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양선/일반

문학 제국 (2009)

실천문학 2013. 8. 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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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최강민이 등단한 지 8년 만에 첫 번째 평론집 『문학 제국』을 세상에 내놓았다. 『문학 제국』은 2002년 등단한 이래, 비평계의 최전방 공격수를 도맡아온 한 소장 평론가의 메타비평집이다. 저자는 “문제는 이러한 비판적 진단 자체를 금기시하는 문단의 분위기이다. 나의 비평은 이러한 금기의 벽을 깨뜨리는 죽비 소리이고자 했다”는 말로 서문을 열고 있다.


“금기를 넘어, 문학판을 가로지르다”

저자는 “낡고 병든 문학적 관행과 후기 자본이라는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문학계를 ‘문학 제국’이라 풍자하고 있다. 그에게는 주류의 문단ㆍ학계ㆍ언론이 유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학’ 역시 보수성과 보신주의에 물든 우리의 추악한 현실이며, 양극화 구도를 내재하고 있는 폭력적 현실이다. 그 무너져버릴 제국의 실체 앞에 저자는 메타비평과 제도비평의 양날 검을 들고 은탄환을 장전한 채 드라큘라를 쫓는 전사처럼 추격전을 벌이며 제국을 도발한다.

첫 번째 탄환은 비평논쟁마저 사라진 현재의 한국 문학판 즉 한국 비평계를 향해 있다. 왜 근래의 문학 논쟁들은 과거와 같이 심화될 수 없으며 원맨쇼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왜 문학계의 열띤 표절 시비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2000년대를 전후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김정란 논쟁, 서정주 논쟁, 이문열 논쟁, 주례사비평 논쟁, 문학권력 논쟁, 리얼리즘 대 모더니즘 논쟁, 문학상 논쟁, 고은 논쟁, 김윤식 논쟁, 최근의 「혀」 표절 논쟁 등은 싸늘하게 잊혀져왔다. 저자는 제1부 ‘논쟁과 열정’에서 비평계가 특히 문학권력 논쟁 이후 비평 논쟁 자체를 기피하고 있지 않은지를 지적하면서 더 이상 비평 논쟁이 싹틀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속속들이 들추어내고 있다.

두 번째 탄환(제2부 금기를 넘어 문학판을 가로지르다)은 2000년대 문학판을 구성하는 주요 문예지들을 향한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문예지와 예속관계를 맺고 있는 현재, 저자는 “금기를 넘어” 주류 문예지들의 근간, 그 정체성에 의혹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자정적 비평 담론의 장이 되어야 할 문예지가 출판 상업주의가 전면화된 문학시장에서 어떻게 “물적 토대”로 변질되는지 꼬집으며 문예지에서 파생된 제도(등단ㆍ문학상ㆍ청탁)의 모순에 각성을 요하고 있다.

세 번째 탄환(제3부 텍스트와 비판적 단상들)은 우리 시대의 우상화된 평론가들을 향해 있다. 김윤식 비평논쟁을 포함하여 정과리, 김주연, 심진경, 김명인, 홍상화 등 우리 시대 중요 비평가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주로 담고 있다.

작품론이나 작가론 한 편 없이 단계별 주제적 메타비평만으로 묶어낸 이 비평집은 한국 문학비평 “종합건강진단서”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비평 논쟁’의 본질을 “구더기 치료법”에 비유한다. “항생제로도 치료불가능한 상태의 환자에게 구더기들을 상처 부위에 투입해 감염된 조직을 먹어치우게 하고 건강한 조직은 남겨두는” 이 치료법은 어찌 보면 그 자신의 비평언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비유일 수 있으리라. 추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거나 외로움을 감추지 않는 논조 등 최강민의 어법은 독자들에게 다소간의 충격과 기피증을 부추길지 모른다. 근본적인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이 마이너리티의 언어는 “산송장”으로서 근근이 생명을 연장하는 우리 문학계를 향해 진솔하게 경고한다.

저자는 문학이라는 세계의 허상을 벗겨내고 그 안을 투시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우리 시대의 모든 문학 독자들 앞에 고백한다. 그가 “문학은 내게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 문학은 현실에서 채워지지 못한 욕망이 좌충우돌하는 놀이터인 것이다”(6쪽)라고 말했듯, 그 외피를 깨고 안쪽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문학’이 향해야 할 꿈과 진실은 유효할 것이다.


 

1966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2000년 2월 동 대학원에서 「한국 전후소설의 폭력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으로 등단하여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탈식민과 디아스포라 문학』, 『한국 문학권력의 계보』(공저) 등이 있다. 현재 선문대에 출강하며, 반연간 비평전문지 『작가와비평』의 편집동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1부 논쟁과 열정_비평 논쟁의 침체와 문학의 죽음/세기 초 문학주의의 파탄과 비평의 위기/2000년대가 호출하는 문학은 무엇인가 /표절에는 공소시효 만료가 없다—소설가 권지예에게 보내는 편지/검투사 스파르타쿠스와‘반미(反美)’의 깃발—‘`반미문학’의 논의를 중심으로 2부 금기를 넘어, 문학판을 가로지르다_2000년대 문학판의 변화, 중심과 주변의 긴장과 균열/『창작과비평』의 진보적 신화, 아직도 유효한가/창간 40주년의『창작과비평』에 보내는 몇 개의 고언/‘문학과지성사’30주년의 빛과 그늘/『문학동네』12년 종합건강진단서/길 찾기의 어려움과 ‘실천문학표’진보적 정체성-『실천문학』의 특집 비판적 점검/노년의‘현대문학상’, 사망과 회춘의 기로에서/근대담론의 전도사, 『사상계』를 말한다 3부 텍스트와 비판적 단상들_김윤식 현장비평의 빛과 어둠—김윤식 비평 논쟁/파산한 존재의 변증법과 과잉의 수사학—정과리론/편파적 문학 지형도 읽기와 대가라는 허명—김주연의『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론/전복적 상상력인가, 아니면 형상화의 미흡인가?—심진경의「새로운 거짓말과 진부한 거짓말」을 읽고/최인훈의「바다의 편지」와 김명인의 주례사비평/이분법적 반공 이데올로기와 수구보수의 망령—홍상화의 장편『디스토피아』에 대한 반론/통일문학의 건설과 문학주의자의 미몽

 

 문단의 성역을 내려친 비평의 죽비 ―― 김건수 기자, 부산일보(2009. 4. 18.)