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소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최근 변화가 일고 있는 주체시대의 삶과 현실을 반영한 주체소설의 독서는 그로부터 현실 변화의 내용을 찾아 읽는 작업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반쪽문화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며, 나아가 통일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우리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의 소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북한의 소설이란 그저 주체사상의 홍보매체에 불과할 것이라는 추측이나, 사회주의적 미학이 담긴 예술성 있는 작품도 있을 것이라는 피상적인 기대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신형기의 『북한소설의 이해』는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소설을 북한이나 남한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어떠한 입장을 갖든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통일이라는 문제로부터 떠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통일문제의 중요성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그에 대한 관심이 자칫 목적론적인 이해와 해석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주체소설의 독서는 북한이나 남한만이 아닌 ‘우리’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외람된 의견이다”라는 말로 필자는 자신의 집필에 대한 태도를 밝히고 있다.
필자는 우선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나 혹은 민족적 일체감을 앞세워 북한과 북한 문학에 대한 선험적인 재단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북한소설에서 북한현실의 실제모습을 읽어낸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일일 것이나 북한소설 역시 북한사회와 이를 움직여가는 사람들의 삶과 현실을 다룬 것인 이상, 또한 소설이란 본질적으로 사실들을 수용하고자 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이미 변화가 일고 있는 주체시대의 삶과 현실의 반영인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씌어진 소설들이 기존의 것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측면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주체시대 소설의 독서는 그로부터 현실 변화의 내용을 찾아 읽는 작업이어야 하며 주체소설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필자는 주체소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피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체소설이 나오게 된 여러 배경과 그것의 성격을 살핀 1장에 이어, 2장에서는 80년대 들어 ‘우리식’ 소설의 본보기로 평가되었던 김보행의 『녀당원』(1982)을 분석했고, 3장에서는 김일성의 혁명역사를 문학적으로 복원했다는 『불멸의 역사』를 다루었다. 4장에서는 과거 항일무장투쟁 시기에 김일성이 직접 지었다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 소설화되는 과정을 「피바다」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5장에서는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일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를 고찰했다. 6장은 주체소설이 지식인 주인공들을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가를 정리한 것이다. ‘새 세대’ 공산주의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봄은 아직 멀리에』(신용선, 1988), 『청춘의 시작과 끝은 언제』(김용한, 1990) 등을 다룬 7장은 북한사회가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고 또 그들의 어떤 점을 걱정하고 있는가를 찾아 읽어보려 한 것이다. 8장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나타난 ‘과학환상소설’ 가운데 『푸른 이삭』(황정상, 1988)을 소개한 것이다. 10장에서는 결론을 대신하여 주체소설의 형태학과 최근에 일고 있는 변화의 양상들을 검토한 ‘정리’들을 달아 붙였다. 각각의 글들은 전체적인 구도 아래 씌어진 것이나, 따로 떼어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신형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해방 직후의 문학운동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경성대학 국어국문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해방 직후 문학운동론』(1988), 『해방기 소설 연구』(1992) 등이 있다.
1. 주체소설의 배경과 성격
2. 공산주의 인간학의 구현
3. 『불멸의 역사』
4. 항일혁명 문예의 소설화
5. ‘친애하는 지도자’
6. 지식인들
7. 새 세대 공산주의자들
8. 과학적 환상
9. 정리 1. 주체소설의 형태학
10. 정리 2. 주체소설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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