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김지하 사상의 원석이자 이문구, 황지우 등에 의해 조명된 김지하의 은밀한 내면 기록이다. 2권은 시인 황지우가 김지하와의 대담을 통해 생명사상 이후 율려로까지 발전되어 온 김지하의 사상적 궤적을 더듬어 정리했다.
『김지하 사상기행』 1권은 1985년 김지하가 감옥에서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계간 『실천문학』이 기록하고 일부 연재했던 것을 14년여 만에 정리, 재구성한 것이다.
부정기간행물로 나오던 『실천문학』은 1984년 정기간행물로 전환하는 창간호를 펴내면서 특집으로 ‘김지하 사상기행’(1회분)을 실었다. 그러나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실천문학』이 폐간되면서 부득이하게 연재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998년 이삿짐으로 정리하다 발견된 10여 권의 녹취노트를 통해 사상기행은 뒷이야기의 맥을 이으면서 완전히 복원, 마무리되게 되었다.
『김지하 사상기행』은 전2권으로 구성된다. 계롱산, 우금치, 황산벌, 남원, 김제, 광주로 이어지며 동학사상을 중심으로 한 역성(易姓)혁명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김지하의 현장강의를 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당시의 기록을 소설가 이문구와 김영현이 정리하여 1권으로 묶었고, 2권은 황지우와의 대담을 중심으로 최근 변모 발전한 그의 사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김지하의 사상기행에 동행한 인물의 면면은 이른바 1980년대를 주름잡은 진보적 논객들로, 소설가 이문구, 황석영, 송기원, 송기숙, 판소리꾼 임진택, 영화감독 장선우, 풍수지리학자 최창조 등이다.
2권의 구성 : 대담 / 황지우
시인 황지우와 김지하가 여덟 시간에 걸친 대담을 통해 생명사상 이후 율려로까지 발전되어 온 김지하 사상의 궤적을 더듬어 본다. 아울러 이 대담에서 암울했던 지난 시대의 행동하는 지식으로 살아왔던 고단한 지난날을 가감 없이 고백하는 김지하의 모습에서 많은 비판을 무릅쓰고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견지해 나가는 사상가로서의 김지하와 만나게 된다.
이 기행에서 말하는 민중사상이란, 한국사상의 계보 중에서 19세기 말 조선 왕조의 해체기에 당시의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성리학에 대항하여 새롭게 등장했던 사상들을 말한다. 예컨대 서화담, 토정, 북학으로 이어지는 사상과 동학이나 증산 김일부 사상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새로운 사상들이 분출하는 틈들을 우리 산천과 함께 탐색하는 과정에서 사상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계룡산과 만나기도 하고 모악산과 만나기도 하면서, 계룡산과 뭉쳐 있는 신비주의적 사상들을 완전히 해체하여 다시 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상의 핵심, 우리 민족사상의 핵심을 우리에게 다시 인식하도록 해준다.
김지하는 오늘날의 문명이 생명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에 실패하였다고 보고, ‘역사 전체의 타성’과 ‘세계 지배문명이 드러내고 있는 양상의 특징’인 생명 경시로부터 생태계의 파괴, 빈부의 격차, 민족 대 민족간의 격차 심화, 인간의 내부 분열, 자기 생의 총체와 자기 활동과의 괴리 등 ‘오늘날의 비극의 총체’는 물론 ‘세계 민중의 대중적 차원의 새로운 운동--부활운동, 해방운동’도 생명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기 근원으로의 회귀로서, ‘줏대(主體)’에 관한 문제를 짚어본다. 영적 존재로서 인간의 자기 근거를 통찰하고, 이념의 썰물시대에 사상적인 별 혹은 안내지표로서 줏대의 문제를 살펴본다.
김지하
1941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등 다섯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1964년 대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에 참가하여 첫 옥고를 치른 이래, 8년간의 투옥, 사형 구형 등의 고초를 겪었다. 독재권력에 맞서 자유의 증언을 계속해 온 양심적인 지성인으로서, 동학사상을 비롯한 한국 전통정신의 유산을 오늘의 상황 속에서 새롭게 변용시키고 재창조하고자 노력하는 사상가로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룩했다.
1975년 로터스 특별상, 1981년 위대한 시인상과 크라이스키 인권상, 1993년 이산문학상, 2002년 정지용문학상과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애린』, 『검은 산 하얀 방』, 『이 가문 날에 비구름』, 『별밭을 우러르며』, 『중심의 괴로움』, 『화개』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밥』, 『남녘땅 뱃노래』, 『살림』, 『생명』, 『동학이야기』, 대설(大說)『남』,『예감에 가득 찬 숲 그늘』, 『김지하 사상전집』(전3권) 등이 있다.
대담 황지우
1925년 전남 해남 출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연혁(沿革)」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고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을 『문학과지성』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 『나는 너다』, 『게 눈 속의 연꽃』,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답사기록 '김지하 사상기행'
'70년대 후반, 감옥에 있는 김지하가 가톨릭에서 불교로 개종했단 소문이 돌았다. 알고 보니 참선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이미 그 무렵 김지하는 근대 민중운동의 시작점이었던 갑오농민 전쟁배후의 미륵사상과 동학, 이후 해원(解寃), 상생(相生)의 증산사상을 훑어 내려갔던 것이다.'
'84년 겨울, '민중'의 토착적 의미 규명을 위해 당시 '실천문학'이 기획했던 '김지하 사상기행'에 댓거리꾼이자 기록자로 동행했던 소설가 이문구 씨의 말이다. 김지하가 누구인가. 70년대 통렬한 풍자로 유신의 심장을 겨눴던 시인이자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반체제인사? 90년대 분신 정국을 생명운동론으로 꾸짖고 이제는 두루마기 차림으로 단군을 이야기하는 민족주의자? 실천문학사가 펴낸 '김지하 사상기행'(전2권)은 이같은 단절적 인식을 꿰뚫는 키워드야말로 '사상가 김지하'라고 소개한다.
'사상기행'의 첫권은 바로 14년전 겨울 공주~부여~논산~익산~남원~모악산을 잇는 4박5일간 답사기록. 동학과 증산도의 흔적을 되짚는 이 기행에서 김지하는 자기 사상의 원석(原石)이라고 불릴만한 달변을 쏟아낸다. 때로는 강론으로, 때로는 동행들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로 이어진 이 내용을 이문구 씨의 리듬감 넘치는 문체는 한판굿처럼 엮어 내려간다.
이 기록은 본래 2회만이 지면에 연재됐다가 당시 '실천문학'이 폐간처분을 받으면서 잊혀졌던 것. 실천문학사가 지난해 여름 이사를 하면서 대학노트 10권 분량의 녹취 기록을 찾아낸 것이 14년 세월을 잇는 김지하 사상 정리의 출발이 됐다. 책의 둘째 권은 시인 황지우 씨가 지난해 l1월 일산 자택에서 꼬박 10시간 동안 진행한 대담이 핵심. 김씨는 동학교도였던 선조의 내력, 감옥에서 참선 중 겪은 신비체험, 정신병원 입원 등 구체적인 개인사, 동서양 철학을 아우르는 해박한 인용과 함께 자신의 사상의 내력을 털어놓는다. 급기야 황씨는 14년전 여로를 되밟아 동학․증산도 유적을 사진 40점에 담아왔다.
___중앙일보 신작을 찾아서 이후남 기자 (1999년 4월 13일 화요일)
생명운동에서 율려사상까지 민중사상 뿌리찾기 14년 여정
시인 김지하 씨(58)가 두 권 짜리 「김지하 사상기행」을 펴냈다. 80년대 생명운동으로 돌아선 이후 시인의 사상적 궤적이 담긴 책이다. 「민중사상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1권은 동학과 강증산 사상의 터전이 된 산천을 더듬으며 자신의 사상적 근원을 찾아가는 기행문이다.
그의 여정은 서울 운당여관에서 출발해 계룡산, 동학의 전적지인 우금치와 황산벌, 강증산 사상의 모태가 된 모악산, 최제우가 칼춤을 추었다는 남원 교룡산성, 김제,광주로 이어진다.
그는 여행 중에 굿판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땡추스님」을 만나 논전을 벌이기도 한다. 또 「정감록」의 신비를 벗겨 민중개혁사상으로서의 현대적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그의 기행에 동행한 소설가 이문구․황석영 씨, 판소리꾼 임진택 씨, 영화감독 장선우 씨 등 80년대 대표적인 진보적 논객들의 날카로운 입심도 볼만하다.
85넌 계간지 「실천문학」에 연재되다 잡지가 폐간되면서 원고가 유실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이 기행문은 14년 만에 다시 햇볕을 보게 됐다. 2권 「신인류를 꿈꾸며」는 14년이란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낸 그의 사상적 틈새를 메운다. 황지우 씨와의 대담을 통해 생명사상을 거쳐 율려사상으로 변모한 사상편력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권에서 운동권으로부터「변절」 또는 「훼절」로 비난받았던 자신의 사상전향 계기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고통스런 감옥생활로 인해 안락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생길까 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시작한 참선. 그리 그 감옥 한구석에서 힘겹게 자라나는 민들레가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김광호 기자 (1999년 4월 13일 화요일)
지난 85년 <실천문학>에 연재했던 '김지하 사상기행' 이 14년 만에 같은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전2권, 실천문학사 펴냄. 유혈 쿠데타와 광주학살을 딛고 집권한 군부치하의 암흑기인 80년대 초반 '생명사상'이란 '거대담론'을 들고 나온 김지하 시인이 동학․증산도 등 민중사상의 '유적지'를 돌며 민중사상을 강론하고 그 뿌리를 캔다는 게 기행의 얼개였다. 이 독특한 기행에 동행한 면면들도 재미있다.
지난 84년 12윌12일 승합차 한 대를 빌려 서울 종로 운당여관을 출발할 때의 일행에는 뒷날 영화감독이 된 장선우 씨가 운전사겸 사진촬영 담당으로 끼여 있다. 여행의 기록자 겸 '댓거리자' 노릇은 당시 이문구 실천문학사 대표가 맡았다. 이 밖에 '주석(술자리)보좌'로 소설가 송기원 씨와 판소리꾼 임진택 씨, 원경 스님 등도 포함돼 있었다.
사상기행 팀은 계룡산에서 자칭 '땡초'라는 괴승 송명초를 만나 민중사상의 정체를 두고 일대 논전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풍수학자 최창조 씨, 판소리 전문가 천이두 씨, 소설가 송기숙․황석영 씨, 시인 문병란 씨등과 만나면서 증산사상을 빚어낸 모악산을 거처, 수운 최제우가 칼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는 남원 교룡산성에 이르는 대장정을 벌였다.
김지하 씨는 민중사상의 모태 노롯을 한 <청감록>이나 <토정비결>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대신 '민중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하는 개벽사상의 의지처'였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또 동학사상은, <정감록>에서 말하는 종말론적 상황과 그에 대한 민중의 대처방안으로 제시한 피난처 (궁궁혈처)를 구체적인 어떤 지역이나 공간으로 해석하지 않고, 인간의 정신(궁궁영부)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정감록>의 질적 비약이자 승화라고 본다.
민중적 유토피아 사상에 대한 김지하씨의 진지한 탐구도 흥미롭지만, 입말을 살려 쓰는 탁월한 감각으로 인해 '인간문화재' 의 반열에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세론이 따라 다니는 이문구 씨의 유창한 글맛이 사상기행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가령 그가 전하는 계룡산의 자칭 '산주' 송명초 스님의 너스래는 압권이다.
'계룡산은 한 마디로 말해서 영산이지유. (…) 츰에 미군덜이 통신시설을 허는디, 꿈에 산신이 나타나서 오랑캐덜은 썩 물러가라구 자꾸 현몽을 했더래유. 허나 양늠덜이 뭘 알간디, 그냥 넘겼지유. 그러자 호랭이가 나와 장군붕 근처에서 통신 대장을 자셔버렸슈. ' 이 책이 이렇게 지각한 인연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사상기행의 전반부는 이문구 씨의 정리로 <실천문학> 85년 봄호와 여름호에 실렸으나 계룡산 이후 부분은 녹취한 원고를 잃어 버렸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뒤인 지난해 여름 현 실천문학사 대표인 작가 김영현 씨가 이사하기 위해 사무실을 정리하다 창고에서 우연히 한 묶음의 노트와 사진 따위를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잃어버린 '사상기행' 녹취록이었다.
이 노트를 새로 정리하고 김지하․이문구 씨가 다듬은 게 이번에 출간한 <…사상기행> 1권이다. 김지하씨의 생명사상은 이후 '율려사상'으로 변모를 겪었으므로 그에 대한 설명도 필요했다. 그 일은 시인 황지우 씨가 맡았다. 황 시인은 지난해 겨울 김지하 씨의 일산집 서재에서 김씨를 만나 무려 10시간의 길고 긴 대담을 나눴다. 그 내용은 이 책의 2권에 정리했다. 이 사상기행을 되밟아 보고 싶은 독자를 위해, 지난 1월 김영현 대표, 황지우 시인 등이 당시의 행로를 되밟으며 지도를 그리고 사진을 찍어 이 책에 함께 실었다.
__한겨레 책과사람 이상수 기자 (1999년 4월 1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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