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문명의 모순을 내부로부터 혁파하고자 한 한국 근대문학의 빼어난 시인 오장환. 월북 후 남에서도, 북에서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그의 문학과 삶을 제대로 평가하고자 이 책을 출간하였다. 이 전집에서는 오장환의 첫 시집 『성벽』에서부터, 북한에서 출간된 마지막 시집으로 제목만 알려져 왔던 시집 『붉은 기』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그대로 전재하고 시와 산문을 총망라하여, 오장환의 생애 전체에 걸쳐 이루어진 문학적 성과를 집대성하였다. 남과 북이 함께 그를 기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새로이 발굴된 제5시집 『붉은기』를 포함하여 오장환 시인이 발표했던 시와 평론, 정론 등을 총망라한 『오장환 전집』.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되어 있던 한국전쟁 관련 문서 상자에서 발견된 제5시집 『붉은 기』, 일제의 검열에 걸려 미처 출간되지 못했던 오장환의 장시 「전쟁」을 원문 그대로 수록한 것은 우리 문학사에 있어서도 뜻깊은 성과라 할 것이다.
오장환이 남에서 해금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나, 아직도 그의 작품이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월북 후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한 규명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오장환 전집』은 오장환의 작품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북한에서 출간된 마지막 시집 『붉은 기』
오장환은 월북 후 평양에서 작품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차 방문했던 소련에서도 시를 썼다. 이를 모아 제5시집을 출간한 바 있기에 이를 빼놓고는 그의 생애 전체에 걸쳐 이루어진 문학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제목만 알려졌을 뿐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던 제5시집 『붉은 기』는 문학평론가 김재용 교수가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한국전쟁 관련 문서 상자에서 발견한 것이다. 서시 격인 「붉은 기」와 「씨비리 시편」 「살류트 시편」 「모스크바 시편」의 3부로 나누어진 이 시집은 사회주의 혁명의 종주국인 소련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격과 이념적 각오를 담고 있다. ‘소련기행시집’이라는 부제를 단 이 시집은 평론가 안함광이 발행인으로 있던 문화전선사에서 1950년 5월
25일 출간되었다. 시인 김광균 등 지인들의 회고에 따르면 오장환은 한국전쟁 당시 이 시집을 들고 서울에 내려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장환의 작품세계
오장환의 시세계는 식민지에서의 주변부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식민지의 근대 속에서 빚어지는 온갖 형태의 소외와 타락을 적발하면서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을 강하게 드러내 보인다. 또한 이를 근대의 바깥에서가 아니라 근대의 내부에서 혁파하려고 한다는 점은 여느 문학가들과 다른 이채로움을 안겨 준다.
주변부 자본주의의 현실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시작 활동을 했던 그가 근대 문명의
모순을 깨닫고 이를 혁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데에는 비단 참담한 현실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탐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에서 보기 드문 장시의 형식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시적 형식을 실험했던 것 역시 근대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열망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근대 속에서 태어나 살면서 근대를 그 내부에서부터 혁파하려고 하였던 그의 시적 노력을 기억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를 아방가르디즘의 시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가 세운 이 아방가르디즘의 전통은 이후 김수영을 비롯한 후배 시인들에게 이어져 우리 시의 한 맥을 형성하고 있다.
오장환
1918년 충청북도 보은군에서 태어났다.안성보통학교를 거쳐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시지『낭만』, 『시인부락』, 『자오선』 등의 동인으로 활약했다. 『조선문학』에 『목욕간』을 발표, 문단에 등단한 이래 1937∼1947년 『성벽』, 『헌사』, 『병든 서울』, 『나 사는 곳』 등 4권의 시집을 차례로 냈다. 그의 시는 대체로 3가지 경향으로 대별되는데, 첫째는 『성벽』, 『헌사』에서 보여주는 비애와 퇴폐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더니즘 지향이며, 둘째는 <나 사는 곳>이 드러내고 있는 향토적 삶을 배경으로 한 순수 서정시의 세계이다. 셋째는 <병든 서울>에 나타난 계급의식의 세계가 그것이다. 8 ·15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 문학 대중화운동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다가 1946년 월북하였다. 그밖의 작품에는 시 <여수>, <싸늘한 화단>, <구름과 눈물의 노래>, <고향의 노래> 등과, 논문 <자아의 형벌> 등이 있다.
김재용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현재 원광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민족문학 운동의 역사와 이론>, <민족문학 운동의 역사와 이론 2>, 공저로 <한국 근대 민족문학사> 등이 있다.
<오장환전집> 펴낸 문학평론가 김재용 씨
“오장환 시인의 마지막 시집인 "붉은 기"를 미 국립문서보관소의 한국전 문서박스에서 찾아냈을 때 손이 벌벌 떨렸습니다.”
월북 시인 오장환(1918~1951?)의 시와 평론 등 해방 이후의 문학적 자취를 모은 <오장환 전집>(실천문학사)을 펴낸 문학평론가 김재용씨(42, 원광대 국문과 교수)는 “재작년 7월 미국에서 시집을 발견했던 감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붉은 기"는 우리 문학사에서 제목만 알려졌을 뿐 그 실체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오장환이 1950년 5월 "붉은 기"를 북한에서 출간해 한국전 때 시집을 들고 서울에 내려온 것을 보았다"는 소문의 진상이 문서보관소의 낡은 상자 안에서 확인된 순간이었지요”
"붉은 기"는 오장환이 1947년 월북해 평양에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심장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했던 소련에서 쓴 시편을 모은 것으로 "씨비리 시편" "모스크바 시편" "샬류트 시편" 등 3부로 구성되어 있다.전집은 오장환의 첫 시집 "성벽"(1937)에서부터 "붉은 기"에 이르기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그대로 전재하고 있으며 특히 일제 당시 검열에 걸려 빛을 보지 못했던 장시 "전쟁"도 원문 그대로 담겨 눈길을 끈다.또 그가 월북 직후에 쓴 평문 "남조선의 문학예술"은 해방기의 혼란했던 문인들의 좌우 행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붉은 기"는 사회주의 혁명의 종주국인 소련을 여행하며 느낀 감격과 이념적 각오를 담은 것이지만 단순히 소련을 예찬한 것만은 아닙니다.식민지적 근대를 통과해온 그는 근대의 바깥에서 고민하지 않고 근대의 내부를 혁신하려는 열정으로 시적 형식과 당대의 현실을 동시에 혁파하려 했지요.그런 측면에서 그는 최초의 전위시인이었고 이를 김수영이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충북 보은 출신인 오장환은 휘문고보를 중퇴하고 일본에 유학했으며 1933년 "조선문학"에 등단, 1936년 "시인부락"에서 미당 서정주와 단짝을 이루며 활동하다가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 1948년 월북했으나 남로당계로 숙청됐다.
___국민일보, 2002년 02월 26일,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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