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양선/일반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2009)

실천문학 2013. 8. 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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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이것은 사람의 말”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정의는 승리할 것이고 희망은 배반되지 않을 것이다”


2009년 들어 그간 어렵게 일궈온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쌍용자동차 파업과 용산참사 등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이 강제로 봉합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5월 29일 30여 명의 문인들이 첫 모임을 가진 후, 6월 9일 192명의 문인이 ‘6ㆍ9작가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문인들은 이후 ‘작가선언6ㆍ9'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활동방향을 논의해왔다. 이들을 하나로 묶은 구심점은 ‘용산참사’였다. “용산참사 헌정문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는 이들의 자발적인 연대를 통해 이어져온 활동의 중간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문집을 단순히 한 단체의 활동을 돌아보고 기념하는 의례적인 결산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이들의 대사회적 발언과 시대공감이 비로소 첫발을 뗐을 뿐이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정한 나라”, “참담한 시대”를 향한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절규

수록된 120여 편의 시와 산문, 그림, 사진 등은 6ㆍ9작가선언 이후 온라인 등의 매체에 릴레이 기고되어왔던 작품들이다. 참여한 문화예술인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사진작가, 화가, 만화가 등으로 모두 ‘용산참사’를 시발점으로 하여 자발적으로 모여든 이들이다.

1부와 2부는 시, 3부와 4부는 산문, 5부는 판화, 사진, 그림 등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엮었으며 부록에는 만화와 문화예술인의 연대 활동 기록을 수록하였다.
지난 10월 28일 용산참사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나라의 사법부는 희생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제 날은 점점 더 추워지고 희생자 가족들은 지쳐갈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우리 역시 뜨거웠던 분노와 울분을 쉬이 잊을 것이다.

모두가 대표이자 회원인 ‘작가선언6ㆍ9’의 슬로건은 “근본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이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선언6ㆍ9’는 다음과 같은 절창으로 절규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위정자들과 치안관계자들에게 이 책의 가장 차가운 부분을, 망루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과 지금도 용산을 지키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바친다.

비정한 나라에 무정한 세월이 흐른다.
이 세월을 끝내야 한다.
사람의 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의 말”이 외면당하는 “비정한 나라”, “무정한 세월” 속에서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 틀림없다. 당장 철도노조파업에 대응하는 방식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하여 “사람의 말을 멈추지 않”겠노라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연대와 발언이 반갑고 기쁘고 고마운 한편 서글프다.

이제 21세기 한국 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MB식 잔혹사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법은 작가선언6ㆍ9의 슬로건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근본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기, 차곡차곡 기억해두기. 그저 이 책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으로 남기를 바랄 뿐인 우리의 무기력은 그 ‘잊지 않음’과 ‘외면하지 않음’으로만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릴레이 기고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글과 만화, 그림 등의 작품을 하나로 묶은 이 책의 수익금은 용산참사 추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본문에서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 장로님이 서울 시장을 하실 때, 그분은 서울을 매우 사랑하사, 하느님께 봉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 누가 서울을 은혜로운 땅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2009년 1월 20일 이후, 하느님은 그곳을 떠나셨다. 아픔 없이는 부를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4ㆍ3의 제주와 80년 광주가 그러하다. 그리고 2009년 우리는 그 목록에‘용산’이라는 또 하나의 참담한 이름을 추가하게 되었다.
-「2009년 1월 20일, 하느님은 떠나셨다」중에서

변호인이 없어도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재판장은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앉게 해주십시오. 나는 변호인이 없습니다……. 나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나지막하게 떨리면서 법정에 퍼지던 피고인들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러나 내가 분노하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 있어서가 아니다. 그날 나는 줄곧 추상적으로만 받아들이던 어떤 현실을 10미터 거리에서 직접 보았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무시당한 채,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권력이 한쪽의 증거만 취사선택해 제시하는 부당한 법정에 한 인간이 피고인으로 계속 서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 나는 그 나라의 국민이었다.
-「정의가 우리와 함께하기를」중에서

신용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2009년 1월 20일 전소된 남일당 건물이 그날의 참상을 증언이라도 하는 듯 서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는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마음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기도 합니다. 망루에서 돌아가신 이상림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레아호프’ 안팎은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가 되었고, 4구역 안쪽의 무교동 낙지 건물은 ‘낙지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어린이책 한마당도 열렸고, 애니메이션 상영회도 열렸습니다. 시민 여러분들, 문학인들, 음악인들, 미술인들, 학생들이 다녀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그곳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작은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산은 여전히 더 많은 분들의 발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능력, 잊지 않는 힘」중에서



§추천의 글

용산참사 현장! 처절한 곳입니다. 작가들이 날마다 와서 ‘말이 생명이다’라며 1인 시위를 하면서 머물던 곳입니다. 작가들은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그 예민함이 행동이 되어 현장에서 보고 듣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바로 그런 소중한 시대의 기록입니다. 죽은 언어가 아니라 생명의 절규를 토합니다. 이토록 냉담한 시대에 이런 작가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아픔 속에서도 축복입니다. 그런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_문정현(길 위의 신부)

권력은 긴 세월 동안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일해 맞을 미래의 행복에 대해 말해왔다. 오늘이 지난날 그들이 수없이 약속한 그 미래인데 행복은 지난 시대의 냉혹했던 겨울 햇볕처럼 다수를 피해 소수에게만 가려 들었다. 이 불행의 시대에 아파 절규한 용산참사 현장의 희생자들은 당연히 행복을 함께 누려야 한 우리 혈육들이다. 동시대인으로서 이러한 비극과 슬픔, 불행한 폭력을 용인한 우리는 다 같은 죄인이다. 오늘 바로 이 땅에서 행복해하는 사람은 도둑이 아니면 바보일 것이다. 이 책은 이성의 힘으로 캄캄한 죽임의 시대를 증거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양심의 기록이다. _조세희(소설가)

가난한 용산 영혼들의 마지막 비명마저 싸늘하게 얼어 있습니다. 무관심은 죄악입니다. 왜곡은 더 큰 불의입니다. 너무도 처절한 이 한 권의 기록은 우리가 왜, 그리고 무엇에 분노해야 할지를 차근차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과 분노를 넘어 어떻게 희망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_한명숙(전 국무총리)

누군가 물었다. “이게 인간인가?”라고. 공맹도 일찍이 말했다.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고. 그래서 용산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인간인가?” 이 참담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시인, 작가들이 내지르는 분노와 피울음 소리, 그 마디마디가 우리 가슴을 속속들이 후벼 파야 한다. 저 뻔뻔한 자들을 탐욕과 오만의 덩어리로 만든 건 결국 나와 내 자식의 편안만 뒤좇은 우리 아니던가. _홍세화(『한겨레신문』기획위원)

 

2009년 들어 민주주의의 후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에 공감한 문인들 30여 명이 2009년 5월 27일 첫 모임을 가지면서 결성. 이후 다양한 분야의 문인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하였고 총 192명의 문인들이 작성한 한 줄 선언을 모아 6월 9일에 ‘6ㆍ9작가선언’을 발표. 이를 6월 말에 단행본『이것은 사람의 말』(이매진)로 출간. 이후 온라인 공간을 통해 선언 이후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였고 ‘용산참사’가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상처라는 판단에 합의. 7월부터 용산참사 현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였고 각종 매체에 릴레이 기고를 시작해 이 책의 모태가 된 원고들을 발표. 7월 30일 홍대 이리카페에서 용산참사 192일을 맞아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고 유족과 연대하기 위한 북 콘서트 개최. 이후 지금까지 용산 현장 릴레이 시위를 계속해오고 있으며 2009년 12월 초 용산참사 헌정문집『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출간. 애초 구심점 없이 자발적인 연대를 통해 형성되었고 이후 모든 활동도 회원 모두의 자율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ㆍ실천하였으며 향후에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활동할 예정. ‘근본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

 

책을 엮으며 | 1부 말하라, 어서 말하라 | 백무산_‘그래도 그 덕택에’ 이데올로기ㆍ문동만_죽여서 죽었다ㆍ황규관_죽음에게는 먼저ㆍ김해자_망루ㆍ신용목_용산의 당신에게ㆍ송경동_이 냉동고를 열어라ㆍ이종수_용산에서 본다ㆍ나희덕_신정 6-1지구에서 용산 4지구까지ㆍ이영광_유령 3ㆍ이민하_죽은 새들의 행진ㆍ권현형_푸른 책 검은 책ㆍ서영식_목구멍이 포도청ㆍ한우진_찔레나무ㆍ이진희_남일당 미사ㆍ박시하_패러독스 파라다이스ㆍ최창근_아주 조용한 나날들 | 2부 거리에 두고 온 시 | 정희성_물구나무서서 보다ㆍ이상국_틈ㆍ이시영_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ㆍ도종환_그해 여름ㆍ홍일선_그날, 붉은 달이 장엄하셨다ㆍ안도현_입추ㆍ박일환_남일당ㆍ손세실리아_거리에 두고 온 시ㆍ오도엽_지독한 저항을 하자ㆍ박후기_난간에 대하여ㆍ손택수_나무의 수사학 5ㆍ김사이_숨을 쉴 수가 없어ㆍ안현미_뉴타운천국ㆍ김윤환_新바벨탑ㆍ박민규_진혼가 | 3부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 한지혜_누가 망루에 불을 질렀는가ㆍ신형철_용산참사에 부치는 두 편의 글ㆍ염무웅_우리 시대에 던지는 용산의 질문ㆍ공선옥_지금 당장 용산으로 가야 한다ㆍ박수정_학살, 엘도라도 카라자스와 용산ㆍ김미월_다음은, 나중은, 조금의 여유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ㆍ지요하_역사를 만드는, 역사에 남을 용산미사ㆍ김경인_2009년 1월 20일, 하느님은 떠나셨다ㆍ윤예영_용산으로 이어진 길, 가깝고도 먼ㆍ오창은_용산 4지구 안에서 우린 모두 난쟁이ㆍ은승완_내 이름은 용산 남일당입니다ㆍ이만교_이상림 할아버지께 | 4부 우리는 달려간다 용산으로 | 권여선_우리는 달려간다 용산으로ㆍ차미령_기다리는 능력, 잊지 않는 힘ㆍ진은영_용산 멜랑콜리아ㆍ이상실_빈소 앞에서ㆍ윤이형_정의가 우리와 함께하기를ㆍ함돈균_정녕 당신이 보시기에 참 좋습니까ㆍ양윤의_당신의 외투를 벗어 망루에 돌려달라ㆍ이선우_용산, 추방당한 자들의 나라 | 5부 용산에 가면 시대와 예술이 보인다 | 이윤엽_용산에서 우리가 철거당하고 있다ㆍ김종도_불꽃과 함께 사라지다ㆍ이동수_용산에 가면 시대와 예술이 보인다ㆍ조약골_그들이 무섭고 싫다는 친구야, 이 방송을 들어보렴ㆍ노순택_히틀러만이 사람을 산 채로 태워 죽인 것은 아니다 | 부록 | 용산만화전(전국시사만화협회)ㆍ용산참사와 함께한 문화예술인 일지

 

 [칼럼] "시간이 약? 못된 정부에겐 시간이 독이다"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2009.11.17)
 '작가선언' 문인들 '용산참사' 헌정문집 발간 ―― 김고은, PD저널(2009.12.07)
 '용산, 억울한 죽음' 새긴 양심 기록 ―― 김지환, 경향뉴스(2009.12.7)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 이용호 화백, 미디어오늘(2009.12.07)
 문화예술인들, 용산참사 기록하다 ―― 이재훈, 뉴시스(2009.12.07)
 예술인들이 남긴 용산참사의 기록 ―― 고미혜, 연합뉴스(2009.12.06)
 "우리가 괴물이었으므로 괴물 같은 정부가 탄생했다." ―― 허환주, 프레시안(2009.12.09)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작가들 헌정문집 전달 ―― 이영경, 경향뉴스(2009.12.09)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 고광홍, 한국일보(2009.12.09)
 망루 잔해 지킨 문학…시대 양심 ‘인두질’ ―― 허미경, 한겨례(2009.12.10)
 '용산참사' 비극 아로새기다 ―― 이왕구, 한국일보(2009.12.10)
 문인·예술가들, 용산참사의 아픔을 노래하다 ―― 권혁범, 국제신문(2009.12.12)
 문화예술인은 왜 용산을 주목하나 ―― 이윤주, 주간한국(2009.12.16)
 모순과 갈등의 현장은 한 시대의 문학을 꽃피워낸다 ―― 전종휘, 한겨례21(2009.2.18)
 "2009년 대한독국에서 용산 참사를 보는 예술인들의 심장 소리" ―― 문재훈 남부노동센터 소장, 민중의 소리(2009.12.18)
 지금은 분노할 때…용산 참사역에 같이 내리자! ―― 변영주 영화감독, 프레시안(2009.12.19)
 지금 내리실 문은 용산참사역입니다 ―― 박명호, 중부일보(2010.1.8)
 우리가 용산을 잊을 수 없는 이유 ―― 양돌규, 노동자역사 한내(2010.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