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창작과비평』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서영인의 두번째 평론집이 출간되었다. 2005년에 출간되었던 첫 평론집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 이후 3년 만에 출간되는 이번 평론집은 지난 3년여 동안의 저자의 비평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음 비평을 시작할 때부터 문학비평의 기준은 작품을 풍부하고 다면적으로 읽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아직 변함이 없지만 마르크스가 말했듯 그 ‘해석’은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꼼꼼하고 치밀한 작품 읽기를 통해 그려낸 2000년대 중후반, 한국문학의 지형도와 그 변화 양상이 평론가적인 균형감각과 저자 특유의 거침없는 문체와 잘 어우러진 단연 돋보이는 평론집이다.
월경하는 자들……, 그리고 그들을 읽(어야 하)는 슬픔과 희망에 대한 기록
‘1부 시간의 눈’은 평론집의 문을 여는 총론의 성격이 강한 글들을 모아놓았다. 김형중과 이광호, 김영찬 등의 비평을 통한 자기 비평, 나아가 한국 문학비평에 관한 우려와 성찰은 문학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요즘, 소중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2부 다른 리얼리티들’과 ‘3부 타인을 읽는 슬픔’은 대부분 2005년부터 최근까지 지난 3년여간 출간되었거나 발표된 소설 작품에 대한 비평글이다.
애초에 저자가 생각했던 표제 중의 하나는 “월경의 발목”이었다. “모든 문학은 이 세계 바깥의 다른 세계를 꿈꾼다. 그러나 대다수의 좋은 문학은 그 경계의 문턱에서 이 세계의 한계와 고통을 오래 생각한다. 그리하여 문학은 세계의 저편을 선망하는 호기심이고 상상력이며 또한 세계의 이편에 공감하고 근심하는 성찰”이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토로하기도 했거니와, 이러한 문학 읽기 자체를 ‘월경(越境)의 발목’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이 젊고 발랄한 비평가의 두번째 평론집 『타인을 읽는 슬픔』은 경계에서 그 경계를 염탐하고 뛰어넘고자 하는 자들에 관한, 그들의 슬픔과 희망에 관한 기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_추천의 글
소설 마감을 몇 번이나 미루면서 소설을 (오늘날) 왜 쓸까, 그런 의문에 시달리고 있는데, 평론집 원고가 왔다. 평론을 (오늘날) 왜 쓸까, 그런 의문을 품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작가도 나와 비슷한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행간에 드문드문 드러났다. 어쩌면 자의식이 없는 글은 글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광고 카피와 구호, 문장이 같고 다른 지점이 무엇일까?) 그렇다 하여 글이 자의식 투성이라면 그 또한 크게 즐거운 일은 못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의식이 없는 세상, 자의식이 없는 정치, 자의식이 없는 문화, 최소한의 자의식마저 잘 보이지 않는 이 괴상한 시대…… 그런 것에 시달린 지 오래다. 짐승에게는 자의식이 없다. 위기의식과 생존본능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자의식으로 스스로를 만들고 가꾼다. 자의식 없이 어찌 인간이 인간이랴. 인간을 탈출하는 것이 대세, 포스트모던이 아니라 차라리 포스트휴먼인지 프리휴먼인지 알 수 없는 시절, 사람됨의 자의식이 돋보이는 글이 여기 있다.
자의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읽지 말기를. 괴로우니까. 자의식을 일용할 양식처럼 섭취하는 것을 기꺼워하는 이라면…… 뭐, 읽으면 친구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_최인석(소설가)
2000년 창비 신인평론상을 받고 공식적으로 비평가가 되었으며 평론집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을 낸 바 있다. 여러 대학에서 글쓰기, 문학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교수로 몇 년을 보냈으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 비평을 시작할 때부터 문학비평의 기본은 작품을 풍부하고 다면적으로 읽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아직 변함이 없지만 마르크스가 말했듯 그 ‘해석’은 ‘변화’를 위한 것임을 잊지 않고자 한다.
1부 시간의 눈_새로운 문학을 호명하는 방법들 /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본 한국문학의 현주소에 관한 다소 (의도적으로) 과장된 보고서 / 문학의 경계, 시장의 법칙 / 후일담, 그 후로도 오랫동안 / 기억하는 자의 슬픔 / 제도에 대항하는 예민한 감각들―1990년대 여성서사 2부 다른 리얼리티들_비정규, 무허가의 세상을 잠행하는 문학적 상상력 / 새로운 리얼리티를 향한 서사의 모험―김영하의 『검은 꽃』,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 텍스트라는 환상, 문학이라는 제도―2007년 등단 장편을 통해 본 우리 문학의 경향 / 불균질의 서사문법, 난독의 내막―은희경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권여선의 『분홍 리본의 시절』, 오수연의 『황금 지붕』 / 역사적 진실의 문학적 형상화―4·3과 현기영의 소설세계 / 기억의 경계를 넘는 일―전성태의 『국경을 넘는 일』 / 비약과 소멸의 꿈, 혹은 변신 이야기―김윤영의 『타잔』 / 소설가 금산 씨, 문학제도 주유기(周遊記)―박금산의 『바디 페인팅』 3부 타인을 읽는 슬픔_우리 안의 타자들, 타자 안의 우리들―외국인 노동자라는 타자를 대하는 최근 소설의 방법론 / 월경(越境)의 발목 / 고독한 경계, 혹은 황홀한 기투―차학경의 『딕테』 / 천국보다 낯선, 이 고요한 지옥―황석영의 『바리데기』 / 모성의 세계가 이끄는 성장의 과정―심윤경론 / 주변성과 타자성의 발견, 그리고 그 이후―이상섭의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 관계의 고통, 연민과 경계의 틈새―이혜경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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