 연구 결과가 2003년에 이어 8년 만에 새롭게 결실을 맺게 되었다.
개정증보판 『백석전집』은 해방 전의 작품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해방 후의 작품들을 많이 싣고 있다. 특히 새로운 형식의 동화시나 해방 후 북한에서의 활동을 짐작케 하는 평론과 정론 등 백석이 거둔 문학적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백석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민속적 세계이다. 그의 시 속에는 전근대 시대의 민중들의 삶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갖가지 습속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백석 시의 민속적 세계는 근대인으로서의 절실한 내면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전근대적 삶의 세계 특히 민속을 향한 강렬한 관심으로 이어지는데 「여우난골족」이나 「고야」 등의 시에 나타난 공동체적 합일의 세계로 드러난다. 더불어 백석 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방언의 사용이다. 한국 근대시에서 백석처럼 의식적으로 방언을 사용한 경우를 우리는 찾기 어렵다. 그의 시에는 관서지방의 방언이 아주 조직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의 방언 사용은 일차적으로 표준어에 대한 저항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근대의 중앙집권화와 물신화에 대항하여 인간의 진정한 삶을 구하고자 하는 노력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로 발굴된 15편의 시와 4편의 산문 추가 수록!”
해방 직후의 복잡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백석은 매우 미묘한 위치에 서게 된다. 그는 해방 직후의 남북 현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새로운 공동체의 대안을 건설하고자 했던 백석에게 해방이라는 것은 매우 심대한 의미를 가져다주었으나 자신의 지향과 현실의 흐름이 엇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백석으로서는 우회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번역활동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백석은 동시나 동화시를 발표함으로써 문학활동을 재개하였다. 1957년 4월에 나온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는 산문이 아닌 시의 형식을 빌린 동화시집으로서 혁명이나 계급의식의 고양보다는 휴머니즘을 고취시키려는 경향의 글들이 주로 실려 있다. 이로 인해 아동문학 논쟁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조선문학」 에 게재한 「동화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나의 항의 나의 제의」등 평론을 통해 당시 북한 아동문학의 「도식주의 경향」을 비판했다.
전후의 해빙기 속에서 자신의 문학관을 강하게 주장하던 백석은 1958년 숙청되어 국영협동조합의 축산반 양치기로 쫓겨나지만 그의 진정한 문학세계는 오히려 이때 빛을 발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농촌에서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시로 형상화한 것이다. 59년 발표된 시 「동식당」은 「여우난골족」등 초기작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이들 명절날처럼 좋아한다/ 뜨락이 들썩 술래잡기, 숨박꼭질/ 퇴 위에 재깔대는 소리, 깨득거리는 소리/ 어른들 잔칫날처럼 흥성거린다/ 정주문, 큰방문 연송 여닫으며 들고 나고/ 정주에, 큰 방에 웃음이 터진다
공동체적 삶을 되찾은 농촌에서 새로운 유토피아를 발견하려던 그의 노력은 그러나 결국 국가 사회주의의 벽에 부딪혀 좌절된다. 62년 말 북한 전역에 불어닥친 복고주의 비판바람에 의해 된서리를 맞고 창작활동을 중단한 것. 이때부터 백석의 이름은 북한 문학계에서 사라져버린다.
개정증보판 『백석전집』에 수록된 새 발굴작은 제4부(보유 2)에 실린 작품들이다. 민속적․민중적 세계가 강하게 엿보이는 「머리카락」 「당나귀」, 동화시에 해당되는 「까치와 물까치」 「지게게네 네 형제」(기 수록작인 「집게네 네 형제」의 변주작), 동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멧돼지」 「강가루」 「기린」 「산양」, 재북 시기의 이념적 성향이 짙게 드러나는 시편인 「오리들이 운다」 「석탄이 하는 말」 외 5편 등 시 15편과 고리키와 마르샤크, 이솝의 작가론 격의 산문, 그리고 소설가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까지, 새 발굴작만으로도 백석 문학의 전모를 살피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1995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였던 연보는 유족의 확인을 거쳐 1996년 1월 사망으로 바로잡았다.
지은이 백석
본명 백기행(白夔行). 1912년 평안북도 정주 출생으로 1929년 오산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30년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단편소설 「그 母와 아들」이 당선되었고, 그로 인해 조선일보 장학생으로 동경으로 건너간다. 동경 청산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1934년 귀국, 1935년 시 「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며 시인으로도 등단한다. 1936년 시집 『사슴』을 100부 한정판으로 출간하였고, 1945년 해방 이후 신의주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1947년 문학예술총동맹 제4차 중앙위원회 외국문학분과원, 1956년 『문학신문』 편집위원을 지냈고, 「동화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동화시집 『집게네 네형제』 등을 내놓았다. 1962년 10월 무렵 북한의 문화계 전반에 내려진 복고주의에 대한 비판과 연관되어 일체의 창작활동을 중단하였다. 1996년 1월 사망.
엮은이 김재용
960년 경남 통영 출생으로 연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원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민족문학운동의 역사와 이론』, 『북한문학의 역사적 이해』, 『백석 전집』, 『오장환 전집』 등의 책들을 펴냈다.
제1부 8·15 이전
시-『사슴』에 수록된 작품
얼룩소 새끼의 영각
가즈랑집·13
여우난골족(族)·16
고방·18
모닥불·19
고야(古夜)·20
오리 망아지 토끼·23
돌덜구의 물
초동일(初冬日)·24
하답(夏畓)·25
주막(酒幕)·26
적경(寂境)·27
미명계(未明界)·28
성외(城外)·29
추일산조(秋日山朝)·30
광원(曠原)·31
흰 밤·32
노루
청시(靑枾)·33
산(山)비·34
쓸쓸한 길·35
자류(柘榴)·36
머루밤·37
여승(女僧)·38
수라(修羅)·39
비·41
노루·42
국수당 넘어
절간의 소 이야기·43
통영(統營)·44
오금덩이라는 곳·45
시기(枾崎)의 바다·46
정주성(定州城)·47
창의문외(彰義門外)·48
정문촌(旌門村)·49
여우난골·50
삼방(三防)·51
시-『사슴』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
통영(統營)·55
오리·58
연자간·60
탕약(湯藥)·62
이두국주가도(伊豆國湊街道)·63
창원도(昌原道)·64
통영(統營)·65
고성가도(固城街道)·66
삼천포(三千浦)·67
북관(北關)·68
노루·69
고사(古寺)·70
선우사(膳友辭)·71
산곡(山谷)·73
바다·75
추야 일경(秋夜一景)·76
산숙(山宿)·77
향악(饗樂)·78
야반(夜半)·79
백화(白樺)·8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81
석양·83
고향·84
절망·85
외갓집·86
개·87
내가 생각하는 것은·88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89
삼호(三湖)·90
물계리(物界里)·91
대산동(大山洞)·92
남향(南鄕)·93
야우소회(夜雨小懷)·94
꼴두기·95
가무래기의 낙(樂)·97
멧새 소리·98
박각시 오는 저녁·99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100
동뇨부(童尿賦)·102
안동(安東)·103
함남 도안(咸南道安)·104
구장로(球場路)·105
북신(北新)·107
팔원(八院)·108
월림(月林)장·110
목구(木具)·111
수박씨, 호박씨·113
북방(北方)에서·115
허준(許俊)·117
좬호박꽃 초롱좭 서시·120
귀농(歸農)·122
국수·125
흰 바람벽이 있어·128
촌에서 온 아이·131
조당(藻塘)에서·133
두보(杜甫)나 이백(李白)같이·136
산(山)·139
적막강산·141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142
칠월백중·144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146
수필
마포(麻浦)·151
편지·153
가재미·나귀·156
무지개 뻗치듯 만세교·158
동해(東海)·161
입춘(立春)·164
소월(素月)과 조선생(曺先生)·167
소설
그 모(母)와 아들·173
마을의 유화(遺話)·191
닭을 채인 이야기·204
제2부 8·15 이후
동화시-『집게네 네 형제』
집게네 네 형제·221
쫓기달래·228
오징어와 검복·233
개구리네 한솥 밥·245
귀머거리 너구리·262
산골총각·271
어리석은 메기·287
가재미와 넙치·296
나무 동무 일곱 동무·303
말똥굴이·326
배꾼과 새 세 마리·331
준치가시·338
시
제3인공위성·345
이른 봄·348
공무여인숙·350
갓나물·352
동식당·354
축복·356
하늘 아래 첫 종축 기지에서·358
돈사의 불·361
눈·364
전별·367
탑이 서는 거리·369
손뼉을 침은·372
돌아온 사람·375
평문
동화문학의 발전을 위하여·381
나의 항의, 나의 제의·404
큰 문제 작은 고찰·423
아동문학의 협소화를 반대하는 위치에서·440
정론
부흥하는 아세아 정신 속에서·453
아세아와 아프리카는 하나다·459
프로이드주의―쉬파리의 행장·463
제3부 보유 (1)
시
나와 지렝이·473
황일(黃日)·474
산문
해빈수첩(海濱手帖)·477
슬픔과 진실·481
조선인과 요설·485
이제 또다시 무엇을 말하랴·489
사회주의적 도덕에 대한 단상·492
이 지혜 앞에 이 힘 앞에·496
눈 깊은 혁명의 요람에서·498
제4부 보유 (2)
시
머리카락·509
당나귀·510
까치와 물까치·512
지게게네 네 형제·520
멧돼지·528
강가루·529
기린·530
산양·531
오리들이 운다·532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533
앞산 꿩, 뒷산 꿩·534
나루터·535
석탄이 하는 말·540
강철 장수·544
사회주의 바다·547
산문
막심 고리키·553
마르샤크의 생애와 문학·569
이솝과 그의 우화·577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편지)·580
증보판을 내면서·2
개정증보판을 내면서·3
해설 / 김재용·585
작가 연보·630
작품 연보·633
분단이 가른 문학세계 다시 잇는다
정지용과 함께 한국서정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시인 백석 (白石, 1912- ? ) 의 작품 34편이 새로 발굴됐다. 문학평론가 김재용(37) 씨가 백석의 광복이후 작품을 찾아 완결판 [백석전집] 으로 엮어냈다.
이번 전집에 처음 소개된 백석의 작품은 광복 이후 발표된 시 「제3 인공위성」, 「공무여인숙」등 13편과 동화시 「개구리네 한솥밥」 등 12편, 평문정론 7편, 수필 「무지개 뻗치듯 만세교」 (37년), 「소월과 조선생」 (39년) 등 34편이다.
김재용씨는 『87년 시인 이동순씨에 의해 출간된 백석 시전집에는 일제때 작품만 들어있어 안타까웠다』 며 『백석 문학의 진면목을 밝히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자료를 찾아 해방이후 북한에서의 발표작까지를 모두 담았다』 고 말했다.
이로써 냉전 이데올로기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백석의 문학세계가 10년만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57년 4월에 펴낸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 는 시의 형식을 빌린 실험적 동화. 혁명이나 계급의식보다 휴머니즘 고양의 이미지가 많은 이 작품으로 아동문학 논쟁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백석은 「조선문학」 에 게재한 「동화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나의 항의 나의 제의」등 평론을 통해 당시 북한 아동문학의 「도식주의 경향」을 비판했다.
이같은 일련의 문제로 58년 숙청 당해 국영협동조합 축산반 양치기로 쫓겨나지만 그의 진정한 문학세계는 오히려 이때 빛을 발했다는 것이 김씨의 분석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농촌에서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시로 형상화했다는 것. 59년 발표된 시 「동식당」은 「여우난골족」등 초기작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 명절날처럼 좋아한다/ 뜨락이 들썩 술래잡기, 숨박꼭질/ 퇴 위에 재깔대는 소리, 깨득거리는 소리/ 어른들 잔칫날처럼 흥성거린다/ 정주문, 큰방문 연송 여닫으며 들고 나고/ 정주에, 큰 방에 웃음이 터진다」
공동체적 삶을 되찾은 농촌에서 새로운 유토피아를 발견하려던 그의 노력은 그러나 결국 국가 사회주의의 벽에 부딪혀 좌절된다. 62년말 북한 전역에 불어닥친 복고주의 비판바람에 의해 된서리를 맞고 창작활동을 중단한 것. 이때부터 백석의 이름은 북한 문학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서평,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 19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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